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코로나19 실직경험, 비정규직 정규직의 7.3배

  • 기사입력 2020.09.25 17:38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었고, 정은경 청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았던 국민들의 노력과 신속하고, 투명하게 집행된 행정이 만든 성과다. 코로나방역이 합격점이라면, 일자리방역은 어떨까. 
직장갑질119에 코로나갑질(무급휴업・연차 강요, 해고 등) 제보가 처음 들어온 것은 2월 중순. 8개월간 코로나갑질 제보는 끊이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제보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음을 알려왔고, 정부에 긴급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실태파악은 고사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만을 내놓았다. 최근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의 변화 3차 설문조사’는 생색내기 정책이 코로나 노동난민을 양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9월7일부터 9월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차 설문조사에서 “지난 8개월 본인의 의지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5.1%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6월에 진행됐던 2차 설문조사 12.9%보다 높아진 응답이다. 실직경험은 비정규직(31.3%)이 정규직(4.3%)보다 7.3배 높았다. 연차를 소진하고, 연봉을 삭감하고, 무급휴가를 견디면서 고통분담에 나선 비정규직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라는 재앙이었다.

코로나 초기인 지난 3월 회사가 매출 감소를 이유로 여러 직원들을 내보냈습니다. 사직서를 쓰지 않는 대신 연봉을 50% 삭감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해서 모두 서명을 했습니다. 절반으로 줄어든 월급으로 생활하기 어려웠지만 어쩔 수 없이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사직서를 쓰라고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으로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실업급여도 못 받고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도와주세요. (2020년 9월) 

맞을래, 죽을래. 간신히 해고를 피한 노동자들은 휴업으로 내몰린다. 8개월간 비자발적 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8.4%였는데, 비정규직(31.3%)이 정규직(9.8)에 비해 3.2배 높았다. 비자발적 휴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휴업수당 지급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결과,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가 60.9%였고, ‘법정 휴업수당보다 적은 금액으로 받았다’는 응답이 11.4%였다. 특히 비정규직은 73.6%가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34.6%),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31.6%), 회사에 무급휴업 동의서를 제출해서(15.8%) 순이었다.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실직을 경험한 직장인 80.8%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은 85.6%로 더 높았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 보험에 가입되지 않음(54.1%)이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고,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사회안전망은 대한민국 일터를 덮친 코로나19 재난에서 비정규직을 지키지 못했다. 

인쇄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회사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고, 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휴업수당의 회사 부담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사장이 회사가 어렵다며 인력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동료들이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권고사직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020년 9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감염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9.0%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반대로 51.9%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노동난민 양산. 정부의 일자리방역은 낙제다. 
코로나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직과 소득감소, 가정파탄의 코로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코로나 노동난민에게 밧줄과 구명조끼를 던져줘야 한다.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을 고용보험 임시가입자로 가입시켜 이들에게 최소 6개월 이상 ‘재난실업수당’(코로나 소득보전금)을 개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던 대통령의 각오가 정책으로 드러나길 바란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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