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두리공감의 노동자 마음건강]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 기사입력 2021.01.02 09:38
  • 최종수정 2021.11.03 09:33
  • 기자명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공장 문을 들어설 때면 숨을 쉴 수가 없다.’

일하다 아찔한 느낌이 들며 정신을 잃기도 했다. 예전엔 사람 좋단 소리 들으며 살았는데 지금은 작은 일에도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심장이 이상한가 싶어 초음파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다. ‘사람이 변했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냥 살아왔다. 어딘가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딱히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다.

일하는 동안 스며드는 마음의 고통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산업재해의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 말이 좋아 경쟁이지 알고 보면 일상을 감시당하고 무엇인가 강요받는 느낌, 기계와 한 몸이 되어 자율성이 사라진 노동, 내가 일하는지 컴퓨터 자판이 일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은 어쩌면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잘하는 것인 줄 알았다.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이곳에 꿈이 있다고 느끼며 묵묵하게 일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두통이 떠나질 않고, 밤에도 잠들지 못하며, 속이 아프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검사를 해도 특별한 진단이 나오지 않는 그 모든 증상은 “스트레스” 이 한 마디로 퉁쳐진다.

노동자 정신건강, 위험수준!

노동현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직무스트레스라 부른다. 일하는 동안 시간적, 공간적, 조직적, 관계적 수준에서 발생하는 모든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정신건강의 악화를 초래한다. 우울, 공황장애,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불면증, 중독,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의 일상이 흔들리고, 그 여파는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두리공감은 10여년 간 다양한 사업장에서 노동자 정신건강 수준을 조사해 왔다. 사업장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고위험군이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53%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체계와 지원은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한 수준이다.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채용 및 인사상의 불이익 등으로 인해 노동자는 고통을 말하기보다 참거나 숨기기를 강요받는다. 제때 관리되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은 결국 노동자 자신을 위협하기도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과 산재

감정노동자 보호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이 시행되면서 업무상 정신질환 산재 신청건수는 예전보다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 비해 극히 일부일 뿐이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업무상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와 그 중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동기간 산재승인률은 54%(522건)이다. 승인률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기에 생략하더라도 자살 등의 사망자 수는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방치와 무관심이 얼마나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는가를 알게 한다.

체계적인 관리, 적극적인 관심의 필요성

손 놓고 마음 아파 만 할 일이 아니다. 정신건강이 뭔지, 왜 정신건강을 유지할 권리가 인권의 문제로 제기되는지, 노동자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일터의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나아가 일상에서의 관리와 치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 알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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