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중대재해법 무력화 앞장서는 언론은 ‘일터 죽음’ 공범이다

  • 기사입력 2022.01.12 16:29
  • 최종수정 2022.02.07 11:03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언론이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공무원 과로사·직장 괴롭힘도 처벌… 법망 피하려 로펌만 문전 성시>(12/17) 기사에서 “심지어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은 한 연구원이 청사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무원 등 소속 직원들의 과로사, 우울증, 직장 괴롭힘 등으로 인한 사고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통한 산재 예방’이란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과로, 직장내 괴롭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의 경우 중대재해법에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업무와의 관련성에 따라 달리 판단할 뿐이다. 이 보도는 부정확한 정보로 중대재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이다.

세계일보는 <중대재해법 설익은 법령 성급한 시행 땐 현장 혼란 우려>(12/17) 기사에서 “중대재해법이 아니라도 산재사망 사고를 낸 사업주를 다른 나라에 비해 엄중하게 처벌한 법이 이미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는 사업주가 지는데 법인인 경우 대표가 아니라 법인이 사업주이다. 또 산재는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1차적 처벌 대상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행위자(공장장, 현장소장)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회사 대표가 처벌에서 벗어난다. 중대재해법은 회사 대표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산재 예방에 더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만들어졌다.

세계일보 1월 10일자 오피니언
세계일보 1월 10일자 오피니언

매일경제는 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한달 앞으로, 기업인 걱정은 끝내 외면하나>(12/27)에서 “문제는 구체적으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가 아직까지도 모호하다. 경영책임자의 실질적 범위와 권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시행을 앞두고 과잉 처벌 가능성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법 시행의 유예를 주장했다.

언론은 ‘경영책임자가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대한 기준이 뚜럿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동안 국내의 산재 사망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일터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882명이며 이 중 추락 사망이 37.2%, 끼임 사망이 11.1%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해설집을 보면 안전담당 임원은 최종 의사결정권 유무에 따라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 대표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모호함’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법률처럼 사안별로 정부 또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도 시행령에 경영방침 설정, 전담조직 설치,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한 유해위험요인 확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권한 부여, 작업중지 등 메뉴얼 마련, 하청업체의 산재예방 조치능력과 산재예방 비용 및 공사기간 기준 마련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지킬 수 없다는 기업들의 엄살은 중재재해법의 목적을 잊고 엄격한 법 집행을 무산시키려는 의도일 뿐이다.

한국일보는 12월 28일 사설 <한 달 앞둔 중대재해법, 책임 회피보단 안전 보강을>에서 “일부 기업들이 산재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할 방안을 찾는데 몰두하는 본말 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사고 후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길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산재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보다 경영책임자 책임 면하는 방법 짜내기만 궁리한다면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떨치기는 요원하다.

언론은 여론 형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잊고 자본의 이윤을 위해 거짓을 말한다면, 수많은 ‘일터 죽음’의 공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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