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균형재정론이 깨진 자리에 남은 것들

  • 기사입력 2021.09.15 12:59
  • 최종수정 2021.09.15 16:03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국가와 가계, 재정과 수입

“연 수입은 5,700만 원인데 지출은 1억700만 원이다. 수입이 모자라 은행에서 돈을 끌어다 썼는데 총 10억 원이 넘고 연간 대출 이자만 2,400만 원을 내고 있다. 미래가 안 보이는 이 가계부의 주인공은 일본이다. 일본의 올해 예산은 106조6,097억 엔(약 1134조5,404억 원), 이 가운데 국채 이자가 23조7,599억 엔에 달한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세금 수입은 57조4,480억 엔에 그쳤다. 부족분은 다시 국채를 찍어 메울 계획이다. 올해 말 일본의 국가 채무는 1,209조 엔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50%를 넘는다.”(한국경제, 2021.1.28.일자)

국가 재정을 가계(가정) 수입에 비유하는 화법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가 조세를 포함한 재정 수입을 549조 원으로 전망하고 604조 원 규모의 지출계획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그러자 친재벌 경제지와 보수언론 등은 정부가 재정적자 폭을 더 키운다며, 이렇게 빚내다가는 가계 빚에 쪼들리듯 국가가 허덕이게 된다고 아우성을 한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금의 채무 증가 속도가 유지되면, 15살에서 64살 생산가능인구의 1인당 국가채무는 2038년 1억 원을 돌파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하기도 한다. 가계 구성원들이 모두 갚아야 하는 가계부채처럼, 국가부채도 똑같이 국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갚아야 하는 그런 부채로 인식시킨다.

그런데, 국가 재정수입과 가계 수입은 조달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고 그 때문에 부채의 성격도 다르다. 국가부채는 올해 말 1,000조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중 적자성 채무는 609조 원으로 전체의 60% 정도로 예상한다. 나머지 40%는 금융성 채무로 외환보유고와 같이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한 경우다. 이 금융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있고 갚을 수 있는 채무라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대응 자산 없이 빚을 진 적자성 채무인데, 국채 채권자 보유상황을 보면 이것도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국채 보유의 내국인 비율이 84.1%이고 외국인 보유는 15.9%에 불과하다.

국가는 가계와 달리 재정지출 즉, 소비를 하더라도 국민경제 차원으로는 소득이 이전될 뿐 빚을 지지 않는다. 다만 현대 국가에서는 국내 소비가 아니라 해외 유출이 발생하면 국가가 빚을 질 수 있다. 해외에서 차입하여 재정을 조달하거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거나, 자본이탈이 발생해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제수지가 지속해서 적자 상태에 있지 않는 한, 국가는 빚을 지지 않는다. 1971년 미국 달러화의 금 태환이 정지되고 변동환율제가 되면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해외 유출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쌓지 않아도 됐지만,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무리해서라도 지속해서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의 유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가계와 달리 과세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증가한 지출만큼의 조세수입을 확대할 수도 있고, 화폐 발행권이 있어 화폐로 부채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국가의 재정 조달은 첫째, 세금 징수 둘째, 중앙은행의 화폐 공급 셋째, 금융시장에서 국채발행을 통한 조달 등 세 가지 방법이 대표적이다.

자본축적(1인당 자본량)이 높은 선진국 경제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이전에는 모자란 재정을 세금을 더 걷거나 화폐를 발행해 조달해 왔다. 자본축적이 낮았던 저개발국의 경우 세금인상이나 화폐 발행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해외 차관이나 개발 원조의 형태로 재정을 조달했다. 국가가 가계와 가장 큰 차이는 국가에는 세금징수권과 화폐 발행권이 주권적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경제 규모에 맞게 세금 징수나 화폐 발행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이후 (적자)재정 조달에서 앞의 두 가지 방식은 사실상 없어지고 국채발행만이 일반화되었다.

국채는 어떻게 유일한 (적자)재정조달 방식이 되었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금본위제 국가였던 미국은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금을 더 비축하지 않고 달러를 남발하며 무기생산과 전쟁 비용에 충당했다. 그러자 달러 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달러의 금 태환 요구도 쇄도했다. 결국 달러와 바꿔 줄 금이 부족했던 미국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시킨다. 이로써 금본위제는 사라졌고, 각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기축통화 체제로, 변동환율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가치 하락과 함께 중동의 석유 위기가 발발, 중동전쟁과 함께 석유파동이 몰려왔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유가가 폭등하면서 특히 수입 물가가 치솟았고 전반적인 경기의 하락과 함께 미국 경제는 악명 높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었다. 인플레이션을 벗어나지 못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980년에 기준 금리를 20%까지 급격히 인상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1979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당시 11% 수준이던 연방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1980년 3월 19.85%까지 올렸다. 이런 금리 인상은 폭락했던 달러화 가치의 상승을 불러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기여했다.

그렇게 초강경 금리 인상으로 1979년 13.3%에 달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지만, 문제는 다른 곳으로 번졌다. 주로 미국의 자금을 끌어다 쓰던 중남미 국가에서는 갑자기 높아진 금리 부담 때문에 1980년대 내내 외채를 갚지 못해 외채 위기를 겪게 되었다. 중남미국가의 외채 위기는 돈을 빌려준 미국 은행의 위기로 전가될 상황이 됐다. 결국,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이 외채 문제를 해결한 것은 1989년 미국 재무장관의 이름을 딴 ‘브래디 플랜’이다. 브래디 플랜은 민간채권자들이 중남미 부실 외채를 미국 정부가 보증한 브래디 채권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고, 이 채권을 유통할 수 있도록 채권거래시장을 형성했다. 이른바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의 탄생이다.

한편, 신자유주의 아래 세금 인상도 금기시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는 생산의 세계화와 함께 금융세계화는 국제적인 자본이동을 더욱더 자유롭게 만들어 언제든 자본이탈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그 결과 자본 유치를 위한 ‘바닥을 향한 경주’가 시작되어 임금 인하, 사회보장 축소, 규제완화의 도미노 물결을 이루게 했고, 세금과 세율까지도 바닥으로 추락하게 했다.

소득세뿐만 아니라 법인세, 자본세 등 자본 활동과 관련된 세금은 더 줄어들었다. 1970년대 70%에 달하던 미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1982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1988년에 28%까지 떨어졌다. 법인세 또한 1970년대 48%를 유지해 오던 것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1988년 34%로 하락했고 트럼프가 들어선 이후 2018년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또한 금융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자본이탈이 더욱 용이해져 금융자산에 대해 과세하던 ‘부유세’(wealth tax) 등도 자본의 해외이탈 문제로 폐지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국가와 재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계명을 석판 위에 새겼다. 첫째, 국가의 경제개입을 자제하라. 국가의 개입은 경제질서를 교란해 경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 그런 의미에서 균형재정을 유지하라. 수입만큼만 지출하고 그 이상하려고 하지 마라. 셋째, 적자재정을 중앙은행의 신규 화폐로 동원하는 ‘재정의 화폐화’(monetization)를 하지 마라. 정부가 통화를 남발해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넷째, 세금을 올리지 말고 낮춰라. 세금인상은 민간의 부를 정부가 약탈하는 것이며, 낙수효과(Trickle Down)를 축소해 소비 수요를 줄이고 성장률을 낮춘다. 다섯째, 부족한 재정은 국채를 발행해 채권시장(금융시장)에서 마련하라.

1980년대 말 중남미국가의 부실 외채를 해결하고 신흥시장이 형성되자, 이때부터 정부의 자금 조달은 국채로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 일반화했다. 금융시장이 세계화, 국제화됨에 따라 국채거래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어 더욱 원활한 발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세금인상과 화폐 조달은 저지되고 금융시장에서 국채가 추가재정 조달의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한번 두 번은 괜찮은데 계속 국채를 발행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렸다. 처음에 100만 원을 조달하기 위해 연간 5만 원을 이자로 지급했는데, 20번 넘게 100만 원 국채를 발행했더니 이자만 100만원이 넘어가 이제는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국채 이자로만 매년 20조 원 정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재정 조달을 채권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화폐 발행권이 국제금융시장에 연동되거나(기축통화국), 종속되었다(비기축통화국). 달러의 금 태환 정지 이후 형성된 킹스턴 체제에서 환율은 변동환율제로 이행됐고, 화폐가치는 중앙은행 리저브(외화 준비자산) 가치와 국가의 조세 징수능력(국가의 경제력, 평균적 노동생산성의 표상) 등에 기반하게 되었다. 이때 정부의 국채 발행이 늘고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이 증가하면서 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리저브 구성에 상당 부분 국채를 포함하게 되었다(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환율 안정성 때문에 국채가 아닌 외화채권이 더 많다).

신자유주의 균형재정론 파산

국가 재정은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유지하자는 균형재정론은 국가의 경제개입을 축소하는 ‘작은 정부’의 재정 운영 방식이며 특히 재정적자와 부채관리를 핵심으로 한다.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긴축재정은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 시에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한 조건이나 신속히 부채를 갚기 위한 방식으로 강제되었다. 때문에 균형재정론에서는 긴축에 반대하지 않고, 부채가 많거나 경제 위기 시 민간부채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국가부채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긴축을 적극적으로 고무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통한 재정 조달만이 허용되었으므로 적자관리의 핵심은 국채 발행에 맞춰졌다. 세금인상 같은 수단들은 균형재정에서 고려되는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균형재정론은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재정 조달의 유일한 통로로서 국채발행과 채권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있었다. 또한 오직 국채를 통해서만 재정 조달을 강제해 국가의 경제개입을 최소화하는 근거로만 사용되었다.

최근 제기되는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는 부채 증가 자체에 대한 우려이기보다는 국가부채를 증가시킬 만큼의 국가 개입과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국가투자든, 국가의 소비지출이든 모두 시장에서 민간(자본의 활동)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어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능한 수소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건설과 같이 시장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진행할 수 없는 일들만 시장의 마중물로서 진행하고 그 이외의 것들은 줄이거나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국가부채를 더 늘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균형재정론은 현실적으로 파산했다. 일본은 이미 2001년부터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형태로 적자재정(정부 부채)을 화폐화했다. 2008년에는 미국과 유럽, 영국, 캐나다 등 다른 기축통화국들도 양적완화를 감행하며 일부는 정부에 화폐 공급을 했고, 2020년에는 기축통화국을 포함하여 대다수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도 양적완화와 함께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렇게 양적완화로 본원통화가 몇 배나 확대되었어도 통화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거의 없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통화량 확대보다 코로나19 확산과 경제봉쇄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반도체, 철강 등 핵심 물자의 공급 부족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축통화국은 국채를 대량 매집하고 화폐를 공급하지만 화폐 가치의 결정이나 화폐 발행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국채도 아닌 MBS(모기지증권) 같은 다른 자산을 매입하며 이를 바탕으로 양적완화 등을 진행하며 화폐를 공급했다. 물론 국채도 안정적으로 매입하며 재정의 화폐화, 정부 부채의 화폐화도 무리 없이 이루었다. 미국 연준(Fed)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국채발행잔액 대비 21.5%(외국에서 29% 보유)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다. 일본은행은 각각 47.5%와 95.1%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 구성에서 국채 비율은 미국은 50%를 훌쩍 넘고, 일본은 70% 넘는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비기축통화국)는 국채 이자를 결정하는 국제금융시장에 국채 발행권이 종속되어 실제로 마음대로 국채를 발행할 수도 없었다. 국채를 발행한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니고 신흥시장국은 기축통화국 중앙은행들처럼 마음먹은 대로 자국 국채를 매입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하면 금융시장에서 바로 반응해 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국가 신용도를 낮추며 통화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특히 외평채와 같이 외환 조달을 위해 외환시장에 팔 경우 아무도 매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부도난 회사채처럼 국채금리가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국채규모는 국채발행잔액 대비 2.7%(2020. 7월말 기준)이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019년말 기준)에 그쳤다. 정부 부채의 화폐화 또는 재정의 화폐화를 할 만큼의 국채를 매입할 수조차 없이 구조화되어 있다. 대신 국제수지 흑자를 이용해 국내에 들어온 외화(달러)를 매집하여 외화자산(외국증권)을 쌓아 올렸다. 한국은행 자산에서 외국증권의 비중은 80%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이를 통해 통화가치와 환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에서 기축통화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국가별로 재정통화 확대정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신흥국에서도 양적완화가 실제 진행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이에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확대됐고 또 동시에 여러 나라에서 진행하면서 신흥국의 양적완화가 (비록 규모는 기축통화국의 반의반도 안 되지만) 자연스럽게 용인되었다. 그에 따라 기축통화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주요 신흥국의 재정지출은 대폭 확대했고 국가부채 수준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물가 인상이나 경기 악화와 같은 악영향은 없었다. (반면,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량 팽창과 퇴장화폐의 증가로 이자 낳는 자본을 급증 시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대규모 재정 동원으로 ‘세금 인상 금지’라는 성역을 깨고 선진국 경제부터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많은 국가에서 세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짜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세출 개혁은 물론이고 소득세 인상과 같은 세수 확대로 재정 적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미국 인프라 계획 중에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과 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 등으로 4조 달러(5천조원)의 재정지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것보다 소득세, 자본이득세, 부유세 인상 같은 증세로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영국 보수당인 보리스 존슨 내각은 올 3월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2023년에 25%로 6%포인트 올리고, 소득세는 세율은 그대로 두지만 과세 구간 인플레이션 연동을 멈추는 방식으로 증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9월에는 2022년 4월부터 영국 내에서 개인과 법인이 거둔 소득에 대해 1.25%의 새로운 보건·사회 복지세를 신설하고, 배당 소득에 대해서도 같은 비율만큼 세금을 물리는 추가 증세안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7월 130개국이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15%) 도입에 합의해, 올해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확정키로 했다. 글로벌 디지털세는 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나누어 과세한다. 또, 글로벌 최저세는 우선 15%로 합의를 했는데, 법인세율이 낮은 곳을 찾아가는 기업들의 ‘세금 쇼핑’을 막고, 기업들의 투자 유치 등을 위해 각 국가 간 세율 인하 경쟁을 차단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감염의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선진국 경제가 이 공포에 질려 스스로 ‘세금인상 금지’라는 교리를 깨는 데에는 일조했다.

(자본축적이 충분한) 국가는 일반 가계와는 달리 자기가 쓸 돈을 외부차입이 아니라 내부에서 조달할 수가 있다. 이것이 국가와 가계(가정)의 가장 큰 재정적 차이다. 쓸 돈이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국가부채의 증가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면, 현재 세대가 부담을 떠안으면 된다. 그게 세금인상이다. 균형재정론이 깨진 자리에 이것은 이제 경제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의 영역으로, 계급투쟁의 문제로 전환하고 있다. 여러 조건이 조금 더 붙지만, 화폐 동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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