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두리공감의 노동자 마음건강] 오늘도 당신은 일터에서 활활 타오르지(번 아웃) 않으셨나요?

  • 기사입력 2021.03.15 15:40
  • 최종수정 2021.11.03 09:32
  • 기자명 이주미 두리공감 상담사

 

마음이 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어떻게 해 봐. 이 사람은 내 도무지 내 말을 들어 먹지를 않아. 네 말은 들을지도 모르잖아”
그러자 몸이 마음에게 답했죠.
“응, 내가 아파볼게. 그럼 이 사람이 너를 위해 시간을 낼 거야.1)

몸과 마음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줍니다. 때로는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으로 어떨 때는 짜증과 노여움으로...주말이면 집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가도 마음만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죠.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해야 할 일이 생각나 피곤함이 몰려오는데 맡은 일을 수행하기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싫증이 납니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지죠. 주변에서는 자꾸 아파보인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만성적인 피로와 두통, 소화불량 등이 늘어났다면......어쩌면 몸과 마음은 당신이 소!진!되었다고...정말이지 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어서 자신을 돌보라고 최선을 다해 호소하는 중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진은 심리학에서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피로감과 좌절상태를 나타내는 용어로 흔히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의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학자들은 소진의 원인을 주로 환경적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에 비한 미미한 보상, 개인의 가치와 충돌하는 업무, 불공정한 작업 및 직무 내 커뮤니티의 부재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 중 과중한 업무에 비한 미미한 보상의 경우 물질적 보상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일은 많은데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게 되는 것도 부적절한 보상의 한 종류이지만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도 감사나 고마움 혹은 수고로움 등의 정서적 표현으로 보상받지 못하거나 소위 진상고객 및 상사, 동료 등을 만나서 부정적 정서로 보상을 받는 일이 잦아지게 되다면 그 또한 소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OECD 국가 중 한 사업장에서의 근속년수가 5.9년(2019년 기준)으로 연속근속년수 최하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 원인을 근속시간과, 고용안정성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 또한 직무환경이 소진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는데 근속시간으로 인한 보상 불균형 및 고용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은 소진 외에도 여러 가지 신체질환 및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조직 내 과도한 목표설정이나 과중한 업무 등의 조직문화, 자유로운 커뮤니티의 부재 또한 개인의 신체 및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소진으로 연결되기도 하지요.

최근 연구에서 학자들은 소진을 가속화시키는 개인적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개인의 성향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일의 분담을 불편해하며 자신이 모조리 끌어안는 경우 혹은 실수나 실패를 자책하며 곱씹는 개인의 성향은 과도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여 소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의 결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지만 자신의 노력에 충분한 보상-심리적, 신체적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가혹한 처사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개인의 이와같은 성향은 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명백히 소진은 WHO의 제11차 국제 질병 표준분류 기준(ICD-11)에서도 직업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으며 개인 요인 보다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 안에서라면 누구에게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소진의 정신질환관련 산재 승인 또한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진을 예방하는 방법은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을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겠죠. 적당한 금전적·심리적 보상을 요구하고 적절히 업무를 분장하는 것, 인간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지니는 것, 내 주변의 동료들에게 고생하고 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것까지....

가끔 빌딩에 들어갈 때 팔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보면 누군가 먼저 문을 열고 그가 문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신체의 불편함은 눈에 보이는 문제이기에 쉬이 선의를 베풀게 되죠. 그러나 마음이 아픈 이에게 먼저 다가가 힘든 일이 없는지 묻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정신건강에 관한 문제는 겉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민감성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내 감정 및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 남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 결국 정신건강은 개인의 자기돌봄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 모두의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1) 지은이 울리히 사퍼(1942~)는 독일의 시인 및 사진작가로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나는 놀라워한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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