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의 시작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 기사입력 2021.06.11 13:19
  • 최종수정 2021.06.16 15:58
  • 기자명 구재보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미비국장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지난 9일부터 ‘2021 세종충남 차별철폐대행진’을 진행했다. 올 해 대행진에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뒤엎자!’라는 슬로건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차별철폐대행진을 기획한 구재보(미비국장/세종충남 희망노조위원장) 동지의 기고글이다. 이 글은 충남권익센터 뉴스레터 ‘다른 내:일 레터’(bit.ly/다른내일레터)에서도 볼 수 있다. [편집자주]

구재보(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미비국장)
구재보(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미비국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선언들이다. 그리고 문재인은 틈만 나면 공정과 정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을 것이다.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아주 조금은 좁혀질 것임을,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하면 풍성하진 않지만 일말의 희망 속에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말이다.

그렇게 소박한 희망 속에서 산 지 4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향해 단 한 발짝이라도 내딛었을까? 가진 자들의 이윤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생존과 생명이 우선시되는 나라는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을까?

지난 한 해 동안 삼성의 이건희와 이재용이 주식배당금으로만 가져간 돈이 1조 원이 넘는다. 83년 동안 매주 한 번도 빠짐 없이 10억짜리 로또에 당첨되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엘지 전자는 매일 매일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갱신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임금이 무려 19%나 삭감되었지만,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연봉은 31억으로 전년도보다 오히려 40%가 인상됐다. 신라호텔 노동자들도 임금이 15% 삭감되었으나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은 전년도보다 52%가 오른 49억을 가져갔다. 로켓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연일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김범석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무려 158억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은 재산이 증가했고, 그중 4명은 무려 1억 원 이상의 재산이 증가했다.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었다는 뉴스를 하루가 멀다하고 접하면서 그 죽음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에 사망보험이라도 들어 놓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대체 뭐가 공정이고 정의란 말인가?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미세먼지와 마스크로 인한 답답함은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갑갑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쌓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코로나19는 두 가지 의미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를 핑계로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대대적으로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짓누르고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틈타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한 온갖 법과 제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둘째, 코로나19를 이유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후퇴시킬 것이다. 수십 년간 개선했던 근로조건들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노동자 민중에게만 유독 가혹하다. 지난해 부르주아지 내 대표적 논자 중의 한 명인 안드레아스 클루트(블룸버그 편집위원이자 이코노미스트 전 논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그릇된 상투적 논리는 그것이 우리 모두를 똑같이 취급한다는 주장이다. 의학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도 그렇지 않다. 특히 코로나19는 그것이 다다르는 곳마다 기존의 불평등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끝날 때쯤이면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더 가난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 한 가운데에 최저임금이 있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 된 지는 오래됐다. 2년간 고작 370원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진 작년에는 고작 130원이 올랐을 뿐이다. 130원 때문에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는다고 아우성이다. 그 누구도 본사 로열티와 카드 수수료 등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매년 꽁으로 가져가는 수백 수천억의 주식배당금이나 기업 곳간에 쌓여있는 1,00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노동자의 임금과 기업의 이윤은 정확히 비례한다. 이것이 바로 저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것, 이것이 기업의 이윤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내년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된다.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듯이 기업들은 또다시 최저임금 삭감 혹은 동결을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공익위원들은 기업들의 앓는 소리에 편을 들어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압하고 짓누를 것이다. 공익위원(정부)-사용자위원(기업)의 무한한 신뢰와 연대에 코로나19라는 무기까지 장착했으니 그들의 삼위일체는 그야말로 파도와 같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또다시 최저임금 투쟁에 돌입한다. 점점 더 깊어지고 심화되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하루 아침에 갈아엎을 수는 없음을 안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라고 외치는 것은 어쩌면 일하면 일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라도 지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들의 저 견고함에 작은 흠집이라도 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저들에게 기회로 작동되고 있는 코로나19를 이제 우리의 기회로 되돌리기 위한 그 시작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 투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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