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복수라는 말만 들어도 피가 끓어서 복숭아도 안 먹어요"

[어쩌다 노조] 금속노조 익산지역금속 현대필터분회 분회장 조경영

  • 기사입력 2021.12.02 18:39
  • 기자명 허승혜 기자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전국금속노조 익산지역금속 현대필터분회 조경영 분회장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담배필터 제조하는 회사고, 하루 5천만개를 제작하고 있어요. 약 105명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필터를 만들면 KT&G(구 한국담배인삼공사)가 필터를 받아서 담배를 만듭니다. 국내에서 담배를 제조하는 것은 KT&G가 독점하고 있어요. 저희는 1차 하청으로 KT&G에 납품하는 공장이고, 현대필터 아래로도 필터에 들어가는 원부자재를 만드는 2,3차 하청이 있습니다."

금속노조 익산지역금속 현대필터분회 조경영 분회장
금속노조 익산지역금속 현대필터분회 조경영 분회장

Q. 노동조합에 가입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2014년 입사를 했습니다. 담배 이미지가 사실 깨끗한 이미지인데 담배를 만드는 현장은 달랐어요. 작업환경이 좋지 않았고 사측의 탄압이 굉장히 많았죠. 한 시간 일찍 출근을 시켜서 8시부터 작업을 시켰어요. 그 한 시간에 대한 수당은 지급해주지 않았죠. 그리고 저녁 10시, 11시 까지 일을 시켜요. 휴게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점심도 교대로 먹어야 했어요. 주말근무도 나와서 그냥 해라 하면 해야 했어요. 참다참다 2016년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노조를 설립 후 우리 임금이 최저임금도 안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입사할 때 어용노조 가입서를 같이 내밀어요. 금속노조에 대해 설명할 시간은 단 1분도 주지 않아요.

Q. 어용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소수노조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2016년에 노조가입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노조를 탈퇴하고 기업에서 만든 노조로 넘어갔어요. 당시 77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있었는데, 42명이 함께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소수노조가 됐어요. 많이 참담했어요. 정말 용납이 안됐어요. 남은 조합원들도 같은 심정이고, 그래서 아직도 남아있어요. 현재 저희는 22명이고, 어용노조는 60명이 넘어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사측이 2017년부터 전 직원조회 시간에 대놓고 어용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많은 관리자들이 어용노조에 함께하고 있어요. 이후 신규채용도 공채가 아닌 어용노조 사람들 지인이나 관계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요. 그리고 입사할 때 어용노조 가입서를 같이 내밀어요. 금속노조에 대해 설명할 시간은 단 1분도 주지 않아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죠. 너무 불공평하죠."

Q. 현재 단체협약이 어떻게 체결되어 있나요?

"노조 설립했을 이후 2016년에 금속노조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죠. 2018년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했는데, 도장을 못 찍었어요. 조인식을 사측과 집행부가 계속 미루더라고요. 그러더니 어용노조가 생기고 저희 잠정합의안이 실효(失效)됐어요. 새로 생긴 어용노조가 금속노조의 잠정합의안이랑 95% 흡사하게 체결을 하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죠."

Q. 노동탄압을 오래전부터 받아오셨는데,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2016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는 사측에서 쉽게 건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측과 금속노조 1기 집행부가 결탁해서 어용노조를 설립한 이후로는 상황이 많이 힘들어졌죠. 어용노조 간부가 금속노조 여성조합원에게 폭언을 하는 일이 있었어요. 노조에서는 말렸죠. 그런데 사측은 말린 금속노조 간부들을 징계했어요. 징계위원회에는 금속노조 참여가 봉쇄됐고요.
연차 관련해서도 굉장히 많은 탄압이 있었죠. 우리 조합원이 아파서 출근 후 연차를 내면 근무지 이탈로 또 징계를 해요. 아파서 쉬겠다고 하면 진단서를 내라고 하고,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면 배편인지 비행기편인지 물어보고 사진을 제출하라고 해요.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연차를 쓴다고 하면 제사상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했더니 그럼 주민센터에 가서 어머니기일 날짜를 알 수 있도록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기도 했어요.
또 복수노조 설립 이후에 노조 사무실을 뺏으려고 했어요. 저도 거기에 항의하다가 출근정지 징계를 받았어요.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기긴 했지만 쉽지 않았죠. 승진에 대한 차별도 있었어요. 어용노조 조합원들은 20명 이상 승진했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는 승진도 없어요. 아마 저도 조용히 있었으면 승진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었겠죠.(웃음)
복수노조 사업장은 정말... 복수라는 말만 들어도 피가 끊어서 복숭아도 안 먹어요.(웃음)"

현대필터산업분회는 8월 말에 2주 동안 전주지방법원군산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현대필터산업분회는 8월 말에 2주 동안 전주지방법원군산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Q. 사측의 탄압이 계속되는 중에 투쟁으로 다시 회복된 사안도 있을까요?

"연차 관련해서는 “이건 정말 사생활 침해이고 사찰이다”라고 주장해서 이제는 사진이나 증거제출을 요구하진 않아요. 그리고 산재 관련된 대응도 있었는데요, 현대필터에 산재가 많아요. 우리는 일하다 다치면 당연히 산재를 신청하고 권리를 보장 받으려고 해요. 그런데 어용노조에서는 산재신청을 안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회사에서 싫어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2020년 인사고과 기준을 개정하면서 산재 신청하면 고과 점수를 깎겠다고 사측이 기준을 바꿨어요. 그래서 올 초에 고용노동부에 항의하고 기자회견 하면서 바로잡혔어요. 사측은 계속해서 탄압하고 저희도 그에 물러서지 않고 계속 투쟁하고 있죠."

Q. 얼마 전에 법원에서 회사의 노조파괴 범죄가 인정됐죠?

"저희는 많은 고발내용이 있어요. 2017년 10월, 회사 회장이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감을 나타내고 기업노조를 만들어서 함께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실행이 돼서 저희는 소수노조가 됐고요. 이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2018년 12월에 고용노동부 익산시청에 고소장을 냈죠. 그런데 2년 있다가 검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해서, 2021년 3월부터 재판이 시작됐어요.
공판 진행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도 많았어요. 노조파괴를 위해 정말 치밀하게 준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찰에서 현대필터 서울 본사와 익산공장을 압수수색 했어요. 그 때 증거자료들이 많이 발견됐죠. 우리는 2018년 중반에 노조파괴를 준비한 줄 알았는데 2016년 노조 최초 설립 직후부터 노조파괴 준비를 했더라고요. 노조 설립 3개월 후부터 당시 노조간부들을 접촉했더라고요. 2021년 11월에 선고가 있었고, 검찰 구형보다도 더 높은 형량 선고가 있었어요. 사측 법무법인과 검찰 모두 항소를 했어요. 이건 또 내년에 재판이 시작될 거예요."

*11월 9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현대필터산업 이길암 회장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이덕호 사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1월 9일 현대필터산업(주) 회장 이길암, 사장 이덕호의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전북지부는 악질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였다.
11월 9일 현대필터산업(주) 회장 이길암, 사장 이덕호의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전북지부는 악질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였다.

 

참 우리가 잘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Q. 싸움이 길어지는 만큼 많이 지치실 것 같아요.

"많이 지치죠. 하루하루 회사 가는 게 지옥 같았죠. 동료였던 사람들이 우리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괴롭히는걸 보면...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어용노조 설립 이후부터 3개월 동안 몸무게가 15kg가 빠졌어요. 내가 뭔가 결단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그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서 많이 도와주고 함께해서 극복했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즐겁게 회사 다니려고 하고, 살도 많이 쪘어요(웃음)."

Q. 남은 분들끼리는 많이 의지가 되겠어요.

"남아있는 26명 조합원들이 제가 대단해서 남아 계신게 아니거든요. 하나하나 다 탄압받는 분들인데,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묵묵하게 꿋꿋이 이겨내고 계세요. 우리 조합원 없었으면 3년 동안 투쟁 못했죠. 제가 3주 동안 출근정지 당했을 때 조합원들이 돈을 함께 모아서 급여를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나중에 법률투쟁해서 이겼을 때 다시 다 돌려드렸죠. 너무 감사하고 끈끈하죠. 우리 조합원들은 조합원들끼리 애가 몇 명인지도 잘 알고,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여행도 다니고 그래요. 그런 거 보면 참 우리가 잘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저희는 남성조합원보다 여성조합원들이 더 많아요. 우리 회사 전체비율로는 남녀비율이 5:5인데, 저희는 여자가 좀 더 많아요. 근데 여성 조합원들이 정말 강성이고, 잘 도와주세요. 그 조합원 남편 분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노조 행사 있으면 같이 오셔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아내가 힘들어하면 위로해주면서 끝까지 해야한다라고 해주셔요. 금속노조 하지마라 하시는 분 지금까지 없었어요. 가족 지지가 있으니까 좋죠. 저희 노안차장님이 여성분인데, 남편분이 예전에 금속노조랑 싸웠던 회사 경비팀장님이셨어요. 그 분도 금속노조가 맞다, 당시 회사에서 시켜서 맞서는 입장이었지만, 지지한다고 해주시면서 격려해주셨어요."

Q. 분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제가 분회장 직무대행으로 시작을 했죠. 2019년 1월 달에 정식 선거를 거쳐서 분회장으로 당선됐고, 그때부터 쭉 하고 있죠. 첫 선거할 때는 정말 힘들어서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조합원들 믿고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Q. 노동조합 활동 중에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조합원 확대가 중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가 아무리 투쟁을 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아도 조합원이 많은 쪽이 교섭권을 얻어요. 근데 회사에서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어요. 채용 이후에 조합에서 신입 직원들을 만나보려고 신입직원들에게 눈치를 주고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이야기도 하지말라고 합니다. 계약직 직원 한 분이 저희랑 이야기 좀 하고 식당에서 밥 한 번 먹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그 분께 나오지 말라고 했다더라고요.
타임오프도 분회장인 저만 쓸 수 있게 단협을 해놨어요. 조합원들이 집회나 회의하려고 하면 제약이 많아요. 마음이 아프고 너무 미안하죠. 저도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타임오프을 저만 쓰는 게 죄 같기도 해요. 최대한 의미 있게 쓰려고 해요. 저희는 630시간 정도밖에 안되는데, 사측은 어용노조에 1370시간으로 전임 타임오프를 주는 건 물론이고 회의나 기타 일정에도 보장을 해줘요. 차이가 많죠."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거죠.

Q. 노동조합으로부터 가장 의지가 됐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거죠. 현대필터 조합원들이 가장 고마운 동지들이고요. 그 다음에 금속노조 차원의 복수노조 사업장 연대체가 있어요. 그전까지는 회사에서 어용노조와 우리만 싸웠는데 이제는 전국의 복수노조 투쟁사업장이 함께해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는데요, 그 사이에 복수노조 때문에 많이 죽었잖아요. 손해배상도 많이 받았고요. 복수노조 시행 이후 쌓인 우리만의 경험들을 나누고 전국의 복수노조 대표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시작을 한 거예요. 이렇게 만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이번에 금속노조에서 관련 책도 만들거든요. 복수노조 사업장 대응매뉴얼 이라고 10년 동안의 여러 사례들과 어떻게 투쟁해서 이겼는지를 담았어요. 어쨌든 같이 고민하고 같이 투쟁하는 조합원동지들이 없었으면 굉장히 힘들었을거에요. 같이 격려해주고 함께하는 그게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장점이고 강점이에요."

*금속노조의 440개 사업장 중 복수노조 사업장은 110개에 달한다. 전북에서도 15개의 금속노조 사업장 중 ASA, 기광, 현대필터산업, 두산인프라코어, 동양물산에서 복수노조로 갈등을 빚고 있다.

Q.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18년 노조파괴 공작하고 실행해서 우리 조합원들이 계속 빠져나갈 때 힘들었는데, 조합원들이 얼마 안 남았지만 끝까지 문제제기했고, 법률투쟁 현장투쟁 물러서지 않고 했어요. 좀 자랑인데요, 그 과정에서 져본 적이 없어요. 사실 처음에는 사측은 돈도 많고 현장권력도 있다 보니 우리가 될까 싶었죠. 우리말이 맞는 건지 두려웠어요. 그래서 물러설까 고민도 했는데 그럼 우리가 어용노조와 뭐가 다른가? 지금까지 사측이 하라는 대로 살았는데 계속 그래야하나, 한번 우리의 주장이 맞다는 걸 같이 해보자며 간부들과 조합원들과 다독이고 밤늦게까지 토론하면서 결정했어요. 근데 되더라고요. 우리 이야기를 법원이나 노동부나 들어주고 했을 때 그 과정이 보람찼죠. 징계 받았던 거, 법률투쟁해서 이겨서 임금도 돌려받고...정말 좋았어요. 조합원들이 좋아하는 모습 봤을 때가 가장 보람차요."

Q. 마지막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로 활동하는 게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금속노조 없을 때 저희는 사람취급을 못 받았어요. 기계나 노예처럼 노동착취를 당하며 제대로 된 임금도 못 받고 그랬어요. 우리가 민주노조를 포기하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끝까지 투쟁할 거에요. 마지막으로 전국의 민주노총 동지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타 지역 가도 먼저 말 걸어주시고 그래요. 민주노총전북본부 동지들께도 격려와 응원 감사합니다. 현대필터분회 끝까지 투쟁해서 민주노조 사수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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