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코로나 갑질

  • 기사입력 2020.04.02 09:25
  • 최종수정 2020.08.13 11:29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

2018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입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0.1%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밖에 있는 88.2%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필자 주]

바이러스에는 계급이 없지만 재난에는 계급이 있다. ‘코로나 갑질’이란 재난은 유독 약자에게 강하다. 노동조합이 튼튼한 회사는 대화를 통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나갈 방법을 찾지만 노동조합 밖의 직장인, 특히 비정규직에게 ‘코로나 갑질’은 유독 잔인하다,

3월 1일부터 3월 21일까지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제보 1,603건을 분석해본 결과 코로나 갑질은 전체의 36.9%(938건)에 달했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코로나 갑질’은 항공·관광업을 넘어 전 산업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같은 시기 신원이 확인 된 이메일 제보(113건)를 전수분석 해본 결과 학원・교육업 종사자의 제보는 17.7%(20건)이었으며, 사무직은 13.3%, 판매직은 11.5%을 차지했다.

두 번째는 갑질의 양상이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3월1주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 갑질은 1.3배 늘었는데, 그 중 해고․권고사직이 3.2배 늘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연차강요에서 시작한 갑질이 무급휴직을 거쳐 해고로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 3월 25일 “모든 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최대 90%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휴업을 실시하고, 직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경우 최대 90%까지 정부재정으로 휴업수당을 지원하겠다는 거다. 문제는 계약직, 프리랜서, 파견직과 같이 노동자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이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의 밖에 있다는 점이다.

“학원 강사입니다. 프리랜서 계약이고요. 교육청 권고로 학원을 휴원하여 무급휴가를 시작하였습니다. 휴원이 점점 길어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학이 연기되어 당장 다음 주도 어떻게 되어야할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휴원이 연장될 때마다 부모님들에게 공지를 돌리라고 하여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유급휴가로 70%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학원에 말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계약직으로 2년 가까이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어떤 공지도 없이 계약을 만료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건비 부담이 커서 정직원 전환이 어렵다고 합니다. 계약직은 휴업도 안 되고 구두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습니다.”

“공항 내 조업사에서 일합니다. 맨파워코리아라는 파견회사 소속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서 비행기 운항 횟수가 급감하자 무급휴가 2주를 권유하고, 현재는 절반정도를 권고사직 하겠다며 동의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웃소싱 업체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저희는 정말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나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2,735만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352만명으로 절반이 되지 않는다. 위의 사례가 보여주듯 고용보험 가입자 중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 385만명은 휴업수당 대신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고,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 노동자 300만명 역시 업체 폐업이나 계약해지로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파견용역 49만 명은 채용과 해고를 수시로 하는 ‘인력파견업종’이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대상이 되기 어렵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학원강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220만명도(한국노동연구원 조사)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해 고용보험에 가입해있지 않아 휴업수당을 받기 어렵다. 결국 취업자 2,735만 명 중 사실상 휴업급여를 받기 어려운 직장인은 2,127만명(77.8%)에 육박한다. 취업자 10명 중 8명에게 휴업급여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실업수당으로 급여의 84%를 국가가 지급하고, 영국은 휴업수당의 80%를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이례적 대응은 코로나19 라는 재난이 이전에 있었던 어떤 재난과도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도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사업주가 신청해줘야 하고, 수혜자도 제한되는 현행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 갑질’이라는 재앙에 충분한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노동소득’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노동소득보전금’을 만들어 권리 밖 직장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기간직・파견직들이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직장인들에 대한 전면적인 해고를 금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