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17개 광역시도 중 12곳 ‘직무유기’

  • 기사입력 2021.07.07 14:33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오진호의 88.2%
오진호의 88.2%

정부는 2018년 7월 5일 "우리 사회의 못난 갑질은 세계적 수치"라며 ‘공공분야 갑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3년. 공공분야에서 직장갑질은 줄어들고 있을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이행해 갑질 근절을 위한 대책을 잘 마련해 놓고 있을까.

공무원입니다. 부서장이 저에게 업무폭탄을 던져서 업체와 매일 자정,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부서장이 매일 따로 불러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씨발, 이 새끼가” 등 욕설을 퍼붓고, “넌 생각이 없는 놈이냐?”고 소리칩니다. 부서장의 모욕적인 언행과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불안감과 무기력에 빠져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2021년 6월)

직장갑질119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2021년 3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의 32.5%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28.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직장인 평균과 대동소이한 공공기관의 갑질 경험은 기존 조사에서 계속 보였던 경향이다. 공공분야라고 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특별히 적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응이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광역시도 직장갑질 대책 평가 보고서’(2021년 7월 7일자)에 따르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 지방정부는 없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은주 의원실(정의당)을 통해 17개 광역시도로부터 받은 자료와 9개 광역시도의 조례를 분석했는데, ‘공공분야 갑질 종합대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중심으로 ▲지자체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처리 현황 ▲지자체별 법령・조례・지침 정비 현황 ▲지자체별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대책 수립・시행 ▲지자체별 ‘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 신고・지원센터’ 설치・운영 및 전담 직원 ▲지자체별 직장 내 괴롭힘 등 실태조사 실시 현황 ▲지자체별 직장 내 괴롭힘 등 예방 및 재발 방지 교육 실시 현황을 분석했다.

17개 광역시도를 평가한 결과 종합대책 상의 기준에 따라 조치들을 모두 시행하고 있는 광역시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했을 때 그나마 서울시, 광주시, 경기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5개의 광역시도만 종합평가가 ‘미흡’이었고, 그 밖의 12개 광역시도는 ‘부족’이었다.

6개 항목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자 기본이라 볼 수 있는 ‘지자체별 법령・조례・지침 정비 현황’을 보자. 17개 광역시도 중 조례를 지정한 곳은 9곳이었으며, 규칙이나 매뉴얼이 제정된 것은 7곳이다. 둘을 종합해 볼 때 조례와 규칙 또는 매뉴얼이 모두 제정된 곳은 5곳에 불과(서울, 울산, 경기, 전북, 경남)하다. 조례적용 범위 등 세부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심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골프장 캐디, IT업계 직원, 중소기업, 금융권까지…. 연일 언론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보도된다. 통계나 직장갑질119 상담을 봐도 직장 갑질이 눈에 띄게 준 것 같지 않다. 갑질이 줄지 않는 배경에는 현행법의 한계도 있을 것이고, 일터의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장 갑질이 줄지 않는 이유는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아서’다.

보고서가 제시한 ▲조속한 관련 조례 제정 및 계획 수립과 체계적 시행 ▲주기적인 실태조사와 모니터링(무기명 설문조사, 직장갑질 2회 이상 확인된 공공기관 특별감사 등) ▲ 안전한 상담・신고체계 마련 ▲ 실효적인 예방 교육 시행 ▲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 등의 조치는 직장갑질을 예방 및 대응할 수 있는 최소조건이다. 중앙정부의 지침을 개무시해 온 광역시도의 발걸음이 이제라도 조금은 빨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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