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피해자는 말하고 싶을 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무금융 여성위원회, 서울시위력성폭력 사건 되짚어보기 교육 진행

  • 기사입력 2021.03.19 11:49
  • 기자명 배나은 기자

사무금융 여성위원회는 17일 오후 1시 제2021-3차 사무금융 여성위원회 회의에 이어, 오후 2시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의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발생 구조와 경과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3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과 쉼터를 제공한 상징적인 여성단체로,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지원 단체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피해사실 자체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신상이 공개되는 등의 극심한 2차 피해를 입어 왔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며 피해자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지원단체와 함께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사무금융 여성위원회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한편,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의 본질과 사실관계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교육을 준비했다. 

먼저 확인된 사실관계는 이렇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개월에 걸쳐 51명의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검토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인권위가 내린 결론은 “박 전 시장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성적 언동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인정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음에도 이러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2년여에 걸쳐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박 전 시장이 밤늦게 텔레그램을 보낸다’거나 ‘박 전 시장이 신체접촉을 했다’는 등의 말을 했고,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비밀채팅방에 초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기관이 다각적인 조사를 거쳐 피해사실을 공인했다는 것이 '사실'임에도, 가해자의 업적을 앞세워 이러한 피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혹은 피해 사실 자체를 여전히 의심하는 행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이 사건은 사실 아주 '명확한' 성폭력 사건임에도, 가해자의 권력, 위치성, 그 지지자들의 행보로 인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발언 시기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떤 피해자도 본인이 말하고 싶을 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여성위원들이 수직적 권력 구조 속 성폭력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를테면 서울시는 이미 '완벽한'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갖추고 있었지만, 가해자가 서울시장이었을 때 그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는 우리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노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여성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약자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매뉴얼을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 그 매뉴얼을 강제하게 하는 보다 세부적인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광원 노조 여성위원장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에도 가해자의 지위때문에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같다"며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가해를 저질렀을 때 조직의 시스템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나 연맹 여성위원장은 "피해자를 포기하게 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결국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채 고립될 수 밖에 없다"며 "피해사실을 용기 내어 말했을때 그를 지지하고 조력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