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김정수의 99%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코로나 시대, 위협받는 집회 결사의 자유

  • 기사입력 2021.07.27 17:38
  • 기자명 김정수 향남공감의원 원장
김정수의 99%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김정수의 99%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은 7월 12일부터 2주간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확진자가 줄지 않아 2주간 추가로 연장되었다. 그 와중에 7월 말부터 예정되어 있던 50대 코로나 예방접종 인터넷 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7월 3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도 핫 이슈 중 하나였다. 국무총리가 집회 철회를 요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찾아가 이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집회는 결국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러자 보수 야당과 언론들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민주노총과 정부에 돌렸다. 특히 지난해 8월 2차 유행 기폭제였던 8.15 광화문 집회에 빗대어 민주노총과 정부를 비난했다. 방역당국은 민주노총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하였으나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6일 집회 참가자 중 한명이 처음으로 확진되었고 이후 동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7일 2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되었다. 방역당국은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최장 잠복기인 2주 안에 증상이 발현된 만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보고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고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3주가 더 지난 지금까지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방역당국의 판단이 옳았다. 민주노총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아니었고 확진된 집회 참가자 3인도 집회가 아니라 직장에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번 사안은 밀폐된 실내 공간에 비해 야외에서는 비록 다수가 모이더라도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한다면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지난해 8월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방역 지침을 고의로 위반한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집회 직전인 지난 2일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방역지침’을 통해 발열 체크, 참가자 명부 작성을 통해 몸에 이상 징후나 발열이 있는 조합원은 참석을 못하게 하고, 참가자들은 손 세정, 마스크 착용, 이동시 거리두기, 실내 음식 섭취 금지 등 개인방역지침을 준수하게 했다. 실제 집회 당시 사진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참가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몇 명이 모이느냐보다 방역지침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민주노총이 반대를 무릅쓰고 대회를 강행한 이유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회 시위를 사실상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행위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24개의 인권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도 현재 정부가 집회 및 결사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대응네트워크는 “공중보건의 위기일지라도 평화적인 집회 결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위기를 사회구성원과 평등하게 넘기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집회와 결사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기본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실제로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고 있으나 우리가 가급적 준수하고자하는 것은 이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 또한 종교 집회나 행사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대부분 안전, 생계 등 노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과 직결되는 문제들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코로나19의 위험성, 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알면서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무턱대고 비난하기보다는 이런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방역 대응 차원이라고는 해도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근거가 보다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거리두기 단계별로 규정된 집회·시위 인원제한 조치(1단계 500명 미만·2단계 100명 미만·3단계 50명 미만·4단계 1인 시위 외 금지)는 허용 인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은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뿐, 인원제한 기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만약 그러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 향후 개인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집회·시위 인원제한 조치를 보다 완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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