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불합리한 것 바꾸기 위해 실천하는 조합원들이 전태일”

[전태일 50주기 여성노동자 인터뷰]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

  • 기사입력 2020.09.22 10:39
  • 최종수정 2020.11.23 15:46
  • 기자명 변백선 기자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불합리한 것 바꾸기 위해 실천하는 조합원들이 전태일”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

최선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유치원방과후전담사분과장. ⓒ 변백선 기자
최선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유치원방과후전담사분과장. ⓒ 변백선 기자

 최선미입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한 지는 7년째 됐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6개월 근무했었어요. 교육청에서 공고가 나서 합격하고 채용되어, 2014년 10월에 교육청 소속으로 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이 다양한데 저는 하루 6시간 근무를 하고 있어요. 12시에 출근하면 급식을 지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요. 우리 유치원은 5,6,7세가 있는데, 5세는 자기 식판을 들기가 어려워서 떨어뜨리는 경우가 생겨서 급식 선생님들이 밥을 떠주면 받아서 자리 앞에다 놓아주고 같이 밥 먹으면서 챙기고 있죠. 식사가 끝나고 나면 수업 준비를 하고 정교사와 1시에 교대를 합니다. 특별활동이 없는 날은 제가 수업을 하는데 하루는 과학을, 하루는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수업 이후 자유 놀이를 하고, 3시쯤 간식을 먹고, 귀가 시간이 되면 애들 챙겨서 보내고, 교실 정리 등 마무리하는 것까지 오후 일정 전반적인 것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편의점을 운영했었어요. 한번은 한 어린이가 제가 있을 때만 편의점에 오는 거예요. 아르바이트나 다른 사람 있을 때는 안 들어온다는 거 있죠. 그 어린이 엄마도 저에게 그렇게 얘기하고요.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아이를 키울 때, 품앗이라고 해야되나요. 음식을 하는 걸 좋아하는 옆집 이웃이 음식을 할 때면 저는 아이들을 봐주곤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더 알게 됐어요. 이후 어린이집을 차릴 생각으로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서 일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 원장이 어린이들을 위하는 것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퇴색되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살펴봤는데, 보육교사나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들을 채용하는 것을 보고, 지원을 하면서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직접 채용하지만, 예전에는 학교채용이었습니다. 문제점이 많았지요. 당시 불리는 것도 보조교사였죠. 정교사가 이것 좀 하세요 하면 그걸 해야 하고, 안 하면 갑질 아닌 갑질로 못 견디게 해서 나가는 일이 많았나 봐요. 그 피해는 어린이들한테로 가니까 교육청 채용으로 바뀐 거겠죠. 학교마다 문제가 많았던 것이 금세 바뀌지는 않으니, 지금도 정교사의 일방적인 지시가 많아요.

우리 사회가 학벌로 서열을 세웠잖아요. 임용고시 통과했으니, 나는 당연히 대우 받아야 해 라는 인식이 깔려있어요. 사회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이 학벌 사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고 봐요.

저는 오후반을 전담하면서 정교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담임으로 인정을 안 해주고 있죠. 지금 6시간을 근무하니 정교사와의 차이는 단지 행정업무를 하느냐 안 하느냐로 볼 수 있는데 저와 같은 일을 하는 8시간 선생님들은 행정업무도 하고 있지요. 저 같은 6시간 유치원방과후전담사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고요. 또한, 일을 하면서 의견을 낼 수 없어요. 정교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우리는 그냥 따라오면 된다 라는 식이에요.

교육청에서는 올해부터 1년 계약제로 5시간 시간제기간제라는 나쁜 일자리를 또 만들었어요.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데 유치원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여 또 구분을 하고 있지요. 5시간제기간제도 정교사랑 유치원방과후전담사랑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학교마다 줄어드는 경향이니, 쉽게 고용하고 다음 해는 채용 안 하면 되니 행정이 편리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정원을 채우지 않고, 이제는 5시간제기간제로 바꾸고 있어요. 예전에는 임시강사도 채용해서, 지금도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정교사와 비슷한 업무, 방과후전담사의 8시간 업무를 하는 정도라고 보면 되지요.

우리 유치원방과후전담사는 4시간, 5시간, 6시간, 7시간, 8시간 다양합니다. 학교에서의 채용을 교육청 채용으로만 바꾸고, 학교 근무조건은 그대로 뒀어요. 채용하는데 있어서 유치원 정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만 뽑고 싶어도 급여 문제에서 인원 충당이 안되니, 보육교사까지 넓혀서 채용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준거예요. 오전 정교사 자리에 1년 기간제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유치원에는 이렇듯 같은 일인 듯 다른 일인 듯 나눠서 5부류의 선생님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최선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유치원방과후전담사분과장
최선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유치원방과후전담사분과장. ⓒ 변백선 기자

 유치원은 5세는 16명, 6세는 22명, 7세는 26명까지 정원화 되어 있어요. 초등돌봄 정원보다 더 많아요. 사립유치원 기준으로 인원만 반영했지 이에 따른 선생님 인력 충원과 시스템은 없습니다. 정교사 선생님들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요. 근데 움직이질 않아요. 그래서 변화도 없고요.

코로나 19 시국 속에서 거리 두기 제한 공문이 내려왔어요. 오전에는 10명씩 세 반으로 나누어서 거리 두기가 가능해요. 하지만 오후에는 그 인원을 두 개의 반으로 하니 기본 15명으로 되지요. 학교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인력 충원으로 오후반도 세 개의 반으로 되어야 거리 유지를 할 수 있거든요.

저는 2016년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어요. 조합원이 아닐 때 교육을 받으러 갔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부분들이 불합리한 거더라고요. 불합리한 것들이 그냥 행해지고 있었어요.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노동조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노조 활동에 대해서 얘기하면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고요. 제일 민주적이어야 하는 곳이 학교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병가나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유치원 부장선생님이 계셔도,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을 직접 찾아가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보고 체계 시스템으로 더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교육청과의 단체협약 맺은 게 있잖아요. 근데 단협을 모르시니까 아예 노동조합을 모르니까 파업하고 나서 다시 출근하면 애들 두고 갔다고 찍히는 거죠. 그래서 갑질도 조금 받았어요. 그래도 꾸준하게 파업에 참여했어요. 그랬더니 주변이 조금 바뀌더라고요. 불합리한 것들을 노동조합에서 많이 알렸어요. 이제는 부모님들도 사회적으로 들은 바가 많아서, 파업을 할 때면 잘 갔다오시라고 응원하고 인사해주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화장실이 낯설어서 실수하는 것 등을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면 어느새 다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을 봐요. 여기는 위치상 외국인, 다문화 어린이들이 많아서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데 한두 달이 지나면, 우리 어린이들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거에요. 그런 변화가 보일 때 보람으로 느껴져요.

저에게 전태일 열사는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시달리는 어린 시다들을 위해 일한 거잖아요. 열사의 정신을 계속적으로 우리가 이어 가야 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 선생님들 또한 이 시대의 전태일이라고 생각해요.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합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조금이라도 바뀌고 있다고 느껴요. 학교에서는 평등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요. 누리는 사람은 몰라요. 실천을 이끌어내는 우리 노동조합원 선생님들이 이 시대의 전태일입니다.

우리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선생님들은 여성 노동자들이에요. 그리고 젊은 분이 있기는 하지만, 40대 50대가 많죠.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거리가 없어요. 그나마 자격증을 갖춰 채용되신 분들이죠. 여성노동자가 많은 일자리는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에서는 아들은 공부해서 성공해야 되고, 딸들은 밑받침이 되는 거였어요. 그것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말로는 평등, 민주 하는데 아직도 부족하죠. 우리가 더 알리고 변화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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