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두리공감의 노동자 마음건강] 중독, 그 지독함의 배후

  • 기사입력 2021.03.29 16:39
  • 최종수정 2021.11.03 09:32
  • 기자명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그대여~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는 특별한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인생을 함께할 것이라는 끌림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가 된다. 사람에, 사랑에 중독되는 순간이다. 문제는 사랑은 흐려지고 중독만 남아 집착을 넘어 지독함이 되고, 실낱같은 사랑이 볼모가 되어 그 지독함을 견뎌야 하는 때다.

중독이라고 하면 크게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 증상인 중독(intoxication, 약물 중독)과 알코올, 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정신적인 중독이 주로 문제되는 중독(addiction, 의존증)을 동시에 일컫는다고 한다. 전자는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충격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메탄올에 의해 실명된 노동자들의 사례가 해당된다. 후자는 심리적 의존에 있어 계속 물질을 찾는 행동을 하고, 중단하지 못하며,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여기에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마약류, 환각제 등이 있으며, 물질 외에도 도박, 인터넷, 쇼핑 등의 특정 행동도 포함한다.

출처 : 광주서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2021. 3. 26. 화면캡쳐)
출처 : 광주서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2021. 3. 26. 화면캡쳐)

유해물질, 중금속 등에 의한 중독의 경우 암, 실명, 백혈병 등 신체에 중대한 고통을 야기한다. 또한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신적 고통으로까지 나아간다.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노동자에서 뇌기능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정신질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노동현장에서는 인체에 해롭거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물질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지만, 알면서도 비용문제나 대체제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기도 한다.

유해물질이나 외부환경에 의한 중독에 비해 알코올, 약물, 도박 등의 중독을 개인의 기질이나 특징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원래 술을 좋아해서, 원래 뭐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해서, 원래 돈을 밝히는 사람이어서 그렇다는 얘기다. 최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열 명 중 한두 명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주식투자 강의를 듣거나 오르내리는 그래프에 집중한다.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닐 수 있다. 두리공감이 진행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고도 우울이 확인된 한 노동자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알코올 중독치료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알코올 중독이 우울증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울증을 견디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패턴을 치료해야 근원적이 탐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였다. 또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물질사용장애를 안내하면서 트라우마 경험 시 물질사용문제가 발생하거나 심화될 수 있으며, 기존에 물질사용문제가 있는 경우 트라우마 이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알코올이나 약물, 도박 등의 중독을 개인특징으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출처 :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소식지 WHID. 2020 겨울호)
출처 :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소식지 WHID. 2020 겨울호)

코로나 19를 전후하여 2030세대의 주식투자나 암호화폐 투자를 보며 ‘한탕주의’, ‘일탈행위’로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젊은이들이 주식, 암호화폐, 도박에 빠져드는 일을 일종의 일탈 행위로 놓고 보는 것은 전형적인 기생세대의 시각이다. 기성세대도 부동산과 주식을 한다. 젊은이들이 한탕주의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최근 LH공사 사태는 대다수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불의와 불공평, 술수와 권력이 만들어낸 부정의를 보며, 심리적 안정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중독을 권장하고, 부추기고 키우는 분명한 배후는 이러한 과정안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알코올, 약물, 도박 등의 중독을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독은 분명한 피해를 만든다. 나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가족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몇 년 전 어느 사업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사기를 당해 구성원의 40% 이상이 물고 물리는 상황이 된 적이 있다.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어보자고 시작된 일이었다. 관계는 관계대로 파탄나고 경제적 손실은 막대했다. 일하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시작된 한 잔 술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고,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중독은 특별한 누군가가 겪는 일이 아니라 누구든 겪을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구조적 병폐, 일터의 다양한 스트레스 원, 개인 삶을 온전하게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환경 그 자체는 당장 바꾸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고 싸워야 하며, 개인 탓으로 돌리는 숨은 의도에 맞서야 한다. 더불어, 당장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중독의 위험이 감지된다면 도움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연계망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혹시, 그 고통을 집착이나 중독으로 대체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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