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노조는 정말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곳이더라고요"

[어쩌다 노조]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 이 정 분회장 인터뷰

  • 기사입력 2021.10.13 17:17
  • 기자명 허승혜 기자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장 이정입니다. 반갑습니다."

Q.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군산항에서 포크레인 굴삭기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에 들어오는 배 구조가 항아리처럼 생겨서 입구는 좁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좀 넓어지는 구조거든요. 크레인으로 물건을 꺼내는데 크레인은 수직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화물들은 제대로 못 잡아요. 그때 포크레인을 집어넣어서 가운데로 몰아주거나 잘 정리해서 떠가기 쉽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배 밖에서는 꺼낸 물건들을 야적할 때 물건을 예쁘게 쌓아놓는 역할을 하거나, 창고 안에 차곡차곡 많이 집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Q. 노동조합을 가입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조합을 가입한 지 2년 정도 됐고, 항에 들어와서 일한 지는 이제 10년 정도 됐어요."

Q. 어쩌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셨나요?

"예전에는 회사가 지시를 내리면 무조건 따라야 했었어요. 회사는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위험한 작업에 보내면서 교육도 안 시켜요. 이것이 무슨 화물인지, 얼마나 위험한 건지 물어봐도 그냥 몰라도 된다고, 일이나 하라는 식이에요. 만약에 이런걸 계속 물어보면 ‘다음에 일 안 할 거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거든요. 저희 조합원 중에 연세가 좀 있는 분이 계세요. 그런데 하역사 관리자가 제 아버지뻘 되는 그 분 멱살을 잡고 반말을 하고 폭언을 하는 일도 있었어요. 우리가 이렇게 일을 해야 되나 싶었어요. 노조의 필요성을 그때 많이 느꼈고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고용노동부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당신들은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아서... 쭉 이렇게 일을 해왔죠.
그러다 민주노총에 계신 분들하고 얘기를 해보니까 특수고용 노동자도 당연히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하셔서요, 그때 함께 힘을 모아서 가입을 하게 됐죠."

건설노조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 이 정 분회장
건설노조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 이 정 분회장

Q.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하셨는데 일하시는 곳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거에요?

"군산항 하역사가 CJ대한통운을 포함해서 총 5개예요. 이 하역사가 지입사와 계약을 맺고 포크레인을 요청하는 거죠. 우리는 항운중기라는 지입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배차를 받는 구조예요." 

 

시간당 4만 원 정도를 받는데 여기에서 기름값 빼고, 수수료 빼고, 뭐 빼고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죠

Q. 그럼 지입사에 중간 수수료를 내는 구조인거죠? 수수료 문제는 어땠나요?

"지입사는 일감만 배분해주고 중간에 수수료 받는 게 주수입이에요. 수수료 장사죠. 게다가 회사와 노동자들이 쓴 계약서에는 수수료가 7%인데요, 회사가 일방적으로 10%를 받겠다고 통보를 해서 그렇게 받아갔죠. 그리고 이 계약서 내용 중에는 5년 동안 회사를 이동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회사가 1,300만원씩 지급하고 만약 회사를 이동하게 되면 배액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5년 동안 못 움직인다는 족쇄가 채워진거죠. 누가 가서 수수료를 왜 합의서와 달리 10%를 떼가냐 이야기했더니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들어가 계세요’ 하고는 일감을 안 줘버려요. 보복당하고 다른 데로 가려고 하면 2,600만 원을 토해내라고 하고. 그렇게 억눌린 채 5년이 지나고 이제 회사를 옮길 수 있겠거니 했더니 사장이 자동연장된 거라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회사를 옮기려면 위약금 1,300만원을 내라고 협박하는 거에요. 제가 항의하고 난 뒤에 위약금 이야기는 들어갔어요."

Q. 임금은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갖고 가는 건가요?

"그렇죠. 시간당 4만 원 정도를 받는데 여기에서 기름값 빼고, 수수료 빼고, 뭐 빼고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죠. 10년 동안 임금도 거의 그대로였어요. 하역사가 항운중기로 주는 단가가 매년 동결이었거든요. 저 일하는 동안 두 번 정도 올랐을 거에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지회장님한테 가서 우리가 이렇게 작업을 한다고 설명을 했더니 지회장님 표정이... 팔십년대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막 화를 내시더라고요."

 

노조의 힘이 크다는 걸 알게 됐죠

Q. 노동조합 활동하시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는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걸 확실히 느껴요. 현장 관리자들이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작업 지시를 하고 있고요.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서로 상의해가면서 고쳐나가기도 했어요. 비정상이 이제 정상화 되는구나, 그렇게 느꼈죠.
그리고 사람들이 절대로 바뀔 수가 없다고 얘기했던 올나이트 문제가 바뀌었어요. 하역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배를 보내주는게 자기들한테 이득이니까 작업을 서두르는 편이에요. 그래서 새벽 3시 반까지 작업하고 아침 8시에 또 작업을 시작하고. 중간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거나 해서 작업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이걸 작업 끝날 때까지 돌리는 거죠. 어떨 때는 10일 연속으로 일을 할 때도 있었어요. 따져보면 집에 가서 2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나오는 거예요. 이 문제를 지역 사회에 알리고 보도가 되니까 그 뒤에 다 사라졌어요. 지금은 새벽까지 작업하면 다음 날은 쉬고 있습니다. 하역사가 화주와 작업 기간을 늘려서 계약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던 건데 화주나 하역사나 빨리하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니까 우리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을 강요했던거죠. 
작업환경도 개선됐어요. 창고에서 야간 작업을 할 때 전등이 다 나가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데도 일을 했어요. 먼지가 많은 현장이라 밤중에 전등이 꺼지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정말 위험하죠. CJ대한통운 관리자들에게 얘기하면 ‘깜깜해서 안 보여? 집에 가. 집에 가서 쉬면 되지’ 이런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후에 해수청에 문제를 제기하니까 몇 번 만에 고쳐졌어요. 다른 창고 전등까지 동시에 갈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확실히 노조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 노조의 힘이 크다는 걸 알게 됐죠."

적은 불빛만으로 어두운 작업장에서 야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적은 불빛만으로 어두운 작업장에서 야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Q. 작년에 군산항에서 화재사건도 있었죠. 구체적인 내용을 들려주세요.

"2년 반 정도 전쯤부터 군상항에 새롭게 들어온 화물이 있어요. 우드펠렛이라는 화력발전소 원료예요. 우드펠렛은 나무다 보니 분진이 엄청 심해요. 이 분진이 굴착기 엔진 위로 가라앉으면서 화재 사건이 좀 많이 발생했죠. 그전에는 1년에 한 건 일어날까 말까 한 화재 사건이 이 우드펠렛이 들어오고 나서는 엄청나게 늘었어요. 작년에는 우드펠렛 전용 창고에서 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해서 굴착기가 전소하고 조합원도 다친거에요.
그동안에는 화재 사건이 발생해도 기사들이 모든 책임을 졌어요. 작년 화재사건 때도 CJ대한통운 측에서는 당연히 이건 그쪽 정비 불량 아니냐고 했었죠. 우리는 안전요원도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무 먼지라 쉽게 불이 난 거 아니냐고 주장했죠. 서로 접점을 못 만들고 시간이 흘렀는데 이 문제를 건설노조에서 많이 힘써주셔서 해결이 됐어요. 처음으로 회사가 보상을 해주면서 제대로 해결이 된 거죠. 다들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항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향해 ‘와 대단하다’고 말하는 그런 계기가 됐죠. 어떤 분은 따로 전화주셔서 선례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해 주시더라고요."

 

밥줄을 가지고 흔드는 게 제일 확실하다는 걸 상대도 알고 있어요

Q. 노동조합 가입 과정을 좀 더 이야기 들려주세요.

"제가 앞장선 건 아니었고 저희 조합원 중에 한 분이 민주노총 분과 얘기해서 우리한테 알려줬어요. ‘특수고용 노동자는 가입 못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던 거더라.’ 그렇게 해서 설명 듣고 가입을 하게 된 거죠. 전체인원이 28~9명 정도 됐었는데 그중에 80% 정도까지는 뜻이 모아졌어요. 그래서 가입 원서까지 다 쓰고 그걸 모아뒀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은 당시 항운중기 사장이 ‘일할래, 나갈래?’ 식으로 나왔죠. 사람들이 흔들리게 되면서 결국 조용하게 여덟 명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일단 우리 먼저 가입을 하고, 3개월쯤 지나서 다시 예전처럼 사람들을 모으자고 하면서요. 고생이 좀 많았죠."

Q. 회사가 조합원들을 회유하지는 않나요?

"‘너를 이제 쫓아낼 수도 있다’ 이렇게 흔들기도 하고 ‘너한테 일을 더 많이 주겠다. 노조에서 빠져라’ 이런 식으로 회유도 해요. 밥줄을 가지고 흔드는 게 제일 확실하다는 걸 상대도 알고 있으니까요.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조금 문제제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한 달에 150시간 140시간 일을 주면서 그 사람한테는 20시간 40시간 이렇게 일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나간 사람도 있고, 고개 숙인 사람도 있었거든요. 그 방식으로 하는 거죠. 그리고 전 얼마전에 해고를 당했고요."

Q.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추측만 할 뿐인데요. 항운중기에 올해 6월 1일자로 새로운 사장이 왔어요. 7월 1일에 제가 안전장비에 대해서 좀 건의를 했죠. 사장 측에서 잘 한번 해보자, 우리 서로 힘을 합치면 더 좋아지는 거 아니냐 이렇게 좋게 얘기를 하고 웃으면서 헤어졌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8시 정도에 전화해서 사무실 좀 나오라 해서 갔더니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사장이 ‘나는 권한이 없다. 난 힘이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앞서 일감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새로 사장으로 온 사람이 예전에 그 배치업무를 7~8년 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바지사장 아니냐고도 했어요. 저는 새로운 사장이 온 지 한 달 만에 해고가 된 거죠. 노동조합에서는 뒤에는 CJ대한통운이 있다고 보고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Q. 5개의 하역사 중에 CJ대한통운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항만구역은 거의 무법지대라고 보시면 돼요. 이 무법지대에서 노동자들도 위험하고 또 노동자들의 위험을 떠나서 군산 시민들까지 위험하게 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군산해수청에 민원을 계속 넣었는데 이게 고쳐지지 않았어요. 
화물 안에는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유해 화학물질, 산업 폐기물 이런 것들도 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항만 밖에 있는 공장으로 납품을 하려면 트럭에 싣고 나르는데, 도로교통법 39조에 보면 적재물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천막으로 덮는 보호조치를 해야 하거든요. 이걸 안 하고 그냥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군산해수청에 민원을 넣었어요. 노동자도 위험하지만 시민도 위험하다고요. 또 그런 화물 싣는 작업을 할 때 우리 노동자들한테 마스크 지급도 안 해요. 여기에 대해서도 제가 문제 제기를 했고요.
항만구역 안에는 차의 총 중량을 재는 계근대라는 기계가 있는데 차량 총 중량이 40톤을 넘기면 과적이에요. 이걸 제대로 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점검해달라고 해수청, 군산시청에 요청했었고요.
또 총중량 300톤이 넘는 대형 크레인이 일반 도로를 달리거든요. 원래 운행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시청에 운행허가를 받은 겁니까 물었는데 아니라고 해서 여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어요.
이게 다 CJ대한통운 일이에요. 이렇게 문제를 제기해왔으니 제가 밉게 보였겠죠. 그러니까 CJ가 항운중기에 압력을 행사해 저를 자른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분진이 날려 뿌옇게 보이는 상황임에도 집진기가 없고 마스크 지급조차 하지 않았다.
분진이 날려 뿌옇게 보이는 상황임에도 집진기가 없고 마스크 지급조차 하지 않았다.
발암 위험으로 추정되는 물질들, 비산 먼지 등으로 인해 노동자 및 일반시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감에도 불구하고 천막으로 덮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발암 위험으로 추정되는 물질들, 비산 먼지 등으로 인해 노동자 및 일반시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감에도 불구하고 천막으로 덮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Q. 항만이 무법지대라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그 중 해결된 부분이 있나요?

"해수청에서는 ‘올해 7월 1일부터 항만 구역을 벗어나는 차들이 적재물을 천막으로 덮어야만 지나갈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어요. 하지만 권고만 하고 마는거죠. 과적 문제는 아직 답변이 없고, 300톤 크레인은 얼마전에도 일반도로를 왔다갔다하더라고요. 하역사와 해수청의 관계가 너무 끈끈한 것 같아요. CJ대한통운의 입장은 노동조합과는 아예 대화하지 않겠다는 거고요."

Q. 해고 이후에 어떤 각오로 싸우고 계신가요?

"제가 부당한 계약 해지를 당하고서 이대로 포기하고 나가면 그 다음은 저와 함께했던 다른 분들 순서가 될 거에요. 그래서 버텨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구요. 노동조합에서 지원 해주시고, 조합원들이 모아서 지원 해주시고 해서 지금은 투쟁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딸이 둘인데 어깨가 무겁기도 하죠. 하지만 아내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가계는 자기가 버틸만큼 버텨볼테니 당신도 싸울 때까지 싸워봐라 그래요."

7월 13일, 이 정 분회장에 대한 부당해고 규탄 및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북도청 앞에서 진행하였다.
7월 13일, 이 정 분회장에 대한 부당해고 규탄 및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북도청 앞에서 진행하였다.

Q. 가족들에게 지지를 받으니 든든하시겠어요.

"사실 처음에 노동조합 가입한다 했을 때는 많이 싫어했어요. 그러다 작년 굴착기 화재사건이 있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었는데 동의를 많이 받아야 되잖아요. 그걸 돌리다 아내가 우연히 그 내용을 읽게 됐어요. 다 읽고 나더니 이게 회사냐고 같이 화를 내면서 마음대로 싸우라면서 응원해주더라고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노동조합 가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20대 초반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로 노조는 나쁜 거라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다가, 30대 되어 제가 직접 일을 해보니까 노조는 반드시 필요한 단체구나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때도 노조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단체 정도로 생각했었죠. 그러다 직접 들어와서 보니까 너무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곳인 거에요. 같이 화내주시고, 문제를 풀기 위해 같이 나서주시고.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단체인데요, 노동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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