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기고] 한번쯤 간호사에게 들어봤을 얘기, “잠시만요!!”

  • 기사입력 2021.10.13 17:17
  • 최종수정 2021.10.13 17:22
  • 기자명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병원에 가면 한번쯤 간호사들에게 다 들어봤을 얘기, “잠시만요!!”이다.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완전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간호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연일 신문과 뉴스에서 다루어졌다. 우주복같은 방호복을 입고 환자 곁으로 들어가는 간호사들, 땀에 흠뻑 젖어 지친 몸으로 병동을 나오는 간호사들, 오랜 시간 착용한 보호구로 인해 얼굴에 상처가 패여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간호사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 언론을 통해 우리가 접한 영웅이라 불리는 간호사들의 모습이었다.

내가 본 간호사들은 이렇게 일하고 있다.

출근하면 밥 먹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아예 에너지바를 주머니에 챙겨서 출근한다. 화장실은 커녕 생리대도 갈지 못하며 일하고, 근무복이 남색으로 바뀌어 생리가 새도 티 안나 다행이라는 생각부터들어 좋았다고한다. 열이 올라 땀이뻘뻘 나고 얼굴이 씨벌겋게 달아 올랐지만 퇴근은 커녕 병동 스테이션에서 수액을 맞으며 남은 근무시간을 버티며 일할 수 밖에 없다.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조기출근을 하고 근무시간 내내 동동 거리며 뛰어 다녀도, 퇴근시간이 넘도록 남아서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그렇게 해도 환자를 보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전부 환자의 생명과 안전과 다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많다 보니 우선순위에 따라 급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 게 먼저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나중으로 밀린다. 간호사들은 매일 매일 퇴근하면서 환자들의 눈빛이 생각난다고 한다.

내가 가지 못했던 환자들의 눈빛. 그 눈빛이 떠오르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병원은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다. 인력은 곧 돈이고, 법적인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병원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를 뽑아내고 싶어한다.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상대로 화장품을 파는 등 상업화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고, 간호사들에게 투자도 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호주는 법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제한하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간호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일반병동(내/외과병동)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 간호사 1인당 5명을 보고 호주는 1인당 4~6명, 일본의 경우 1인당 3명의 환자 를 담당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빅 5병원에 속해 있고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라는 서울대병원조차도 간호사 1인당 환자를 13~17명까지 담당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경우 40명은 기본 이고 60명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는 간호사 혼자 100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가안나는게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에 대해 아예 법적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에는 간호사 1 인당 12명으로 명시해 놓았지만 처벌조항이나 강제조항이 없다. 기준이 있음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것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의 의료법이라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 이상은 병원에 간다. 병원에서 태어나고 마지막을 병원에서 머물며 인생을 정리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축소하고 법제화하는 것은 간호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적정간호인력 법제화가 되면 환자에게 직접 간호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감염, 재입원률, 입원기간, 사망률은 낮아진다.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받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데 꼭 필요하다. 국민동의청원을 검색하고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수 축소에 관한 청원에 동의하는 것, 나를 지키는 소중한 행동이 될 것이다.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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