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타투이스트가 한 명의 노동자로 인정받는 날이 오게 하고 싶어요”

[전태일 50주기 여성노동자 인터뷰]
타투이스트, 윤지수

  • 기사입력 2020.10.04 09:52
  • 최종수정 2020.11.23 15:47
  • 기자명 송승현 기자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타투이스트가 한 명의 노동자로 인정받는 날이 오게 하고 싶어요”

타투이스트, 윤지수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타투이스트 윤지수입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조합원이에요. 타투는 2015년부터 시작했고요, 노동조합은 노조가 생긴 올해 3월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시각디자인과를 나오면 보통은 디자인이나 브랜딩 쪽으로 진로를 정하기 마련이에요. 클라이언트 요구를 받아서 하는 일이죠. 그런데 저는 제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회사에 다니면 거래하는 클라이언트 요구에 일일이 맞춰야 하잖아요. 그런 데는 흥미가 없었거든요.

타투유니온지회장이 타투이스트 도이 님인데, 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그분도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타투이스트를 하기 전에 회사도 다니셨고요. 상담을 많이 했죠. 그러다 도이 님 일하는 모습이 제가 하고 싶던 모습과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로를 타투로 정했어요. 타투이스트가 된 거예요.

어떤 사람들이 물어봐요, “한번 타투를 하면 그다음부터 자기 몸이 다 도화지로 보인다던데, 사실이냐?”라고요. (웃음)

타투 하나를 시작하면 몸이 레이아웃처럼 보이긴 해요. 디자인 레이아웃을 짜는 것처럼, ‘여기에 이런 그림 하나 있으면 예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이 그림이랑 저거랑 어울릴 것 같고, 반팔 입었을 때 이렇게 보이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요.

타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 유일한 디자인을 내 몸에 새겨서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얼굴에 화장하는 것과 비슷하죠. 화장처럼 지워지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도 같고요. ‘예전에는 내가 이런 걸 좋아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남들과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게 타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손님에게 맞는 디자인을 바로바로 뽑아내는 걸 보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요. 타투도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입시 생활을 오래 하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땐 입시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도 오래 했거든요. 그림을 그려서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 프로그램 쓰는 것들, 사진 찍고 보정하는 등 학교 때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집안이 군인 집안이에요. ‘우리 집에는 예체능 피가 없다’ ‘조폭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건 안 된다’ ‘타투는 불법인데, 너 어디 잡혀가려면 어쩌려고 그러냐’ 등, 타투를 시작할 땐 말이 참 많았어요. 아직 우리 사회는 타투에 대해 어둡고 무섭다는 인식이 많으니까요. 당시엔 지금 우리가 하는 타투 장르도 없었고요. 들리는 말은 온통 다 부정적인 말뿐이었어요. 응원은 전혀 없었죠.

제가 타투를 시작할 때부터 그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어요. 한 6~7년 정도 된 거 같은데, 타투가 혐오스럽거나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몸에 꾸민다는 인식이 넓어졌죠. 우리가 K-타투라고 부르는, 한국에서 하는 장르를 외국에선 신기하게 봐요. “이거 진짜 타투야? 어디서 받았어? 안 지워져?”라고요. 국내 타투이스트가 해외로 스카웃되는 경우도 많아요. 범죄자처럼 보는 우리와 달리 외국은 타투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좋거든요.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요.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저희는 타투를 통해 그런 사회적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요. 타투의 밝은 면을 알리고 그런 목소리도 많이 내려고 하죠. 작업실도 화사하게 꾸미고 카페처럼 인테리어를 해서 손님들이 편안하게 올 수 있게 하고요. 예전처럼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 모니터 불빛 하나만 켜놓고 몸에 그림을 그리는, 무섭고 어두운 문화가 아니란 걸 알리고 싶어요. 다행히 대중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투가 몸과 몸이 닿으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안 좋은 문제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해요. 예전보다 문화가 더 밝아졌다고 해도요.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만 있는 걸 어려워하는 타투이스트도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고요.

어떤 커뮤니티에는 ‘타투이스트에게 돈 뜯어내는 법’이란 게시물도 있대요. 타투를 받고 마음에 안 든다고 환불 요구하다가, 뜻대로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걸 핑계로 돈을 요구하는 거죠. 최근에도 같은 건으로 노조에 연락을 주신 분이 있었어요. 다행히 그 경우에는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썼던 증거가 남아서 처리는 잘 됐지만, 타투가 여전히 뒤에서 작업을 해야만 하는 직업 특성상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기기도 해요.

지금 타투이스트는 미용문신사와 합쳐서 관리된다고 해요. 그분들 제외하고 타투이스트만 따져보면 3~5만 명으로 본대요. 직업으로 타투를 하는 사람들이요. 바꿔 생각하면 쉽게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큰 탓이기도 해요. 합법이 아니라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하는 사람도 많죠. 그러다보니 체계적인 교육도 없고 정보를 함께 공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요. 조합원들이야 노조를 중심으로 공유가 된다고 하지만요.

타투는 바늘로 피부 아래 진피 상단을 긁어내는 작업이에요. 멸균 작업까지 할 일은 아니지만 위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노조에선 피부과 의사를 모시고 질의응답을 하기도 합니다. 각자가 하는 작업에 따라 의사에게 배우고 싶은 부분들이 많거든요. 가령 위생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장갑이며 각종 도구는 무조건 일회용품을 쓰고, 작업이 끝나면 버린다던가. 타투가 예전처럼 음성적으로 하는 문화가 아니니 그것에 맞게 위생교육과 지침을 세워 잘 따라야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 타투유니온지회는 위생 가이드 교육 지침을 만들고 있어요. 타투이스트라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공부도 정리하고 프로그램도 짜서 교육도 진행하고….

그래서 타투 합법화가 필요해요. 소비자와 타투이스트 모두의 권리를 위해서예요. 또 체계적인 타투 문화를 만들고 왜곡된 인식을 없애려면요.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저는 오전에 출근해서 늦으면 밤 12시까지 일하는 때도 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손님 상담하고, 오시면 타투를 하고요, 끝나면 사진을 찍어서 SNS에서 관리도 하고 다음 날 해야 할 도안을 그리고…. 그러다 보면 하루에 10~15시간씩 일을 합니다. 어떨 때는 퇴근하고 집에서도 도안 그리고 SNS를 하고 그러죠.

타투는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예요. 손님 개개인을 상담하는 데서 에너지 소비가 많고요, 기계를 꽉 쥐고 일정한 자세로만 작업을 하다 보면 목디스크나 어깨통증, 손목터널증후근, 손가락관절염도 오고 집중하다 보니 눈 안압이 높아지기도 해요.

치료 방법은 병원밖에 없어요. 한 번 가서 도수치료도 받고 충격파도 받는데, 비용이 10~15만 원씩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4대보험이 되는 직업이 아니니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노조에서는 1년에 한 번 받는 정기검진이라도 지키자고, 녹색병원과 협업해서 타투이스트 보험처리를 하려고도 해요. 저희도 노동자니까요.

민주노총 소속 다른 노조 조합원과 비슷하다고 봐요. 타투이스트가 해외에선 아티스트 또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도 똑같이 노동을 하고 있는데도요. 세금도 내고 정당하게 우리가 우리를 지켜가면서 일을 하고 싶어요. 직업으로 인정도 받고요. 즉,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거죠.

젊은 사람들은 타투이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잘 알고 있어요. 예전처럼 ‘문신’으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어린 친구들로부터 “제가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란 연락도 받거든요. 의외로 많아요. 장래희망으로 생각할 만큼 활발하게 타투 문화와 시장이 성장하고 노동을 하는 타투이스트도 늘어나는데, 정작 우리는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저희 집안이 군인 집안이라고 했잖아요? 가족들은 정치나 사회, 역사, 노동 이런 데 관심이 많은 반면, 저는 그런 이야기를 늘 흘려듣기만 했어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회사다니는 것도 아닌 데다 ‘지금 불법이면 언젠가 합법화되겠지…’ 그런 생각만 갖고 있었죠.

그런데 이 일에 진지해지고 일하는 자세도 달라지면서 “어? 나도 노동을 하고 있는데, 왜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도이 님 따라서 노동조합도 가입하게 됐고요. 도이 님은 제가 타투 시작하기 전부터 노동,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늘 제게 ‘나는 노조 만들어서 할 거야’라는 어필도 했죠. 그러다 진짜 노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일요일에는 일을 쉰다는 게 예전에는 당연하지 않았던 거잖아요. 그러다 이제는 일요일에 쉬는 게 당연한 일이 됐어요. 지금 제 목표도 그래요. 타투이스트가 하나의 직업, 한 명의 노동자로 인정받는 날이 오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타투유니온지회도 출범했거든요.

어차피 이 운동은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싸워야 하고, 싸울 거라면 조금 더 아름답게 투쟁하고 싶어요. 타투 합법화나 노동자성 인정이 우리끼리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관심을 가져줘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돼야 해요.

타투를 처음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을 때 도이 님이 그랬어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게 지수 씨가 같이 타투 쪽에 있어도 좋을 것 같다”라고요. 그 말 그대로 더 많은 타투이스트가 모여서 함께 한목소리를 내면 좋겠어요.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윤지수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언론홍보부장.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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