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공정경제3법은 신자유주의다

  • 기사입력 2020.11.06 13:55
  • 최종수정 2020.11.23 15:50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삼성그룹 전체 지분의 0.9%를 가지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을 포함한 일가족 지분을 다 합쳐도 4.93%로 채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자산총액 425조 원의 삼성그룹을 지배해 왔다. 이런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증여와 배임 논란이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계열사 기업 쪼개기와 상장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단돈 45억 원으로 7조 7천억 원이 넘는 주식 부자가 되었다. 온갖 불법 시비를 무릅쓰고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일종의 지주회사로 만들어 삼성전자를 지배해 왔다.

그런데도 이건희 전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지 않으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가 없다. 갖은 수법으로 뻥튀기하며 만든 주식지분이지만 고작 지분율이 0.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재용 부회장은 특히 삼성전자의 주식을 모두 상속받아야 지난 25년간 불법, 탈법, 편법으로 얼룩진 경영권 승계 과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다른 재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85%이고 정의선 회장 포함한 총수일가 전체도 4.11%다. SK그룹은 더 심한데, 최태원 회장은 0.38%, 총수일가 전체로도 0.98%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재벌그룹 총수가 1% 내외의 지분을 가지고 순환출자나 계단식 지주회사 형태로 그룹 전체를 소유지배하고 있다. 재벌그룹의 총수와 그 일족들은 이처럼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해 왔고 온갖 편법, 탈법, 불법을 무릅쓰고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

재벌개혁은 이처럼 다단계 지배를 통해 1% 남짓한 지분으로 100배나 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출발이다. 얼마 안 되는 지분으로 재벌 총수들은 그룹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세습하고 일가족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족벌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런 식의 기업지배를 통해 문어발식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하청계열사들을 지배해 시장 독점력을 키워 독점이윤을 편취해 왔다. 그러므로 재벌개혁은 소유지배구조의 사회화, 경영세습 및 족벌경영체제 종식, 시장독점 된 재벌체제의 민주화와 독점이윤의 사회화를 목표로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재벌개혁으로 이런 불합리한 기업지배체제와 시장독점을 해소했나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개편, 의결권 제한 등 지금까지 수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이를 통해 재벌 지배체제가 종식되거나 다소라도 완화된 사례가 없다. 오히려 이런 조치를 통해 재벌 지배체제는 더 안정화 되었고 재벌의 시장 독점은 더 확대됐다.

 

신자유주의 “주주 자본주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주 자본주의’로 인식하는 것을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주주권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이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지배구조 개혁은 재벌 기업의 소유권을 이해관계자, 사회, 국가로까지 확대하여 민주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문제인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이를 주주권, 주주 민주주의라는 지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주주권과 경영 투명성 강화는 기업의 민주적 운영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투자자 보호조치로 사고 되며,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주주자본주의와 직접 맞닿아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해외투자자들의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주주권과 경영 투명성, 합리적인 기업지배구조가 필수적인 요건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재벌들은 거꾸로 이런 조치가 해외 헤지펀드들만 활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는 것도 두 정부 모두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 자본주의’ 확립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시장 글로벌화를 목표로 한 것이라 두 정부의 정책 방향과 내용이 같다. 현 정부 들어서 원청업체의 갑질 규제가 어느 정도 강화되긴 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박근혜식 개혁과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박근혜 개혁의 완성을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다. 이번 ‘공정경제 3법’이 그렇다.

 

못 이룬 박근혜식 개혁, 문재인 정부가 완성

정부가 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감독법 개정안,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하려고 한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주주권 및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에서는 가격 담합ㆍ입찰 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제 폐지’와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상장 30%, 비상장 20%)을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또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감독대상 금융 그룹의 지정과 금융 그룹 내부의 통제·위험관리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

12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주요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대형 유통업체 골목상권 진입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다. 여기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3년 말 입법을 완료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상법 개정안과 똑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박근혜 정부 초기 2013년 법무부가 이미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10대 재벌그룹 총수들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안을 수정하겠다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입법안이 결국 폐기됐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를 수정해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고발 요청 권한을 검찰총장만이 갖고 있던 것을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조달청장에게도 부여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박근혜 정부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전속고발권 폐지도 전면폐지에서 수정된 부분 폐지다. 대선 공약이었던 전속고발권 전면폐지는 집권 이후 2018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가 선별폐지 의견을 내자 이 의견에 동조하며 선별폐지로 돌아섰다. 가격・수량 담합과 시장분할 담합, 입찰 담합 등 시장에 미치는 폐해가 큰 '경성 담합'에 대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피해 사업자 등이 검찰에 직접 고소・고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갑을관계 규율 법제인 하도급법과 유통 3법 관련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새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는 국제통화기금 IMF도 권고했던 사안으로 특별히 큰 쟁점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번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에 실현하려고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반복된 논란이다. 2012년의 박근혜와 2013년의 박근혜와의 싸움으로, 못다 이룬 박근혜식 개혁을 뒤늦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 완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주 자본주의 vs 재벌 자본주의

소위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재벌들은 이 법이 기업 활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해외 투기자본들이 경영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기업규제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상법·공정거래법에 대한 경제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상의는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를 획일적 강화할 경우 기업 투명성 제고에 협력한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안의 재검토를 건의했다.

재벌과 경제단체가 공개적으로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들 또한 이 법안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과 우려를 쏟아 내면서 마치 이 법안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원칙을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인다. 소리가 요란할수록 재벌 총수일가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재벌의 전횡을 막고 경제를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의지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만든다. 그러나 이 대결의 본질은 ‘주주 자본주의’와 ‘재벌 자본주의’ 간의 대결일 뿐이다.

이 법안들의 목적이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 법률이 실제 통과되더라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재벌 총수 일가의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려고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도처에 있다. 대표적으로 자사주 의결권 부활로 총수의 의결권을 지킬 수 있다.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사업회사가 인적 분할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자사주가 지주회사에 귀속되면서 해당 지주회사는 자사주 외에도 자사주 보유 비율만큼 사업회사의 신주 발행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대주주는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감사 선출 시 ‘최대 주주 통합 의결권 3% 제한’ 룰도 이를 벗어날 수많은 방법이 있다. 가령 다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각각 3% 내외의 상대방 주식을 보유하고 필요에 따라 최대 주주의 의사에 맞게 의결권을 행사해도 된다. 이른바 백기사, 흑기사 관계를 맺고 의결권을 유지하는 방식은 이미 수십 가지 연구되어 있고 실제 실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재벌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마치 해외 투기자본들에 의해 의결권이 잠식당해 기업 경영활동과 경영권 유지에 막대한 피해가 갈 것처럼 엄살을 떨고 있지만, 사실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시간과 비용만 더 든다며 짜증을 내는 것이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하고 그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이걸 왜 하느냐는 불만의 표출이다. 당장 재계는 자사주를 더 많이 매입해야 하는 데 따른 부담을 이 법안의 폐지 이유로 들고 있다.

 

거꾸로 간 재벌개혁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주주 자본주의와 자본시장 활성화에 역전되면서 실제 재벌개혁에 역행하는 조치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순환출자도 3년 이내에 없애겠다는 애초 약속과는 달리 기존 순환출자 규제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변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금산분리 원칙을 폐기한 듯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을 약속해 2018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를 포함했지만, 국회 폐기로 자동폐기 됐고,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이 내용을 뺏다. 또한 이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 최초로 이 법안을 발의한 이학영 의원의 법안에는 비금융사에서 금융사로의 임직원 이동 제한이나 금융-비금융 계열사간 임직원 겸직 제한,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주식취득을 제한하는 등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정부 안에서는 모두 빠졌다.

반면, 2018년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되고, 2020년에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도 인터넷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되어 초기에 천명했던 금산분리 원칙에서 심각하게 후퇴했다. 또한 정부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완전 자회사 형태로 소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 금산분리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차등의결권’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벤처기업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1주당 10개까지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차등의결권은 재벌이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전경련 등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계속 주장해 왔다. 우선 벤처 기업에서 차등의결권이 도입되어 굳게 닫혀 있던 빗장이 열리면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사고 된다.

 

다시 경제민주화와 재벌체제 개혁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상법개정안 발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이 법안 통과 여부보다 이를 지렛대로 노동법 개악을 거래대상으로 올려놓았다. 그러자 문제는 다시 ‘노동법 개악’ 문제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국민의 힘은 노동법과 공정경제 3법을 연계해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이 재벌 지배체제에 큰 위협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이제 이 문제가 어디를 겨냥하는지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확대되고 있고 언제든 경제 위기의 진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통화 확대정책이 유례없이 확장하면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져 세계 각국에서 자산 불평등 문제로 심각한 우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 활성화와 국제화가 어떤 위험한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코로나 위기 대응 지원이 대기업과 재벌에 쏠려 있고 국가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힌 ‘K-뉴딜’ 계획에서도 대부분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위한 인프라 투자로 점철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정부 지원과 각종 특혜로 대기업과 재벌의 시장독점이 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되고 소유지배구조는 더 비민주화 되어 소수의 지분으로도 더 규모가 커진 기업집단을 지배해 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재벌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민주화와 사회화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위기 이후 더 커진 시장독점과 더 비대해진 재벌을 만나게 될 뿐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커진 자산 불평등과 부채는 덤으로 우리 어깨에 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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