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이진우의 99%를 위한 안전보건] 코로나와 교통사고는 막으면서, 산재사망은 왜 못 줄이나?

  • 기사입력 2020.05.27 12:04
  • 최종수정 2020.11.23 15:53
  • 기자명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269명(5.26. 00시 기준)이 사망했다. 매일 3명이 사망한 셈이다. 일터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그저 일을 하다가' 매년 약 2,4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 매일 7명이 일터에서 예고없이 죽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마스크 등 보호구 지급을 받지 못한 채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었기에 코로나19감염 유행 전부터 마스크가 필요했다.

올해 발생한 산재사망들을 살펴보면 과거 문제들의 반복이었다. 죽음을 멈출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이천 한익스프레스에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와 판박이다. 2008년 사고는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면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가스감지기나 경보기 설치가 미비했지만, 용접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서다. 이천 사고로 시공사 코리아2000과 대표이사는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런 수준의 처벌이 산재사망 시에 흔하다는 것이다. 1명의 사망에 400~500만원의 벌금이 고작이다.

노동계, 언론에서는 당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산재사망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통과되었다면, 이천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사고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보고 다른 기업들도 그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전제다. 전사회적으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창사 이래 매년 평균 1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이 끝난 다음날 산재사망이 또 발생하기까지 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일해야 하는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정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처벌강화를 통해 최소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한 업무에 대해서는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정규직화하여 적극 관리하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정부의 관리감독도 충실히 할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즉,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처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법인을 강력히 처벌해서 기업들을 망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안전에 대한 가치 추구를 촉구하는 계기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산재사망률이 낮았다. 하지만, 제정 이후에는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것이 안전보건관리자들 사이에 중론이다. 물론, 산재사망은 더욱 감소했다.

우리사회는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전 국민이 노력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5월 26일부터 시행하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큰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한다. ‘방역’에 한해서는 정부도 시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착용하지 않았던 자동차 안전벨트는 1990년대부터 각종 홍보와 안전벨트 미착용시 범칙금 부과시행 이후 현재는 미착용시 자동차에서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다. 대대적인 교통안전 캠페인과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제도가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노력은 90년대에 비해 최근에는 차대차와 차량단독에 의한 사망사고는 절반으로 감소한 결과('98 5,542명 -> '18 2,336명)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산재사망자수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98 2,212명 -> ‘18 2,415명)이다.

선택적으로 일부만 안전하다면, 이 사회가 진정 안전한 것인가? 삶을 영위하게 위한 노동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죽음을 방치하는 사회가 안전한 것이 맞는가? 코로나 사태와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사회는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아니, 더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

기업에게 강한 처벌로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게 할 수 있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21대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할 것을 촉구하며 5월 25일부터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5월 27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출범했고, 21대 국회 당선인들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찬반질의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안전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주춧돌이다. 일하는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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