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두리공감의 노동자 마음건강] 가슴이 두근 두근, 손에 땀이 차고, 벼랑 끝에 선 느낌으로 오늘 하루를 버티는...

  • 기사입력 2021.02.15 13:39
  • 최종수정 2021.11.03 09:33
  • 기자명 남주연 두리공감 상담심리사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 ‘불안’

우리는 누구나 때때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심하게 느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불안은 흔히 경험하는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불안을 느끼면 부정적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긴장하고 경계하며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위협적인 상황을 벗어나면 안도감을 느끼고 긴장을 풀며 편안한 기분으로 되돌아간다, 우리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전하도록 돕는 순기능을 지닌,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 ‘불안’이다. 정상적인 불안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고 부적응과 기능손상을 초래하는 ‘불안장애’

그러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불안해하거나, 현실적인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을 느끼게 하는 위협요인이 사라졌는데도 불안이 과도하게 지속될 때는 ‘병적인 불안’이 된다. 이는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고 부적응적인 증상과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기능 손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바로 ‘불안장애’다. 불안장애는 불안과 공포가 주된 증상인데 나타나는 양상이나 불안을 느끼는 대상 및 상황에 따라 범불안장애, 광장공포증, 공황장애,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 등으로 분류된다.(여기서는 일터에서 많이 보여 지는 공황장애를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불안장애 역시 유전적·생물학적 요인 및 개인적 취약성, 감수성, 사회 심리적 요인 외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

“K씨는 요즘 신체적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불안감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지난 달 상사와 심한 말다툼을 하고 기분이 몹시 상하여 폭음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심장이 평소와 달리 매우 강하고 불규칙하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가슴에 뻐근한 통증까지 느껴져 심장마비 증세로 여겨졌다. 결국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갔다. 검사결과 심장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소 불안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후 거의 매일 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져서 잠들기가 어려우며 회사에서도 가끔 심장에 이상감각이 느껴져서 불안했다. 며칠 전에는 버스 안에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장 통증이 느껴졌으며 이러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심한 불안을 경험했다.”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업체 소속으로 시공 관리 및 현장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M씨는 00섬 안에서도 인적이 드문 작은 마을의 고립된 환경에서 혼자 근무한다. 공사규모에 비해 적은 인원이었던 상황에서 M씨는 거의 혼자서 공사 관련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업무에 대한 책임 범위와 강도가 높아서 과도한 책임이 부여되었다. M씨는 어느 날 근무 중에 갑자기 두근거림, 손저림, 호흡곤란, 과호흡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방문했고 정신과 진료 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집에 있는 도중, 사직여부를 결정하라는 회사의 연락을 받은 후 또 공황발작이 재발했다.”

일터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어 촉발요인 작용

일터에 다양한 요인들이 불안을 유발하고 있지만, 사회 심리적 요인 보다 유전적·생물학적 요인 및 개인적 취약성과 관련된다는 의학적 소견에 의해 불안장애 대부분이 ‘업무관련성 인정’이 안되고 있다. 그러나 불안장애와 관련된 일터 요인으로 낮은 직무자율성, 높은 직무요구도, 직무불안정, 직무변경, 책임의 변화 등 직무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 낮은 소득 등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공황장애는 특징적인 발작 증상을 가지게 되는데, 공황발작은 질병에 대한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스트레스가 촉발인자로 작용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는 전근, 승진 또는 좌천, 새로운 업무, 사직 등의 사건과 비행기 여행, 업무 대체, 육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압박하는 회의 등의 특정상황이 스트레스가 되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정신의학 3판에는 공황장애 원인 중 하나로 심리적 요인을 들고 있으며 공황장애의 예시로 원치 않는 인사이동 이후 발생한 증례를 들고 있다.

아무리 개인적 요인이 작용하는 질병이더라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 노동자에게는 일터의 근로조건, 환경, 관계, 사건 사고 등 스트레스가 당연히 촉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업무 관련성 인정 판례 늘어

최근 판례에서는 업무 관련성 인정이 늘고 있다.

"A씨는 내성적인 성격이고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공황장애 소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회사 동료와 가족 진술에 의할 때 사고 이전에는 공황장애 치료를 하지 않고서도 정상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이후 공황장애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회사에서 종종 실신해 조퇴하기도 했고, 사고 직후에는 병원에 1달이 넘게 입원해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는 등 기존과 같이 회사생활을 지속하지 못했다"고 판단, “회사의 000한 상황으로 보아, A씨가 00의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보았고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사고로 인하거나 사고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경합해 내재해 있던 공황장애 소인이 급격히 공황장애로 악화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또 다른 판례에서도, “평소 스트레스를 주던 상사와 언쟁을 하다가 공황장애가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 했다. “공황장애 발작 증상을 처음 보인 경위와 심리 상태 등에 비춰 보면 직장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이 공황장애를 악화시켜 발작 증상의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공황장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생물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사들과의 갈등, 부당해고와 구제신청, 복직 후 상황 등 일련의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 원인이 직접 업무 내용과 정도 등에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업무 수행 과정이나 회사와의 고용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공황장애 뿐 아니라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 불안이 높아지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걱정을 개인이 조절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터의 다양한 요인이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세울 수 있다는 것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불안으로 힘듦을 호소하는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남주연 두리공감 상담심리사
남주연 두리공감 상담심리사

 

참고자료 : 질병판정위원회 자살 정신질환 사례 분석, 근로복지공단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 신경정신의학, 이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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