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잊고 싶지 않아서 문신으로라도 남기고 싶은 사람, 전태일”

[전태일 50주기 기념 사진전 인터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강혜지

  • 기사입력 2020.07.23 17:24
  • 최종수정 2020.11.23 15:46
  • 기자명 변백선 기자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 속에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오는 11월, 지금의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현재를 사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 우리는’. 사진전에 앞서 민주노총이 만난 여성노동자들을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잊고 싶지 않아서 문신으로라도 남기고 싶은 사람, 전태일”

정신건강사회복지사, 강혜지

강혜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선전부장. ⓒ 변백선 기자
강혜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선전부장. ⓒ 변백선 기자

강서구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강혜지라고 합니다. 현 직장에서는 4년차가 됐어요. 첫 직장은 정신과 병원에서 2년 동안 일 했고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첫 번째는 조현병, 조울증 등 중증정신질환자분들을 위한 지원사업이예요. ‘사례관리’ 서비스라고 센터에 등록을 하시면,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상담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는 우울하거나 불안 등 마음건강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한테 서비스를 드리고 있고, 자살위험이 있는 분들에게 자살예방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연령층은 아동부터 노년까지 아주 다양해요.

정신건강상담은 심리상담과는 다르게 내가 마음에 위험신호가 있다, 근데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 할 때 센터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지금 상태에 대해서 평가를 해드려요. 얼마나 우울한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 평가를 해드리고, 기본적인 상담을 몇 회기 진행한 후에 대상자한테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는 게 주 역할이에요.

제 인생의 자랑 중 하나는 중딩 때의 장래희망을 지금 갖고 있는 거예요. 중학교 졸업앨범에 보면 청소년상담사를 하고 싶다고 써져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 진학했죠.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하면 아동청소년, 노인복지, 정책분야 등으로 갈 수도 있고 다양한데, 저는 학부수업 중에 정신건강론이 재밌었어요. 일단 그 내용이 관심이 갔고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셨는데, 미디어에 보여지는 정신장애인 이미지에 대해서 분석해서 제출해라 했어요. 정신장애인이 등장하거나 정신장애인 자체를 다룬 TV프로그램이나 문서 등을 분석했을 때, 지금도 비슷한데요 그때는 충격이었어요.

우리사회에서 가장 심한 혐오를 받고 차별당하는 대상이 저는 정신장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라는 서비스 안에서도 사각지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은 일하면서 더 확고해진 거 같아요. 정신장애인 분들을 위한 자원이 부족하고, 이들을 향한 혐오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얼마 전에 책을 썼어요. ‘우주 마음속으로’. 우울하고 죽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우주가 어떻게 회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글이에요. 왜 우주 마음속으로냐면, 주인공 이름이 우주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는 개인의 상처는 모두 우주만하다고 생각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을 해왔어요. 그래서 우주만한 상처를 저도 계속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때마다 저는 좋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런 노조활동 자체도 저한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고 많이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보건소마다 있어요. 물론 따로 위치되어 있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보건소와 같이 있죠. 은근히 이런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아시는 분들이 사실 많이 없어요. 아직도 정신건강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성향이 아주 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울한 것도 의지가 약해서라고 하고, 배 아프고 감기 걸리면 내과는 수시로 가는데 정신과 간다는 거는 의미가 다르잖아요. 턱이 훨씬 더 높고.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거 같아요.

마음건강을 돌보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심리적외상에 노출될 때가 많아요. 대상자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증상이 악화되어 불안정해지시면 타해위험이 있기도 하시거든요. 그런데 힘든 마음에 대해서 도움 받을 수 있는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어요.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도 건강 챙겨줄 수 있근데 말이죠. 저희 조합원분들도 아무리 머리로는 알지만 힘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한테 의지가 되고 연결되는 게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민주노총에서 관련 부서라든지 절차를 꼭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폭력적인 사회에 너무 노출되기도 하고 노조 힘들잖아요.

강혜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선전부장. ⓒ 변백선 기자
강혜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선전부장. ⓒ 변백선 기자

최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그런데 센터의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여전한 문제예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의 근속년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상담사 한 명 당 25명 수준이 맞다고 하는데, 1대 25로 운영되는 센터는 없을 거예요. 많게는 60~70명까지 보고 있어요. 갑자기 응급상황이 터지면 응급출동을 나가야 하고, 수시로 의뢰를 받고, 담당 사업까지 해야 하다 보니 중증정신질환자의 사례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다른 사업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고용 환경도 매우 열악해요. 대부분은 센터를 구에서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병원에서 위탁하고 센터장은 그 병원 주치의가 비상근으로 있죠. 근데 이 위탁은 대부분 3년이고 3년마다 재계약해야 해요. 직영인 곳은 보건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시간선택제 임기제 등 안정적이지 않는 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어요.

2016년 시청 앞에서 “진짜 사장 나와라”며 53일간 파업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그때 병원에서 일할 때 였어요. 비조합원의 신분으로 농성장에 혼자 연대투쟁을 가기도 했고요. 그때 당시 서울시장이 직접 저희랑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잘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보람된 일도 많아요. 최근에 떠오른 거로 얘기하면 집 밖으로 안 나오시던 분이 있었어요. 되게 우울하시고 자살위험도 있으셨는데. 젊으신 분이었는데 안정감을 느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라는 것을 최근에 좀 느꼈어요. 왜냐면 집밖에 나오시지도 않고 항상 모자랑 마스크 쓰시고 고개 숙이고 있고 그러셨는데, 어느 날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웃으며서 걸어오실 때 행복했어요. 만약에 초반에 저였더라면 엄청 마음이 급했을 거에요. 이것도 해야 되고 같이 불안하고. 자살위험 있으신 분들은 항상 그런 긴장감을 주죠. 대상자분이 말할 수 있을때까지. 근데 지금은 당사자를 위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제 발목에 전태일 열사 관련된 문신이 있어요. 365일 중에 날마다 탄생화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네 개의 날을 탄생화를 엮었어요. 그중 하나가 전태일 열사 분신하신 날 11월 13일 이에요. 저에게 전태일이란 잊고 싶지 않아서 문신으로라도 남기고 싶은 사람. 살다보면 그 정신을 자꾸 잊게 되잖아요 전태일 정신을. 죽기 전까지는 꼭 갖고 가고 싶은 정신이죠. 한번은 제가 면접보러 갔을 때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질문이 있었는데 전태일이라고 했어요. 면접관들이 다 황당해 했죠.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나를 위해 투쟁해준다 라는 느낌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못 느낄 거 같아요. 부당한 것에 있어서 나를 위해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준다라는 것은 저는 노동조합 뿐 이라고 생각해요. 노조 활동은 젊을수록 좋다는 것 같아요. 민주노총 안에서도 대부분 나이 있으신 분들이 운영하는 민주노총은 바뀌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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