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이진우의 99%를 위한 안전보건] 노동자의 1/4이 소외된 근로자건강진단 제도

  • 기사입력 2020.08.19 20:03
  • 최종수정 2020.11.23 15:52
  • 기자명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지난 글에서는 작은 사업장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한국근로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수준을 확인해 본다. 고용상황으로 근로자건강진단 등 연속적 산업보건서비스에서 소외된 현황도 확인해보자.

 

비정규직은 몇 명일까?

 

통계청이 2019년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김유선의 연구에서는 비정규직 규모가 856만 명(임금노동자의 41.6%)이다. 이는 임시일용직과 상용이지만 한시, 시간제, 파견, 용역, 가내, 호출근로, 특수고용형태의 비정형 노동을 하는 경우까지를 추계한 방식이다. (추계 방식은 연구자마다 상이. 이글에서는 김유선의 연구결과로 서술) 이 연구에 따르면, 산업별로 제조업의 19.7%(77.6만명), 건설업의 60.6%(98.6만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의 70.6%(87.6만명), 운수업의 30.7%(24.8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비정규직은 많다

 

[그림1] 사업체 규모별 비정규직 규모(2019년 8월)
[그림1] 사업체 규모별 비정규직 규모(2019년 8월)

 

[그림1]에서 보듯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정규직 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을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15.4%인데, 5인 미만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69.7%, 5~9인은 53.4%, 10~29인은 41.7%가 비정규직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비율이 사업체 규모에 반비례하는 특징은 장기임시근로와 기간제근로, 시간제근로, 호출근로, 파견용역근로 모두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절반은 1년 미만으로 일한다

 

[그림2] 근속년수 평균값과 계층별 분포(2019년 8월, 단위: %)
[그림2] 근속년수 평균값과 계층별 분포(2019년 8월, 단위: %)

 

비정규직은 근속년수가 짧다. 비정규직 중 1년 미만 근속인 경우가 56.1%다. 2,056만 명 노동자 중 41.6%가 비정규직이고, 이중 56.1%가 1년 미만만 해당 사업장에서 일한다. 근속기간이 짧으면, 연속성이 중요한 건강진단, 사후관리, 직업병 상담 등 산업보건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1년 미만으로 일할 때 발생하는 건강진단 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검진과 별도로 근로자건강진단 제도가 있다. 일하는 사람은 직장에서 다양한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다. 근로자건강진단을 통해 건강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여 직업성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상시 근로자에 대해 일반건강진단을 하고, 보다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일반건강진단에 더해 배치전·특수·수시 건강진단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건강진단은 보통 1년을 주기로 진행한다. 결국 480만명 규모의 노동자는 고용기간이 짧아서 연속적인 산업보건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검진에서 배제된 사람들

 

[그림3] 비정규직의 경우는 건강보험에 직장, 지역 어떤 방식으로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율이 2.7%다. 23만명 정도로 추산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는 일반검진을 통해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수 없는 노동자의 수가 23만이다.

 

[그림3]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적용률(2019년 8월, 단위: %)
[그림3]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적용률(2019년 8월, 단위: %)

 

건강보험 중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높은 고용형태는 특수고용, 호출근로, 장기임시근로 등이다. 지역가입으로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검진을 받으면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도의 근로자건강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9.5%만 직장가입자이고, 이들만 근로자건강진단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9개 직종(①보험설계사 ②레미콘기사 ③학습지교사 ④골프장캐디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⑦대출모집인 ⑧신용카드회원 모집인 ⑨대리운전기사)에 한해 산재보험이 특례적용 되고 있었다. 2019년부터는 27개 건설기계 1인 사업주 전체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고 산재보험에 당연 가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 가능 업종도 확대되고 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들에 대해 체계적인 적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2020년 1월 16일부터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각 직종에 따라 극히 일부조항만 적용되고 있고, 근로자건강진단 등 보건조치에 대한 부분은 전무하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산업보건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비정규직 사용 비율이 높고, 비정규직 중 2.7%(23만명)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근속년수는 평균 2.3년에 불과하며, 정기적인 근로자건강진단 주기인 1년보다 짧은 근속년수를 가지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은 산안법에서 근로자건강진단을 받아야 할 권리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고용안정성과 고용형태에 따라서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달라지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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