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기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영희 얼굴을 한 관리자

오징어 게임과 회사 매각 속 콜센터 노동의 가치

  • 기사입력 2021.10.27 15:32
  • 최종수정 2021.10.27 16:36
  • 기자명 최재혁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비정규센터 활동가

콜센터 노동자 상담을 하다 보면 참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막히는 일들이 많다. 언론에서 수년 전부터 보도를 되풀이해도 앞으로도 기삿거리일 이석 제한이 여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와 노동자의 과민한 반응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양상은 변화가 없지 않은데, 요새는 콜센터 노동자 상담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상담원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사내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오징어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 인형 영희를 걸어두는 사례들이다.

한 서비스업 콜센터의 관리직 노동자는 영희의 얼굴을 하고 ‘인콜보다 이석이 많네욧!!!!!!!!!!!!!!!!!!!!!’, ‘다 보고 있습니닷!’, ‘고객대기 발생했습니다. 빠르게 대기 고객 없앱시닷!!’와 같은 메신저를 상담원들에게 보냈다. 이를 본 상담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꿈에 나온다”며 “이게 직장내괴롭힘이 아니냐”고 물었다.

영희의 얼굴이 직장내괴롭힘인지 아닌지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직장내괴롭힘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는지, 아니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을 벗어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내 마음 같아서야 “영희의 사진을 걸어둔 그 자체만으로 위협으로 해석돼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기에 직장내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대뜸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노동자가 행정당국을 통한 해결까지 고려하고 있어 영희 사진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

 

▲ 콜센터 관리자들이 사내 메신저에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술래 인형인 영희 사진을 내거는 경우들
▲ 콜센터 관리자들이 사내 메신저에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술래 인형인 영희 사진을 내거는 경우들

 

다른 상담 사례는 앞선 얘기보다는 명확했다. IT부문 콜센터에서 영희의 얼굴을 한 관리직 노동자는 상담원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원청과 계약해지가 무섭지 않느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등의 얘기들을 했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직장내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영희의 얼굴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탄압한 것과 동시에 업무상 범위를 벗어난 감시의 강화로 표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내 마음 같아서야 당장 찾아가서 관련 법을 설명하며 재발 방지를 확약받고 싶었지만, 직장이란 것이 노동자가 사회적 관계를 맺는 장이기에 그러지 못했다. 회사 내 관계의 악화가 노동자의 퇴사로 귀결되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단결권 탄압과 이석 제한은 콜센터에서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단지 영희가 그 양상만 다르게 보여줬을 뿐이다. 이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겠으나, 비슷한 사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다른 관점의 사유가 필요해진다.

올해 중순부터는 콜센터 입찰제안서, 도급계약서 등에 노동3권을 부정하는 내용이 얼마나 많이 담겨있는지를 지적해 왔다. 원청은 하청에 집단행동 예방 및 방지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하청은 집단행동이 예상되면 관련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그래도 안되면 참여자 단계적 교체 계획을 원청에 제출했다. 원청은 도급계약서에 노사분규 시 하청에 손해배상을 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담아 또 한 번 노동을 탄압할 수 있는 구조를 쌓았다. 이런 조항들이 영희의 등장으로 실현된 것이다.

콜센터 관리직 노동자에 애착이 가는 것은 자본이 셀 수 없이 쌓아놓은 탄압과 착취의 구조를 제일 앞에서 실현하는 주체의 상징이 돼가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들이 갑질의 주체로, 괴롭힘의 원흉으로, 열악한 콜센터 노동조건의 책임자로, 저임금의 제공자로 낙인되면서 하청 본사와 원청 사장의 책임, 법·제도 개선을 환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관리직 노동자의 그 위에, 눈이 부셔 제대로 올려다보지도 못하는 곳에 있는 갑이 을들의 갈등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배알이 뒤틀린다. 을들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구조화한 점에 대해 픽 웃으며 뒤돌아설 것을 상상하면 이게 화가 나는 건지, 아니면 건강이 안 좋아 열이 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리 분별이 어렵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콜센터 운영기업 메타넷엠플랫폼의 대주주가 변경된다. 엥커에퀴티파트너스는 최영상 메타넷그룹 회장이 가진 지분 53.5%를 인수하는 절차를 11월 마무리한다. 최영상 메타넷그룹 회장의 지분 매각가격은 1,500억~2,000억원으로 보도되고 있다. 최영상 회장이 메타넷그룹에 직접 투자한 자본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그는 메타넷엠플랫폼의 설립 자본금으로 알려진 5,000만원 대비로는 3,000~4,0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된다. 앵커에퀴티 역시 이번에 인수하는 회사 경영권을 재매각하면 최초 투자금 대비 수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센터 상담에서 시작해 영희의 등장, 노동자 단결권 탄압, 메타넷엠플랫폼의 대주주 변경.

언뜻 연관성 없는 얘기로 보여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메타넷엠플랫폼의 매출액은 2005년 111억원에서 2020년 3,489억원으로 15년 사이 31배 늘었다. 최영상 회장은 메타넷엠플랫폼이 실적이 늘어난 덕에 막대한 매각 차익을 얻었고 앵커에퀴티 역시 곧 그러할 예정이다.

그럼 자본의 이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앞서 언급한 사례들 외에 최저임금을 받는 콜센터 노동자, 최저임금이 오르면 수당이 깎이는 노동자, 식대가 사라진 노동자, 임금이 언제나 제자리인 노동자,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포괄임금제로 공짜 초과노동을 하는 노동자, 주말 근무를 강요당하는 노동자,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노동자, 임금체불을 당하는 노동자, 닭장·벌집으로 표현되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무실 이전으로 일 년에 몇 번씩 짐 싸는 노동자, 사무실 이전을 핑계로 구조조정 당하는 노동자, 성대결절·방광염에 걸린 노동자,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동자, 고객의 폭언에도 전화를 끊을 수 없는 노동자, 감염병에 집단감염된 노동자, 자리에서 혼자 도시락 먹는 노동자, 병원에 입원해서 일한 노동자, 노동조합의 노자만 들어도 떠는 노동자….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는 착취가 최영상 회장과 엥커에퀴티가 얻은 막대한 이익의 근간이다. 다른 기업은 대주주가 바뀌면 노동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는데 콜센터 운영기업은 그러한 얘기가 나올 기미가 없다. 이 역시 자본이 콜센터 노동자들을 을 중의 을로 고착화한 영향이 없지 않다. 연봉이 100만원 차이 나는 관리자 노동자와 상담원 노동자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대주주의 존재는 상상할 수 없는, 하늘과 같은, 동떨어진 세계의 존재 또는 이해관계자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콜센터 노동환경은 원청과 하청의 대주주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이들이 노동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자다. 메타넷엠플랫폼의 대주주들이 콜센터 노동자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착취에 대한 부족한 보상이자 막대한 자본 차익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숨은 존재를 찾아 책임자임을 명확히 하면 콜센터 노동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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