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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1.12.13 15:18
“… 저는 정말 책임감이 없나 봐요. 2*살이면 적은 나이도 아닌데 결국 이 모든 것을 부모님 탓만 하게 됩니다… 엄마! 내 첫사랑 다음이라고 서운해 하지는 말아. 내가 다시 엄마 딸로 태어나서 어느 것 하나 안 부러운 딸이 될게 맹세!!” (경기보조원(캐디) 배씨가 남긴 유서 중 일부)2013년부터 캐디 업무를 해온 배씨는 2019년 7월, 경기도 파주의 골프장에 입사했다. 100여 명의 캐디를 지휘하는 캡틴이 배씨를 괴롭혔다. 무전으로 배씨에게 “느리다, 뛰어라”,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니가 코스 다 말아 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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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1.11.09 11:36
콜센터에서 일합니다. 고객이 잘 모르겠다고 해서 더 쉽게 풀어 자세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왜 빙빙 돌려서 얘기하느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콜센터에서 일하느냐, 공손하게 안내를 해야지 왜 가르치려고 드느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하지 않았더니, 고객이 기본이 되지 않았다, 무례하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사과를 했는데도 팀장를 바꾸라고 했고, 팀장이 사과한 후 저의 친절 점수를 깎았습니다.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안내문구를 게시 또는 안내해야 하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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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11:36
직장갑질119는 한 직장의 갑질 수준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갑질종합지수(직장갑질 진단지수)’를 조사했다. 갑질종합지수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조직문화 ▲예방대응 세 가지 영역에 대한 세부 문항을 만들고, 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 5점 척도로 구분하여 수치화한 것이다. 0점에 가까울수록 갑질이 없고,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각하다는 의미다.2021년 대한민국 직장인 갑질종합지수는 19.0점(갑질오염지대(C))으로 갑질위험지대(D)에 가까웠다. 영역별로 봤을 때 조직문화(26.4점), 예방대응(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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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09:55
남양유업이 ‘갑질’로 시끄럽다. 육아휴직을 낸 여성팀장을 보직해임하고, 육아휴직 복직 후에는 물류창고로 발령을 내 본 업무가 아닌 책상에서 단순 업무를 시켰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음성 육성을 들어보면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 지금 못 견디게 해”,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한계 선상을 걸으라 얘기야”라고 말한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8년~2020년)동안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316,4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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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10:09
CCTV를 설치해 업무공간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했습니다. 야근 시간에 제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언급하며 압박을 주었습니다. 잠시 쉰 것을 두고 CCTV 증거라며 시말서를 쓰라고 강요했습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상사가 시말서 쓰게 해서 내보내려 한다고 얘기해줄 정도입니다.학원에서 일합니다. 사무실 CCTV가 사무실 전체를 한 번에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원장님이 직원들의 근무 상태를 외부에서 CCTV로 확인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나가면서 언뜻 말하시더니, 이번엔 대놓고 CCTV앱의 스크린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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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14:33
정부는 2018년 7월 5일 "우리 사회의 못난 갑질은 세계적 수치"라며 ‘공공분야 갑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3년. 공공분야에서 직장갑질은 줄어들고 있을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이행해 갑질 근절을 위한 대책을 잘 마련해 놓고 있을까.공무원입니다. 부서장이 저에게 업무폭탄을 던져서 업체와 매일 자정,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부서장이 매일 따로 불러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씨발, 이 새끼가” 등 욕설을 퍼붓고, “넌 생각이 없는 놈이냐?”고 소리칩니다. 부서장의 모욕적인 언행과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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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16:53
2020년 7월 1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장소의 51.2%가 직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코로나 발생 1년간 집단발생 관련 주요시설을 분석한 결과 직장이 11%(3,817명)으로 4번째로 높았다. 이렇듯 일터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특히 콜센터는 2020년 3월 170명의 상담사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상담사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였지만, 2021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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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 14:54
지난 4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 등이 통과되었다. 개정안 내용 중 몇 가지가 눈에 띄어 소개한다.임금명세서 교부의무 도입임금명세서를 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로시간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제대로 임금은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임금명세서 미지급은 ‘공짜야근’을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근무 자체가 야근이 많긴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기간에 겹치냐 안겹치냐에 따라 그 변동 폭이 큽니다. 어느 달에는 총 근로시간이 300시간이 가까울 때도 있으며 연장 근로 및 야간근로 시간이 연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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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13:29
지난 3월 24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하 ‘갑질금지법’)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0월부터 적용될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사용자 조치의무가 추가 및 수정되었다. 개정법은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했고,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유지’ 조항을 신설했다. 구체적인 문항은 아래와 같다.처벌조항이 신설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개정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사용자가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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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22:00
작년 한 해, 우리는 코로나 19가 몰고온 변화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이 전지구적 재난은 유독 노동자 민중들에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렇게 코로나 19는 그럴싸해보이던 한국사회를 표백했습니다. 소외받는 사람들을 더 소외하고 배제된 존재를 더 멀리 내쫓는 한국 사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들은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다양한 사람, 더 평등하고 안전한 삶, 함께 만들고 함께 지키는 세계를 더 명확히 그리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2021년 수많은 우리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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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12:15
직장갑질119로 들어오는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 다음으로 많은 것이 임금체불이다. 2020년 7월부터 11월까지 들어온 이메일 제보 1,074건 중 27.6%(296건)이 임금과 관련된 제보였다.2019년 대한민국의 임금체불액은 1조7127억 원이다. 노동청 신고건수가 이 정도니 잡히지 않는 임금체불액은 더 많을 것이다. 세계 최악 수준인 임금체불은 작은 사업장에 집중된다. 사업장 규모별로 볼 때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액은 1조2580억 원. 전체 임금체불액의 2/3를 넘었다. 임금체불과 과로는 직장인의 삶을 위협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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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6:54
직장갑질119가 지난 10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56.9%였다. 법 시행 1년 4개월, 괴롭힘은 일부 줄었지만, 사장의 폭행·폭언, 사장 친인척의 갑질은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원청회사의 하청직원 갑질,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문제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비정규직(50.8%)이 정규직(38.0%)에 비해 1.3배 높았고,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35.6%)이 5인 미만 사업장(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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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3:47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보고자료를 임원에게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임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부당해고구제신청 접수를 했는데 조사관님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려면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직원수가 6명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이상 일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회사에는 고용보험을 든 사람은 3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2020년 9월) "헤어디자이너입니다. 22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월급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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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7:38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었고, 정은경 청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았던 국민들의 노력과 신속하고, 투명하게 집행된 행정이 만든 성과다. 코로나방역이 합격점이라면, 일자리방역은 어떨까. 직장갑질119에 코로나갑질(무급휴업・연차 강요, 해고 등) 제보가 처음 들어온 것은 2월 중순. 8개월간 코로나갑질 제보는 끊이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제보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음을 알려왔고, 정부에 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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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8.26 19:09
"주유소에서 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은 저, 소장, 사장 세 명입니다. 마감 시간 이후까지 주유는 물론 주유소 사무실 관리 청소를 시킵니다. 주유소 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운영 및 판매, 주유소 내 텃밭 가꾸기도 하고 있습니다. 사장이 원룸 사업을 하는데 원룸 청소 관리, 사업주가 새로 구입한 땅에서 막노동도 합니다.""직원이 4명인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장이 갑자기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라'고 해서 되물으니 저한테 '뭘 쳐다보고 지랄이야 씨X'이라고 욕설을 하며 짐 싸서 나가라는 식으로 말하길래 가방을 들고 와서 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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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7.30 17:47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①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②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③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④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을 명시하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역동적이었다. 대형병원의 선정적 장기자랑 논란은 ‘직장 갑질 폭로’의 신호탄이었다.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본인들이 경험한 ‘갑질’을 말하기 시작했고, 연일 황당하면서도 엽기적인 갑질 사례들이 폭로되었다.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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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7.02 19:48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생활 변화 △코로나19 정부정책 평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물었다.2020년 1월과 비교하여 소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묻는 질문에 직장인 3명 중 1명(32.6%)이 소득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비정규직(52.8%)이 정규직(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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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6:16
오리온은 다닐 곳이 아니다팀장, 000 두 명이 정말 다니기 싫게 만든다.000 제발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떠들고 다녀진짜 애지간히 괴롭혀라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진짜 너무 싫네.2020년 3월 17일 21시 38분.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청년 노동자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살 청년노동자 서 씨.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오리온 익산3공장에서 초코송이 성형 마무리 작업을 했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괴롭힘과 성희롱이었다. 선임들은 사내 연애 중이던 고인에게 “꼬리 친다.”, “연애질 하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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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5.06 11:48
“희생자들 중 고정된 일자리를 잃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특히 많았다.”(‘스러져야 보이는 이들의 슬픈 노동절’, 한겨레신문, 4월 30일자)이천 한익스프레스 공사현장 화재 기사를 읽다 유가족 인터뷰에서 눈이 멈췄다. 동생이 다니던 공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고, 일거리가 필요해 찾은 이천 물류센터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인터뷰.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만큼 위험에 가까워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동향」은 코로나19 고용위기가 어디에 직격탄을 날렸는지 드러냈다. 취업자를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은 증가세가 둔화(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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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4.02 09:25
2018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입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0.1%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밖에 있는 88.2%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필자 주]바이러스에는 계급이 없지만 재난에는 계급이 있다. ‘코로나 갑질’이란 재난은 유독 약자에게 강하다. 노동조합이 튼튼한 회사는 대화를 통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나갈 방법을 찾지만 노동조합 밖의 직장인, 특히 비정규직에게 ‘코로나 갑질’은 유독 잔인하다,3월 1일부터 3월 21일까지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제보 1,603건을 분석해본 결과 코로나 갑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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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진호의 88.2%
2020.03.04 11:10
2020년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동시에 민주노총 창립 25주년, 광주항쟁 40주기를 맞는 해다. 남다른 사회적 의미와 과제가 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맞는 2020년은 진정한 성찰과 치열한 토론으로 모두의 미래를 여는 실천의 전환을 준비할 때다. 이에 〈노동과세계〉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필진으로 초대해 그들의 식견과 경험이 담긴 글을 게재한다. 첫 주자는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이다. 꼭지명은 [88.2%]. 그는 첫 글에서 “2018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