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명숙의 인권프리즘] 연대는 관찰자 시점에서 주인공시점으로의 이동

미얀마민주항쟁에 연대하기

  • 기사입력 2021.04.21 10:56
  • 기자명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얼마 전 하청차별 철폐와 불법파견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전영수, 이병락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러 갔다가 미얀마민주항쟁을 응원하는 인증 샷을 동참하게 됐다. 한국의 노동권 문제로 연대하러 갔는데 국제연대라니, 뜻밖의 실천은 뿌듯함을 남겨주었다. 울산의 활동가들은 인증샷만이 아니라 농성장 주변에는 미얀마항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하고 있었다.

울산 활동가들이 현대중공업 전영수‧이병락 비정규직노동자를 응원하는 농성장 주변에서 전시하는 미얀마 항쟁 모습을 담은 사진전과 피켓. ⓒ 명숙
울산 활동가들이 현대중공업 전영수‧이병락 비정규직노동자를 응원하는 농성장 주변에서 전시하는 미얀마 항쟁 모습을 담은 사진전과 피켓. ⓒ 명숙

사진전을 열심히 한 주체 중에 ‘울산이주민센터’라는 단체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울산이주민센터니 여러 나라 출신의 이주민(또는 이주노동자)을 통해 해당 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더 잘 알겠구나, 그러니 더 열심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인적 교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와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국적을 넘는 노동자들의 연대는 노동권의 확장만이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 확장가능성도 연다고 생각하니 더 뿌듯했다. 노동권도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보장 없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별것 아닌 것 같은 인증샷과 사진전에 감동받은 것은 국제연대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나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는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연대를 한 적이 있다.

특허권을 갖고 있는 제약회사 로슈는 푸제온의 세계적인 공급가를 맞춰야 높은 약값을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높은 이윤을 유지할 수 있는데, 한국의 약값시스템은 국가가 심의하고 결정하다보니 무한정 높일 수가 없었다. 로슈는 푸제온의 가격이 싸다고 아예 약을 공급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푸제온이 필요했던 에이즈감염인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았다. 우리는 에이즈인권단체와 시민단체에게 연대행동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파리의 액트업을 비롯한 인권단체는 자국의 로슈 회사를 규탄하는 성명과 적극적인 규탄행동을 벌였다. 한국에서도 하지 못하는 회사에 피 뿌리기와 같은 액션도 했다. 그 외에도 스위스와 호주에 있는 단체들도 1인 시위와 팩스보내기, 질의서 보내기 등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결국 로슈도 압박을 받았는지, 무상공급이라는 반쪽의 승리를 얻어냈다. 물론 우리가 특허권 소송을 벌인 탓도 있겠으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면도 있었다.

관찰자에서 주인공으로 변하는 연대

그 후 국제연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국제연대든 국내연대든, 연대란 관찰자의 시점을 주인공의 시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것에서 움직이게 됨으로써 해당 사안(사건)의 주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활동가들이 한국의 에이즈감염인이 약을 공급받지 않아 고통 받는 것은 자신의 문제로 바라봤던 것처럼, 연대는 실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기업과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인권침해를 하고 있지 않다. 이에 맞서려면 국제연대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이 있지 않은가. 비록 외국어도 잘 못하지만 국경을 뛰어넘어 힘을 모을 수 있다.

울산 활동가들이 현대중공업 전영수‧이병락 비정규직노동자를 응원하는 농성장 주변에서 전시하는 미얀마 항쟁 모습을 담은 사진전과 피켓. ⓒ 명숙
울산 활동가들이 현대중공업 전영수‧이병락 비정규직노동자를 응원하는 농성장 주변에서 전시하는 미얀마 항쟁 모습을 담은 사진전과 피켓. ⓒ 명숙

미얀마군부의 자금줄이 된 한국기업의 투자 중단시키기

한국의 미얀마민주항쟁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미얀마민주항쟁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세손가락 인증 샷은 SNS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미얀마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이 나중에 필요하면 도와줄게요. 감사합니다”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어로 쓴 미얀마 시민들의 반응도 볼 수 있다.

작지만 연대는 국가와 기업을 압박하는 힘을 만든다. 3월 12일 한국정부가 ‘미얀마 군부, 경찰과의 교류 및 협력 중단, ’군용물자 수출 중단, 개발 협력 사업 재검토' 등의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부는 미얀마 가스사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는 하지 않았다. 유엔 미얀마특별보고관이 언급했듯이 자원개발사업의 이익은 미얀마 군부로 흘러들어가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은 중요한데도 말이다.

한국정부가 기업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자 시민사회는 포스코와 가스공사의 합작 중단 서명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미 호주의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는 원유 탐사 사업 중지를 발표했는데 한국기업이 못할 이유가 없다. 6천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 덕분인지 4월 16일 포스코는 합작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을 내지 않았다. 아직 노동자와 시민들의 더 넓은 연대와 실천이 필요하다.

▶서명 캠페인 링크 ️ https://bit.ly/3na6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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