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서울중앙지법, “대한항공, 사내 성폭력 전수조사 해야”

외부 컨설팅 업체 위임해 전수조사 조정 결정 내려
노조, “사측은 조정 결정 적극 수용하라”

  • 기사입력 2020.12.29 17:05
  • 최종수정 2020.12.29 17:12
  • 기자명 송승현 기자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한진칼 앞에서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한진칼 앞에서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성희롱, 성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2일 대한항공 내 성폭력 피해자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위임해 회사 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 조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다’라는 조정 결정을 냈다. 외부 컨설팅 업체 선정은 원고와 피고인 대한항공의 합의 아래 진행해야 한다.

대한항공 직원이자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조합원 A씨는 최근까지 직장 내 성폭력(강간미수), 성희롱, 괴롭힘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한 부당한 인사조치와 주변인들로부터의 2차 가해는 물론이다.

A씨는 3차례에 걸쳐 직장인 대한항공에 진정을 하는 등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사측은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가해자를 조용히 사직처리하는 데 그쳐 논란이 됐다. 주변 동료들에게 받은 2차 가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결국 A씨는 가해자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 9월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는 강간미수 건으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A씨가 소속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도 지난달 30일 한진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해결과 조직문화 혁신을 촉구하는 노조 입장서를 전달했다. 또 9일 이번 사건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 질의와 이동걸 산업은행장 면담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뤄질 경우 건전‧윤리‧경영‧감시 역할을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정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대한한공은 조정 결정을 적극 수용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전수 실태조사가 이뤄지도록 A씨 및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길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편선화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은 “피해 조합원 A씨가 실질적인 보상을 포기한채 사측이 마땅히 해야 하는 전수조사를 요구한 점이 받아들여져 이번 조정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피해 조합원의 행동은 보다 나은, 그리고 안전한 대한항공을 만들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편선화 부장은 “이번 사건은 대한항공이 얼마나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있는 곳인지 알게 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라며 “실태 전수조사를 토대로 노조와의 촘촘한 단체협약안을 마련해 안전한 대한항공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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