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비정규직·초단시간노동자 급증이 최저임금 탓이라는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22.01.26 17:03
  • 최종수정 2022.02.07 13:26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시대를 선언하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초단시간 노동자는 급증했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나쁜 일자리가 확대됐다.

조선일보는 1월 14일 사설 <‘일자리 정부’ 4년간 풀타임 일자리 185만개 사라진 역설>에서 비정규직이 150만명이 늘어나 38.4%까지 높아졌고, 초단시간 일자리가 60% 늘어난 151만2000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실패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반기업 정책’에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탈원전 정책 때문에 두산중공업 한 곳에서만 2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150만명 확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통계청은 “통계 기준 개편으로 2018년 이전 자료와 2019년 이후 자료는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2021년 비정규직 규모(38.4%)는 2019년과 비교해도 58만명 늘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2%다. 박근혜 정부 4년 평균인 7.4% 보다 오히려 낮다. 그리고 4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10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이 직접 지원됐다. 따라서 비정규직 확대의 원인을 급등한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2021년 비정규직 확대의 원인은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배달,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으로 전환하거나 경영 위기의 책임을 떠안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다. 2021년 11월 1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 실태’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8.5%인 220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4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배달 기사처럼 플랫폼으로 일을 배정받고 평가받는 노동자가 지난해의 3배로 늘었다. 플랫폼 노동자의 확대는 ‘노동권 사각지대’의 확대를 의미한다.

초단시간노동자가 급증한 원인은 무엇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일주일에 15시간미만 일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160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1000명(7.4%) 늘어났다. 이는 200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4대 보험 의무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해야만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과 유급휴가도 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는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소위 '일자리 쪼개기'와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의 증가가 맞물린 영향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대면서비스업 등이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하는 것이 옳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는 근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의 한계 때문이다. 5인 미만 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개정하고 노동의 가치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부여하는 차별적인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장’과 ‘노동시간 쪼개기’를 통해 법의 사각지대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실패는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의지와 정책의 빈곤에서 비롯됐을 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젠더갈등, 세대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매우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대립이다. 언론은 민간 일자리가 일자리 정책의 해답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에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12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OECD 주요 회원국별 대기업(종업원 250인 이상 기업, 2018년 기준)의 고용 비중은 독일 60.5%, 스웨덴 60.2%, 프랑스 60%에 비해 한국은 27%에 불과하다. OECD 평균 43.1%에 비해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절반이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대졸 청년 취업자 중 19.7%만이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에 진입한다. 5명 중 한명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거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위험한 환경, 고용 불안에 방치된 ‘나쁜 일자리’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은 끊임없이 (나쁜 일자리를 줄이려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중대재해처벌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민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왜곡된 선동을 하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심해졌지만 국내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의 중소기업 47%는 대기업 하청이며,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게 제조원가 강제 인하 등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왜곡된 산업구조가 대기업 독점 이익의 원천인 셈이죠. 신문이 ‘반기업 정책’ 운운하며 차별 해소 정책(노동권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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