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앤데믹에 빠진 콜센터

  • 기사입력 2021.06.04 16:53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
오진호의 88.2%
오진호의 88.2%

2020년 7월 1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장소의 51.2%가 직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코로나 발생 1년간 집단발생 관련 주요시설을 분석한 결과 직장이 11%(3,817명)으로 4번째로 높았다. 이렇듯 일터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특히 콜센터는 2020년 3월 170명의 상담사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상담사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였지만, 2021년 4월 6일까지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3건, 636명에 달한다.

직장갑질119는 연구진을 구성하고 2021년 1~4월까지 4개월 동안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상담사는 은행, 카드, 항공사, 공단, 케이블방송, 보험, 배달어플 등 다양한 업종에서 참가했다. 6명은 무노조, 7명은 유노조였으며 ①기초 노동조건 ②코로나19 유행의 영향 ③감염병 유행 예방을 위한 정부 지침의 실효성 등을 물었다.

“예를 들어서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어서. 너 정말 이상한 여자야. 빨리 안 해줘?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럼 사람이 화가 나잖아요. 우리는 욕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우리는 존중하면서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그렇게 콜을 끊고 나도, 관리자들이 거기에 대해 니가 제대로 했냐, 옆에서 쪼고. 니가 틀린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계속 책임 추궁을 해요. 근데 그걸 확인할 시간도 없어요. 그런데 무조건 틀렸다고 추궁을 하고 질책을 해요 그러면 나도 짜증나잖아요, 사람이.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일분도 쉴 시간을 안 주고 빨리 다음 콜 받으세요 이런 식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과해가지고 몸이 계속 상하는 것 같아요. 저도 여기 입사하고 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H, 교통약자이동지원 콜센터)

“더 웃긴 건, 점심시간 12시잖아요. 한 11시 반에 화장실을 갔어요. 우리는 다 사레가 걸리니까 다 물을 뜨는데 점심시간 1시간 전에는 화장실을 가지 마라. 갔다 왔다고 지랄을 하는 거예요. 아니 그리고 퇴근 시간. 지금부터 이석 자제합니다, 그건 기본이에요. 퇴근 시간 한 시간 전에 화장실 가면 지랄지랄을 해요. 지금부터 누가 돌아다니는지 감시하는 라운딩이에요.” (I, 지자체 콜센터)

감시·통제와 감정노동. 코로나19 이전부터 끊임없이 회자 되어 온 콜센터 노동의 모습이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문제를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구로구 집단감염 직후 정부는 콜센터를 고위험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코로나19 대응 콜센터 감염 예방지침’을 발표했다. ‘유연 근무 활용’, ‘아프면 쉬기-상담 건수, 응답률 등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제한하거나 업무 인사 등에 불이익 없도록 조치’,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게시간 부여’ 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이었다. 그러나 면접조사를 통해 확인한 방역지침은 ‘코로나19 예방’에는 실효적이지 못했다. 되려 통제와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 

“매일 열 체크를 하는데, 37도 37도 38도가 나왔어요. 그러면 조금 이따 다시 재요. 귀가 조치 안 시키고, 조금 이따 다시 재요. 그래도 안 내려가. 조금 더. 다시 재요. 다시 재요. 결국 정상이 될 때까지 다시 재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프면 집에서 쉬기라는데 아프다는데 그냥 이따 오라고.” (G, 은행 콜센터)

“직원식당은 예전에 은행 콜센터가 운영하는 직원 식당이 있었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업체별로 떨어지다 보니까 업체별로 직원식당 운영하기가 힘든 거예요. 그래서 알아서 해라 니들. 그래서 우리 업체 애들은 매일 라면을 먹어요. 밥값도 한 끼에 1만원씩 하고. 비싸기도 하고. 매일 뭘 먹기도 힘들고, 나가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매일 라면, 컵밥을 하면. 휴게실 가면 맨날 라면 냄새가 찌들어요. 코로나 때문에. 제일 불쌍한 게 그거예요.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라면만..” (G, 은행 콜센터)

많은 학자들은 세계적 대유행의 주기가 점차 더 빨라지고 있으며,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코로나19는 풍토병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 ‘닭장’이라 불리는 콜센터의 노동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위험은 계속될 것이다.

면접조사 연구팀은 △통제가 아닌 안전할 권리를 중심으로 한 방역지침 개정 △회사 자체 방역지침 마련 의무화 △방역지침 사업장 게시 및 비치 의무화 △집단감염 발생을 중대재해로 규정 △사전 예고 없는 방역 점검 △방역지침 위반에 대한 익명 신고제 운영 △도급인의 책임 범위에서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범위 확대 △연차휴가 보장, 유급병가 제도화 △일상적 휴식과 휴식공간 보장 등을 제도개선 과제로 요구했다. 

정책적 요구에 힘을 싣는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와 요구다.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콜센터 종사자들이 늘고 있지만 콜센터 전체로 봤을 때 노동조합 가입률은 턱없이 낮다. 저임금, 불안한 고용형태, 콜센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기존 노동조합을 넘어선 새로운 모임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