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두리공감의 노동자 마음건강] 일터 괴롭힘,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 기사입력 2021.04.12 15:58
  • 최종수정 2021.11.03 09:32
  • 기자명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두리공감은 노동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심리적 어려움의 회복을 돕는 활동을 한다. 개인심리상담, 소통과 상호이해를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실태조사들이 있다. 그 중요한 일상활동 중 하나가 심리적 위기지원이다.

심리적 위기지원은 중대재해를 포함한 산재, 개인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를 경험한 후 발생하는 급격한 스트레스를 완화하여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일상회복에 조력하는 활동이다. 최근 두리공감은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일터 괴롭힘 역시 노동현장에서 심리적 어려움과 고통을 야기하고, 정신적 손상과 함께 일상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야기

몇 년 전의 일이다. 모 사업장에서 심리상담 요청이 있었다. 특정집단에 의해 노동자 몇 명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고 한다.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 그 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부서에서 상급자가 소속 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하며, 자신이 만든 동아리에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동아리 가입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어야 했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동료들에게 막무가내식 욕과 손가락질을 받았다. 참다못해 항의했던 한 노동자는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집단 따돌림과 조롱, 무시를 당했던 또 다른 노동자는 문자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다행히 동료들이 수소문하여 찾아내 살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손상된 마음과 타인, 세상에 대한 불신은 회복되지 않았다.

ⓒ 케티이미지뱅크
ⓒ 케티이미지뱅크

위와 같은 일은 몇 일, 몇 달에 일어난 사건들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뤄진 괴롭힘이었다. 그러는 동안 피해자도 여러명으로 확대됐다. 집단 폭행을 당한 노동자가 회사에 폭행사실을 알리자 회사는 별다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쌍방폭행이라며 피해자까지 징계했다. 이에 분노한 피해자가 형사고소 하자 가해자는 맞고소로 맞섰으나 검찰에서는 가해자에게 벌금형을 결정했고 피해자는 무혐의 처리됐다. 피해자는 이 결과를 들고 회사를 다시 찾아가 징계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지역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회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가피해 분리, 가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징계, 심리상담)를 취했다.

두 번째 이야기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A씨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재활에 힘썼고, 좋아하던 공부에도 매진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에 취직을 하게 됐다. 어렵게 좋은 직장에 취직했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일하는 동안 많은 성과들을 내기도 했다. 야간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주변 동료들은 물론 상사들도 자신을 멀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점점 줄어들었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을 때는 주변에서 웅성웅성 대는 소리를 들었다. 때론 등 뒤에서 들으라는 식의 비아냥과 막말들이 오가곤 했다. 그렇게 1년, 2년을 버티는 동안 괴롭힘은 공공연하게, 대 놓고, 전체 구성원들에 의해 자행되기에 이른다.

상사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부서발령을 냈다. 입사 당시 전문직으로 들어왔으나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시켰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각 부서에서 그 때 그 때 불러가며 일을 시켰다. ‘다른 부서에서 안 써주니 내가 마음써서 불러준거다.’라고도 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까지 ‘장애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조롱했다. 회사 전 구성원이 불손함과 부정의로 똘똘뭉쳐 공격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최고경영자를 찾아가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일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A씨는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위와 장 경련으로 구급대에 실려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땐 이어폰을 끼고 큰 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먹는다. 그것도 힘들어져 도시락을 들고 다닌다.

일터 괴롭힘과 복합 트라우마(Complex trauma)

일터 괴롭힘 교육을 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게 몇가지가 있다. 첫째, 괴롭힘은 그 자체의 특징이 지속성을 띈다는 것이다. 괴롭힘이라는 행위는 단발적이지 않다. 둘째, 괴롭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고 피해자는 확대된다는 측면이다. 첫 번째 발생한 괴롭힘 사건을 방치하거나 방관할 때, 묵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참을 것을 강요할 때 두 번째 세 번째 괴롭힘 피해자는 나올 수밖에 없고, 괴롭힘 행위 양상도 가혹해진다. 세 번째, 괴롭힘 행위 양상이 한가지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적인 심부름을 지속적으로 해야 했던 괴롭힘은 사실 피해자에 대한 무시, 차별이 동시에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괴롭힘은 위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그것을 경험한 피해자에게 심리기능의 장기적인 손상을 가져오고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

주디스 하먼의 책. 트라우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복합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인터넷 서점 알라딘 화면 캡쳐
주디스 하먼의 책. 트라우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복합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인터넷 서점 알라딘 화면 캡쳐

 

복합 트라우마는 폭력이나 불행한 사건 등이 반복적이거나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때 발생한다. 한 번의 외상사건 후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일정한 시간이 경과되거나 급성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면 회복될 수 있다. 이에 반해 복합 트라우마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피해를 둘러싼 세계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반복적으로 고통을 경험한다.

법 시행 이후, 달라진 것은 있는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다. 사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사건들은 종종, 때로는 의도적으로 축소되거나 묵인된다. 괴롭힘 처리절차와 원칙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해도 최대 수준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정도다. 이 역시 쉽지는 않다. 앞선 사례들에서처럼 몇 년에 걸쳐 방치되는 일도 허다하다. 사내에서 해결되지 못해 고용노동부를 찾아간들 나아질 것도 없다.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가? 현행법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가 일차적 원인이다.

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괴롭힘은 아무리 개인간에 발생한 사건이라 해도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이 형성한 조직문화, 조직 운영의 민주성, 조직 또는 기업운영자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조직의 자기성찰은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 간 발생한 문제라는 이유로 조직은 제3자를 자청(현행법에서는 조직을 중립지대에 놓아두었다.)한다. 이러는 사이 조직의 구성원들의 고통은 가중된다. 결론적으로 일터 괴롭힘은 조직 자체에 대한 논의, 점검, 성찰, 개선 등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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