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코로나19, 노동조합의 역할

  • 기사입력 2020.07.02 19:48
  • 최종수정 2020.08.13 11:34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생활 변화 △코로나19 정부정책 평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물었다.

2020년 1월과 비교하여 소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묻는 질문에 직장인 3명 중 1명(32.6%)이 소득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비정규직(52.8%)이 정규직(19.2%)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2.8배 높았으며, 특히 프리랜서들 3명 중 2명(67.6%)이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해 정규직의 3.5배에 달했다.

최근 6개월간 실직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컸다. 정규직은 4.0%가 실직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비정규직은 26.3%로 정규직보다 실직경험이 6.6배 높았다. 일용직과 프리랜서의 실직경험은 각각 정규직의 11배(44.0%), 7배(27.5%)였다. 무급휴업 강요 경험도 비정규직(24.3%)이 정규직(14.7%)보다 높았다. 비정규직 확대, 노동유연화가 만든 신분별 격차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더 극명해졌다.

일자리 방역 실패한 정부

위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코로나방역은 일정 정도 성공했지만, 일자리방역에는 실패했다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나온다. 지난 6월 19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에서 황선웅 교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확진자 1명이 발생할 때마다 취업자 92.8명이 감소했다. 독일(1.9명), 미국(24.3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비교한 10개 국가 중 1위다. 산업생산지수(대한민국 기업이 생산한 각종 물건 생산량의 증가 여부를 조사) 대비 취업자 수 감소폭도 0.7명으로 미국(1.05명)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실제로 겪은 생산 차질보다 더 많은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기존 일자리 유지보다 실업, 생계지원 등에 치중한 정부정책이 취업자 수 100만 감소(2월 4월 비교)라는 재앙을 몰고 왔다.

정부는 ‘새로운 사고와 비상한 대책’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몇 가지 대책을 내놨지만, 고용위기를 막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핵심적 정책인 기간산업안정자금은 기업에 40조 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기금 지원이 ‘고용안정 조건’ 등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파견·하청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대한항공에서 일하지만, 대한항공 직원이 아닌 아래와 같은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한항공 자회사 소속입니다. 수화물을 컨테이너에 넣어 비행기에 싣는 지상조업을 합니다. 코로나19가 퍼지고 비행기 운항 대수가 급감하면서 계약직부터 잘랐습니다. 아웃소싱 정규직들에게는 남아있는 연차를 강제로 소진시키게 했고, 무급휴직을 포함해 10~15일씩 쉬게 했습니다. 또한, 월 3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무급휴직이 불법이기 때문에 휴업급여를 주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라고 했더니 “아웃소싱 회사이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한항공이나 한국공항의 지시가 없으면 인력파견업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고, 불법이어도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실업, 생계지원 대책도 문제다. 취업자 2,700만 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실업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서 6개월간 실직을 경험한 응답자 중 76.0%가 실업급여를 ‘받은 적 없다’고 응답했는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음’이 가장 높게(50.0%) 나타났다.

미용실을 다녔습니다. 출퇴근 시 단톡에 근태 보고를 했고, 출근, 근무 중, 퇴근 전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매장 상황이 힘들어지자 격일출근을 하라 하셔서 몇 주 격일출근을 하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그만뒀습니다. 터무니없는 월급 때문에 노동청에 진정했더니, 근로감독관이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면 근로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고,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 걱정입니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특수고용노동자 220만 고용보험 적용도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은 프리랜서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월 50만 원씩 3개월 지급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뿐이다. 프리랜서를 임시가입자로 편재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긴급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정치적 수사만 가득한 정부의 방관 속에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은 오늘도 피난민처럼 헤매고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방파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차이도 확인됐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14.7%)들은 노동조합 조합원(4.2%)에 비해 실직경험이 3.5배 높았다. 권고사직・계약해지를 경험했다는 응답, 무급휴업 강요를 겪었다는 응답 역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이 노조 조합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노동조합이라는 방파제가 코로나19 고용재난의 피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재난을 막는 방파제는 가장 열악한 곳을 향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의 고용유지정책은 노동조합 밖 노동자들의 방파제가 될 수 없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해고금지,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마련을 위한 긴급대책이 방파제다. 민주노총이 실체 없는 선언에 집착하기보다 노동조합 밖 88.2% 노동자를 지키는 방파제로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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