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돌봄 영역의 모두가 소중한 노동자죠”

[전태일 50주기 여성노동자 인터뷰]
아이돌보미, 배민주

  • 기사입력 2020.11.06 08:26
  • 최종수정 2020.11.23 15:47
  • 기자명 송승현 기자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돌봄 영역의 모두가 소중한 노동자죠”

아이돌보미, 배민주

 

배민주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아이돌봄서경지회 부지회장. ⓒ 송승현 기자
배민주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아이돌봄서경지회 부지회장. ⓒ 송승현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배민주입니다. 일을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니까, 지금 7년 넘었네요. 돌보미 하기 전엔 가정주부였어요. 그전엔 사무쪽 일도 하고 컨설팅 회사에도 있었고요.

직장 생활하는 여성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일이 이어질 수 없었어요. 가정 꾸리고 육아를 하는 몇 년 동안 일을 손에서 놓았으니까요. 다니던 곳에서 다시 와주길 바랐지만, 현실적으로 그 일에만 올인할 수 없겠더라고요. 가정도 있죠, 아이들 크면서 신경 쓸 일이 한둘인가요? 사회적으로도 벽이 있다고 말하지만, 더 큰 문제는 스스로가 만든 벽이 생긴다는 거예요. ‘나는 이제 안 되겠네’라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는 거죠.

여성은요,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하는 순간부터 삶이 달라져요. 확 달라져요. 나라에서 이 부분을 챙겨줄 수 있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에 대한 정책만큼은 다르게 가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돌보미를 하게 된 것도 그래요. 제게는 수입원이 되기도 하지만, 젊은 여성들을 먼저 생각했어요. 다들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취업을 했잖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육아 때문에 일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 같은 사람이 아이돌보미를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 아닐까 싶었죠.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거든요. 부모님에게 맡기자니 미안하고, 어린이집은 시간이 너무 짧고.

아이돌보미는 여성가족부가 주관이 돼 각 시군구와 함께하는 매칭사업이에요. 서울의 경우 구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라고 있거든요. 센터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서류전형을 거쳐서 2주 동안 교육을 받아요. 또 10시간 실습도 하죠. 그렇게 입사해서 일을 시작하면 센터에서 선생님(아이돌보미)에게 이용자를 배정해줘요. 그럼 배정받은 집에 가서 일하게 되는 거죠.

예전엔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어요. 10명 뽑는데 120여 명 지원하기도 했으니까요. 지원자 중에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분도 있고 그랬죠. 자격증이 있으면 교육 시간이 줄어요. 급여는 똑같이 받지만요. 저희는 시간당 페이로 받고 있어요.

아이돌보미 업무는 말 그대로 신청자 집에 가서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거예요. 가사 일을 하거나 아이들 학습을 도와주는 건 아니에요. 부모가 준비한 음식을 차려서 먹인다든가 아이들 목욕을 시킨다든가. 초등학생을 돌볼 때에는 간식도 챙겨주는 일을 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막상 이용자 집에 가 보면 아이가 먹을 게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규정상 불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선생님~ 계란 후라이 하나만 해주세요’ 그러면 안 해줄 수 없단 말이에요. 현실은 그래요. 경우에 따라선 오전, 오후에 방문하는 선생님(돌보미)이 다를 때도 있거든요. ‘오전 선생님은 설거지도 다 해주셨는데 오후 선생님은 왜 안 해주느냐?’ 이런 말도 나와요.

규정처럼 아이와 놀아주기만 하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요즘에는 가정에 부모나 조부모가 계시는 가정도 있어요. 우리 업무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데, 그런 상황이 되면, 특히 조부모님이 계시면 함께 돌봐드려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해요.

그러니 아무래도 이용자와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도 생기기 마련이에요. 이용자 입장에선 ‘오신 김에 이것 좀 더~’ 이렇게 되고, 우리는 우리 규정이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면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하죠.

그럴 땐 센터에서 중재를 해줘야하는데, 센터는 이용자 처지에서만 얘기할 수밖에 없나 봐요. 민원이 무서우니까요. 그렇다고 여성가족부에 얘기해도 바뀌는 게 없어요. 우리는 매뉴얼을 만들어서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요구하거든요. 돌보미 선생님들은 매년 16시간씩 교육을 받아요. 온라인 교육도 병행하고요. 그러면 돌봄서비스 이용자들도 최소한 1년에 한 시간이라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얘기하고 있어요. ‘선생님에게 가사 일 시키면 안 된다’ ‘이럴 때는 돌봄서비스가 중단된다’ 이런 교육을 해달라는 거죠.

우리나라가 잘못된 것 중 하나가 돌봄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요양보호사도 그렇고 장애인활동보조사도 그렇고요. 본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인데, 이것을 갑과 을의 관계로만 생각하거든요. 서비스 자체가 이용자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까 그런 어려움이 많아요.

돌봄서비스는 절대적으로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는 일이에요. 사무실에 출근해서 내 일하고 퇴근하는 게 안 돼요. 설령 퇴근했어도 아이가 좀 아팠다면 지금은 어떤지 연락도 해보게 되거든요. 우리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사, 가사도우미까지 다 똑같아요, 암암리에 ‘여기 센터는 이것도 해주던데…’라는 말이 나오니까요.

아이돌보미의 역할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예요.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놀이를 같이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부모에게 인계하는 게 업무예요.

우리는 센터를 통해 매칭된 집을 방문해요. 이용자가 ‘그만 오시라’고 하면 다른 집에 매칭되는 거죠. 그래서 오전에 가는 집과 오후에 가는 집이 다를 수도 있고요, 출퇴근 시간도 다 달라요. 52시간 근무제가 없을 때는 하루 12시간도 넘게 일했어요. 어떨 때는 한 집에서 종일 있기도 했죠. 그럴 땐 아이 양육을 전담하다시피 하기도 해요. 또 이용자가 한 달만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음 달부터 우린 그냥 놀아야 해요. 그래서 급여가 오르락내리락하죠. 뭐, 시급은 정해져 있어요. 전국적으로 8,600원 같은 임금을 받아요.

아이돌보미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지만, 관리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해요. 그런데도 모든 지침은 여가부에서 내려와요. 자기들이야 어찌 됐건 간에 아이돌보미는 ‘직접고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죠. 왜 돌봄서비스 사업을 여가부가 맡았는지 모르겠어요. 왜냐면요, 아이돌보미와 노인보호사, 장애인활동보호사가 서로 매칭이 돼야 하거든요. 보건복지부 한 곳에서 같이 운영돼야 하는 거예요.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부처 소속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아이돌보미만 따로 여성가족부 소관인 거예요.

아이돌보미가 근무환경도 열악하고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은데,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된 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침묵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그땐 서울에 노동조합이 없었어요. 개별 조합원만 한두 명 있었을까, 지역에는 아이돌보미 노동조합이 있다고 들어서 연락을 했죠.

그게 2013년이에요. 처음에 노조 만들 땐 참 힘들었어요. 아이돌보미도 근무지, 근무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일이 끝나면 다른 지역 선생님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한 달 정도 시간 걸려서 80여 분을 모았죠. 그렇게 서울 강서지역 선생님들끼리 먼저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소속이 된 거죠. 그런데 우리만 노조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구에 간담회도 다녔죠. 지금은 서울지역 조합원만 400명이 넘어요.

저는 아이돌봄서경지회 부지회장이자 강서분회장이기도 해요. 전국적으로는 아이돌보미분과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역시,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노조하면서 든 생각이에요. 제가 노조를 하게 된 것도, 민원을 넣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전화해도 전화가 안 돼서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노조를 통해서 하나둘 해결하기 시작했죠. 주휴수당, 연차수당도 받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다른 선생님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보람도 느껴요. 한편으론 왜 우리가 꼭 노동조합을 결성해야만 우리 얘기를 들어줄까 싶죠.

우리사회 큰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이라고 하죠. 대통령도 말했어요.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겠다.’ 그러면 국가책임제를 하면 돼요. 아이 돌보는 비용을 나라에서 부담하라는 거예요. 불가능하지 않아요. 지금 아이돌보미는 시는 시대로, 구는 구대로 각자 따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중앙에 내셔널센터를 두고 운영하면 좋겠어요. 불필요한 비용,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줄여야 하니까요.

이용자인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얘기해요.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다면, 돈이 조금 들어도 맡기고 일을 하는 게 좋다’라고요. 제가 노조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게 아이돌보미 사업을 국가책임제로 전환하는 거예요. 할머니들에게 아이를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머니들에게 4대보험을 해주지는 않을 거잖아요. 아이돌봄서비스는 이용자 만족도가 98%인 사업이에요.

저는요, 노동자가 됐건 대중이 됐건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영역에 있는 노동자 또한 단순히 일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내 노동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고요.

저는 아이돌보미에 큰 자부심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돌봄 영역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돌봄영역에서 일하는 모두의 중요한 역할이 더 알려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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