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12.23 13:19
오랜만에 홈리스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역에 갔다. 작년에는 온라인으로 추모제에 참가했는데 올해만큼은 직접 가보고 싶었다. 정부의 홈리스 배제적인 코로나방역조치로 많은 홈리스들이 죽어가고 있기에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서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많으면 추모제가 덜 쓸쓸하겠지 싶었고 사람의 온도라도 하나 보태고 싶었다. 알고 있던 홈리스들의 얼굴도 활동가들도 보였다.다행히 사람들이 많았다. 홈리스 당사자들도, 연대하는 사람들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비슷한 마음이었나. 추모제에서 언론에서 접하던 코로나 방역에서 완전히 제외된 홈리스들의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11.19 10:36
오랜만에 지리산 근처의 구례로 워크숍을 가서 눈 앞에 펼쳐진 겹겹이 펼쳐진 산맥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산 정상 몇 군데에 한쪽이 마치 짧게 머리를 밀어버린 듯했다. 개발하려고 산을 밀어버린 민둥산도 아닌 낮은 나무들이 즐비한 것이 아닌가. 산 정상이라 건물을 세우기도 적당한 위치도 아니어서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저건 뭐지? 왜 한쪽은 나무가 작지? 불이 났었나?” 어찌 된 일인지 함께 간 동료에게 물었다. 불이 났다고 하기에는 반쪽만 반듯하게 작은 나무들로 있어서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어색해 보였다.“제가 사는 동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10.18 09:21
우리는 숱한 거짓말을 들으며 삶을 갉아먹는 제도와 관행에 ‘순응’ 당하곤 한다. “군대 가야 사람이 돼”, “다 사랑해서 잘되라고 체벌하는 거야” 같은 말들. 군대에서 폭력에 굴종하는 것을 사람 되는 일이라고 일컬었고,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모순형용이 아니라 궤변이었고 그 궤변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데 동원됐다.지난 10월 6일 오전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정운 님은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으로 잠수하다 숨졌다. 현장실습은 말 그대로 ‘실습’이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체 파견형’ 현장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9.27 15:07
“새 시대엔, 새로운 주인공이 필요한 법!”영화 의 주인공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크루엘라는 재능이 있었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 권위와 탐욕으로 패션계를 주름잡는 ‘남작 부인’의 밑에 있다가 그에 맞서는 인물이다. 뻔한 인물들이 20세기에나 나올 법한 케케묵은 얘기를 하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자니, 몹시도 ‘크루엘라’가 목마르다.특히 국민의 힘과 민주당 등 거대 보수양당의 대선주자들은 ‘노동정책’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조혐오와 노동비하를 일삼는다. 국민의 힘의 대선후보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8.23 10:58
“누가 더 과감한 오조준을 하느냐가 관건이죠.”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과녁을 맞히기 어려운 날씨에는 어떤 방법이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양궁계에서는 바람이나 비가 오는 등의 날씨의 변동이 있을 때 과녁의 정중앙이 아닌 바람 부는 쪽으로 쏘는 등의 오조준을 활용한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빗방울에 화살이 쳐지기 때문에 일부러 조준점을 좀 더 바꾸거나 조준점의 위를 쏘거나 한다고 했다. 바람의 속도, 방향, 비의 무게를 읽고 활시위의 방향을 옮기는 것이다. 한국 양궁선수들은 오랜 훈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7.23 18:08
최근 교육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금지사유에서 ‘학력을 이유로 한 차별’을 빼자는 의견을 내서 논란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노동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차별사유다. 오죽하면 보수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 때도 학력차별금지가 나왔겠는가.2010년 여당인 한나라당은 학력차별금지법안(김기현 의원 대표 발의)을 발의했다. 그 후에도 2016년 나경원 의원이 학력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할 정도였다. 법안 취지에는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원칙과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에 명시된 학력 또는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6.22 13:59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시민들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쿠팡탈퇴 운동과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6월 17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다. 새벽 5시경에 시작된 불은 이틀 동안 꺼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고 김동식 소방대장이 숨졌다. 다행히 노동자들은 무사하지만, 김동식 소방대장은 불이 꺼진 후에야 찾았다.시민들이 쿠팡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단지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도, 소방대장이 숨져서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5.25 09:54
서울의료원에 가면 정문 오른편엔 하늘을 바라보는 듯 파란색 카네이션이 서 있다. 2019년 1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추모비다.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의 근무복을 상징하는 파란 꽃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너무 빨리 별이 된 그대/ 다른 누군가 눈물 흘리는 밤/ 희망의 빛 한줄기 되어주기를”‘희망의 빛 한줄기’라…. 추모비가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까.서 간호사의 사망 직후 구성된 시민대책위의 요청으로 서울시는 3월에 ‘서울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를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4.21 10:56
얼마 전 하청차별 철폐와 불법파견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전영수, 이병락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러 갔다가 미얀마민주항쟁을 응원하는 인증 샷을 동참하게 됐다. 한국의 노동권 문제로 연대하러 갔는데 국제연대라니, 뜻밖의 실천은 뿌듯함을 남겨주었다. 울산의 활동가들은 인증샷만이 아니라 농성장 주변에는 미얀마항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하고 있었다.사진전을 열심히 한 주체 중에 ‘울산이주민센터’라는 단체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울산이주민센터니 여러 나라 출신의 이주민(또는 이주노동자)을 통해 해당 나
-
오피니언 > 명숙의 인권프리즘
2021.03.22 13:01
차별과 억압이 일상인 된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칫 권력의 언어, 억압의 태도에 포섭되기 쉽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권프리즘’을 통해 교묘한 차별과 억압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짜잔, 나 여기 있지!”숨바꼭질의 재미의 극치는 나를 찾는데 실패한 술래에게 내 존재를 알릴 때다. 어릴 적 하던 게임이 즐거웠던 것은 나를 드러내며 이길 때였다.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가능한 조건은 무엇일까.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는 때가 아닐까. 만약 누군가 나의 모습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리거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