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괴롭힘과 차별, 뗄 수 없는 이야기

  • 기사입력 2022.01.13 14:36
  • 최종수정 2022.02.07 11:04
  • 기자명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이런저런 노동이슈가 끊이지 않는 쿠팡에서 또다시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쿠팡창원1센터에서 지난 해 10월부터 이어져 온 사건을 당사자가 며칠 전 공론화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폭언, 성희롱, 그리고 성소수자인 당사자의 정체성을 들먹이는 아웃팅까지, 노동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괴롭힘이 발생하였다.

언제나처럼 원인과 사건의 경과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피해가 발생하고 피해자는 문제제기하고 사측은 방관하고 고용노동부는 손 놓고 있는 그런 일의 반복이다. 피해자가 어떻게든 나의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독한 결심으로 끝까지 싸워야 사과든 후속조치든 무엇이라도 이어질 실마리라도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 사건에서 두 가지에 주목한다. 하나는 노동문제가 매일같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제는 전국민이 알 정도인 쿠팡에서 여전히 괴롭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나는 성소수자 당사자인 피해자에 대한 아웃팅이 발생한 것이다. 2년 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노동/일의 세계’라는 정책보고서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을 권리와 온전하게 존재할 권리를 넓게 묶어 ‘일하며 자신을 지킬 권리’리고 지칭하며 두 가지 권리가 같은 맥락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임을 살펴본 바 있다.

괴롭힘이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행해지는지 살펴보면 차별 문제를 빼놓고 괴롭힘을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통 권력을 더 가진 상급자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직원에게 행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차별적 인식과 분위기가 직장내에 존재할 때 발생한다. 이런 경우 그 직장의 노동환경은 이미 차별의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괴롭힘의 문제를 접근할 때 그 노동환경의 차별의 구조를 함께 살펴야하는 이유이다. 쿠팡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차별의 구조를 진단하지 않고 뿌리 뽑는 것이 아니라 시끄러워지는 사건에 대해서만 가해자와 하급 책임자를 처리하는 식의 대처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공론화한 피해당사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그녀는 이미 방송에도 출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나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상사가 다른 직장동료에게 그것을 알렸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공포로 다가왔다.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성소수자에게 보편적으로 비우호적이기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내가 성소수자임을 알게 되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은 어떤 곳인가. 노동하고 있는 시민에게 직장은 대개 일상의 가장 긴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다. 업무의 종류를 막론하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상호작용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직장에서 내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힐 수 없거나 밝혀질 경우 직장내 관계맺음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침묵하여야 한다면 그 사람은 하루 중 너무나 긴 시간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만 한다. 직장에서도 성소수자인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도 안전 해야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 사람의 존엄과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이처럼 ‘일하며 자신을 지킬 권리’를 노동자, 특히 성소수자 노동자가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차별금지법이 가장 활약하며 누빌 영역은 다름 아닌 고용영역이다. 단순히 성소수자도 시민이다, 라는 외침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권리를 함께 누려야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모든 노동자가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괴롭힘 당하지 않고 직장에 다닐 권리,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함께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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