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오진호의 88.2%] 출산율 0.84명, 출산·육아라는 가시밭길

  • 기사입력 2021.09.13 09:55
  • 최종수정 2021.09.13 09:58
  • 기자명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오진호의 88.2%
오진호의 88.2%

남양유업이 ‘갑질’로 시끄럽다. 육아휴직을 낸 여성팀장을 보직해임하고, 육아휴직 복직 후에는 물류창고로 발령을 내 본 업무가 아닌 책상에서 단순 업무를 시켰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음성 육성을 들어보면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 지금 못 견디게 해”,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한계 선상을 걸으라 얘기야”라고 말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8년~2020년)동안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316,431명이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첫 3개월은 월 통상임금의 80%(상한 150만 원, 하한 7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으며, 4개월부터는 월 통상임금의 50%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중 25%는 사업장 복귀 후 6개월 이상 계속 근무 시 지급된다.

이수진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율은 34.1%에 달한다. 육아휴직 후 6개월 전에 자진퇴사를 하였거나, 육아휴직을 연장한 사례, 개인휴직 등으로 인해 지급이 보류되는 사례 등이 포함되어 있어 34.1%가 모두가 육아휴직 후 회사로부터 불리한 처우를 받았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 이상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예외적 사례들을 제외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다. 현장에서 육아휴직자에 대한 괴롭힘이나 권고사직 강요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 첫날, 출근을 하니 제 자리가 사라져 있었어요. 그날 대표님은 회사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제가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고 권고사직을 권했어요. 그래서 권고사직을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루기만 했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자리가 없어서 빈자리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권고사직안에 대한 대처를 요청했더니, 상사가 저를 불러 소리를 지르며 펜을 집어던지고 화냈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맡길 업무는 없다고 했고요. 그다음 날 출근했더니 다른 팀 자리 구석에 제 자리를 만들어놨습니다. 그 상태로 며칠을 그냥 출근했는데,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그러다 해고예고 통보서를 받았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회사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육아휴직 불리한 처우 신고 건수는 총 127건으로 월평균 3.0건에 불과하다. 직장갑질119가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받은 이메일 제보 중 모성보호와 관련한 제보만 37건임을 고려할 때 육아휴직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불리한 처우를 겪어도 신고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0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지금까지 회사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한 노동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회사에서 임신 이후에 자회사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해서 퇴사 후 재입사 절차 진행해서 자회사로 옮겨서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출산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출산휴가 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2021년 8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직장인에게 임신, 출산, 육아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위 사례들에서 보듯 직장인들에게 육아휴직은 갑질의 가시밭길이다. 이렇다 보니 2021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상용직 부모 중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8.4%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이 이러한데 비정규직은 오죽할까.

출산율 OECD 꼴찌를 벗어나는 것은 출산을 강요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임신·출산·육아 갑질을 틀어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부가 기업의 산전후휴가·육아휴직 후 퇴사자 실태를 파악해보면 어떨까. 퇴사가 반복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면, 회사는 쉽게 노동자에게 가시밭길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불리한 처우도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불리한 처우에 대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익명신고센터 운영, 불리한 처우에 대한 사용자 입증책임 강화, 신고에 대한 엄중한 처리 등을 마련한다면 직장인들이 조금 더 안심하고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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