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민주노총, 1501차 수요시위 주관… “아픈 역사 바꿔나갈 것”

거리두기 4단계로 1인 시위로 발언 이어… 유튜브 생중계 진행

  • 기사입력 2021.07.21 16:50
  • 최종수정 2021.07.22 09:56
  • 기자명 송승현 기자

“한 사람의 인격이 짓밟히면 죽을 때까지 그 상처를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주독립국가라면 과거 우리 국민이 짓밟힌 역사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상처를 닦아주는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먼 훗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20~21세기를 살아간 한국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 땅을 식민지로 만들고도 일본에 사죄와 배상, 책임자 처벌을 받지 못한 무능한 선조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이제 바꿔야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21일 1501차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민주노총이 21일 1501차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이 21일 1501차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시위)를 주관하며 “진실의 생명력을 믿고 민주노총은 더 강하고 자랑스럽게 정의기억연대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탓에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시위가 1501차를 맞은 21일에도 1인시위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처음 열렸다. 이날로 10,788일, 약 29년 6개월을 맞은 수요시위는 그간 ‘같은 주제로 열린 세계 최장기간 시위’가 됐다. 지난주 시위가 1500차를 맞아 수요시위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고 미래를 다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이날은 민주노총이 나서서 “다시는 한반도에서 이런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역사의 주인으로서 싸워나갈 것”을 결의하는 자리가 됐다.

옛 주한일본대사관 자리를 바라보는 소녀상 옆에 선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본은 단 한 차례도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사죄하거나 배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올림픽을 앞두고는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동해에 방류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한국국민 따위가’라는 표현을 썼다”라고 비판하며 “이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대로 싸우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나라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가 나라다워지려면 자기 국민의 이익부터, 자기 국민의 상처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라면서 “일본이란 전범국가가 전쟁 당시 저지른 각종 만행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이 사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일본을 상대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기도 한 김 부위원장은 “할머니들은 한분 한분 억울함을 평생 가슴에 지고 눈을 감는다. 우리가 한 시대를 같이 산 사람이라면 우리도 같은 국민으로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정신을 바로 차리지 못하면 바로 세우지 못한 역사,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장현술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또한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약 30여 년의 시간 동안 수요시위가 열렸는데도 나아지는 것은 없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식민지 침탈에 대해 여전히 사죄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은 전쟁 이후에 대한 대처가 판이하게 달랐다. 독일은 분단이란 고통을 겪으며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참회와 사죄를 한 반면 일본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이 없다. 장 실장은 이를 “일본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도 겪지 않고 이어진 한국전쟁으로 경제호황을 겪으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장현술 실장은 “‘청산한다’라는 것은 ‘책임진다’라는 것이다. 단죄 없는 용서와 무책임한 사죄는 은폐의 합의일 뿐”이라며 “책임을 짐으로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청산”이라고 덧붙였다.

1501차 수요시위를 주최한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주간보고에서 “지난 1500번의 수요시위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었고 여성과 인권, 평화의 확장이었다”라며 “증언 30주년이 되는 오는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와 실천이 인권과 평화로 확장돼 오늘까지 이어지는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오는 8월 14일은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리고자 2012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한 날이다. 기림일 지정 9년, 김학순 할머니 증언 30주년을 맞아 정의기억연대는 기림일 하루 전인 13일 미국과 일본, 독일, 한국 학자들과 함께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의미를 되새기는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한편, 이날도 수요시위 현장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부정하는 보수우익수구 유투버들이 1인시위를 이어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민주노총과 정의연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주관단체 인사말에서 일본 정부에 꼼짝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주관단체 인사말에서 일본 정부에 꼼짝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장현술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이 ‘청산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으며 잘못된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규탄발언을 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장현술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이 ‘청산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으며 잘못된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규탄발언을 했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안혜영 민주노총 통일부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 정의기억연대 제공
안혜영 민주노총 통일부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1501차 정기 수요시위가 마무리됐다. ⓒ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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