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김정수의 99%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기업규제완화법에서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완전히 제외해야

  • 기사입력 2021.06.28 14:58
  • 기자명 김정수 향남공감의원 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은 지난 6월 1일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채용을 완화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기업규제완화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안전보건법 규정대로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각각 채용해야 한다. 이로써 사업장 보건관리자들이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보건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9월에도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기업규제완화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통과된 기업규제완화법 개정안은 사업주가 관리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업무 중 안전·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삭제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원 취지대로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한 것이었다. 다만, 외부 위탁 중인 기업의 준비 기간, 인력의 원활한 채용 등을 고려하여 부칙의 시행일을 공포 후 1년으로 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300인 이상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300인 이상 기업과 관리대행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 안전·보건관리 전문기관들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과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관리대행 업무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증진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기업규제완화법을 조금씩 개정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개정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기업규제완화법은 1993년 “기업 활동에 관한 행정 규제의 완화 및 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도모하고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기업규제완화법은 일반법보다 상위법인 특별법으로 소위 무소불위의 법이다.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여러 조항들도 기업규제완화법에 의해 무력화되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기업규제완화법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는데 작년에 한정애 의원이 발의해서 개정한 조항도 그때 신설된 것이었다.

기업규제완화법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되어 왔다. 그동안 많은 조항들이 현실과 맞지 않아 삭제되었다. 1993년 제정 이후 타법 개정을 포함하여 100여 차례가 넘는 법 개정 중 전부개정은 단 한 차례(1995년 1월 5일)에 불과하여, 제정 당시와 달라진 시장이나 기업 환경 등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전 사회적으로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업규제완화법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제기가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올해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이는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여러 조항을 규제로 정의한 기업규제완화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이다. 기업규제완화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당장 폐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분야는 전면 제외되어야 한다. 만약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조항이 실제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보다는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를 개정하면 될 일이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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