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21주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우리도 사람이다, 노동자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서 집회, 청와대까지 행진
대회 앞서 캄보디아 여성농업노동자 속헹 씨 1주기 추모제 열려

  • 기사입력 2021.12.19 18:51
  • 최종수정 2021.12.20 16:05
  • 기자명 송승현 기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청와대 앞 마무리 집회에서 ‘우리는 노예/기계가 아니다’라고 씌인 현수막에 X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청와대 앞 마무리 집회에서 ‘우리는 노예/기계가 아니다’라고 씌인 현수막에 X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인종차별 철폐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권리 보장하라”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이주민)의 날을 맞은 19일 오후 2시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과 이주노조(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 관련 단체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치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1990년 12월 18일 UN 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제정된 것에 기인한다. 2000년부터 협약이 채택된 이날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했고, 올해로 21년째를 맞았다.

존스 갈랑 오산 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의 사회로 시작한 대회에서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이주노조 위원장은대회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이자 노동자로서의 모든 권리가 있다”라며 “한국 정부와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를더는 희생양으로만 삼아선 안 된다.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UN의 이주노동자 권리 협약 비준을 강조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해모든 법제도를 폐지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와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한국사회에는 앞으로 계속이주노동자가 늘어날 것이다. 노예나 기계가 아닌 같은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권리를 위해 단결하고 투쟁하자”라고 말했다.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이주민)의 날을 맞은 19일 오후 2시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이주노동 관련 단체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치렀다. ⓒ 송승현 기자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이주민)의 날을 맞은 19일 오후 2시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이주노동 관련 단체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치렀다. ⓒ 송승현 기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산업현장에서 차별과 부당한 대우, 착취, 폭력 등 열악한 근로조건 아래 놓여있음에도 문제가해결되지 않는 건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장 변경과 선택의 권리를 사업주에게 주는 제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때문에 노예노동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짧은 시간 내 적게 투자해 많은 이익을남기려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생명, 인권, 노동권을 파괴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코로나19 팬더믹을 맞아 평상 시 도드라지지 않았던 이주노동자의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드러났다”라며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착취, 차별, 폭력은 여전하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 당연시되고 안전은 뒷전,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사회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불평등 해결은 선주민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인 권리를 존중받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투쟁 목적”이라며 “과거 척박했던 노동자의 권리를 지금 당장 보장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이주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이주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차민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차민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에서 “과거 척박했던 노동자의 권리를 지금 당장 보장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에서 “과거 척박했던 노동자의 권리를 지금 당장 보장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성서공단노조 소속 조합원 50여 명도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이날 대회에 함께했다. 이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차민다 부위원장은 “안전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주노동자 또한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고싶다”라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듯이 지난해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속헹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투쟁하자”라고 외쳤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소속 이주노동자도 무대에 올라 “우리는 인정받기 위해 투쟁했고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그 투쟁의 성취이기 때문에 오늘을 기념해야 한다”라며 “경제력의 일부로서 우리의 권리는 언제어디에서든 보호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선 파드마밴드와 이주노동자가 공동으로 만든 노래 ‘Free Job Change’(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가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이주여성노동자와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소속 이주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이주여성노동자와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소속 이주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파드마밴드와 함께 신곡 ’Free Job Change’를 부르는 이주노동자들. ⓒ 송승현 기자
파드마밴드와 함께 신곡 ’Free Job Change’를 부르는 이주노동자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에 앞서 캄보디아 여성 농업이주노동자 속헹 씨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에 앞서 캄보디아 여성 농업이주노동자 속헹 씨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날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한 뒤 ‘우리는 노예/기계가 아니다’라고 씌여진 현수막에 X 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로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대회가 열린 이날은 추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여성 농업노동자 속헹 씨가 사망한 지 1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대회에 앞서 속헹 씨 1주기 추모제를 열고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과 산업안전, 건강권 보장을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및 이주노동자 25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 299명까지 집회가 가능하도록 바뀐 지난 16일 방역지침에 따라 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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