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이것이 여성의 노동이다] ②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도축 검사원

2022년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기획기사
김현서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여성부장 인터뷰

  • 기사입력 2022.02.21 13:44
  • 최종수정 2022.02.22 11:59
  • 기자명 조연주 기자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왔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목록에 오르고, 요구사항을 말하면 반찬값 벌며 바라는 게 많다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다. 남성과 똑같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단단한 유리천장에 막혀 올라가는 남성들을 바라봐야 한다. 임신과 육아, 출산이라는 생애주기를 겪으며 경력이 끊어진 여성에게 남는 선택지는 이전보다 더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일자리다. 

민주노총은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노동자대회는 드러나지 않던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가시화하고, 여성노동 과제와 요구를 제시하는 주요한 투쟁의 장이다.  <노동과세계>도 이에 맞춰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더럽거나 어렵거나 위험한. 그러나 사회가 굴러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들. 이른바 ‘3D직종’이라 불리는 노동의 주체는 언제나 남성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곳에 있던 여성노동자의 존재는 가려졌다.  

본지가 만난 여성들은 자신이 불안정·저임금의 노동자라는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바뀌어야 할 것은 노동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임금과 복지, 편의시설 같은 조건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언했다. 이것도, 이것은, 이것이, 여성의 노동이라고.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조합원들이다.

김현서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여성부장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전남도본부 소속으로, 광주지역 한 도축장에서 일하고 있다. 도축 검사원, 위생직으로 불리는 김현서 여성부장은 살아있는 가축이 도축되어 육류(고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축산물에 대한 위생처리와 위생·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업무를 한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인 검사원들은 공무원인 검사관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주업은 가축이 육류가 되는 도축과정 전반의 위생관리와 가축의 머리·내장과 지육(머리, 족, 내장 등을 제거한 고기), 림프절을 검사해 인수공통전염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축의 시료를 부위별로 채취·검사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육류가 유통되는 것을 막는다. 

전국적으로는 383명의 검사원이 있다. 전남도본부의 경우, 53명이 각 사업장(도축장)에서 일하고 있고, 이중 절반 정도가 여성 직원이다. 여성 직원 대부분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경험을 하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가 주를 이룬다.

전체 직원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대부분의 도축장에는 여성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다. 가축위생방역직 자체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서 여성부장이 여성 검사원을 대상으로 도축장에서 근무하며 가장 큰 애로사항을 질의한 결과, 여성노동자를 위한 탈의실과 샤워실이 없다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탈의실’이 있다고 해도, 성별이 구분되지 않아 그곳은 자연히 남성 검사원들이 더 자유롭게 이용하게 된다.

직업 특성상 가축의 피와 분뇨가 묻기 때문에 퇴근할 때는 샤워를 해 냄새를 제거해야 하지만,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제대로 된 샤워가 어렵다. 남성 노동자들도 샤워를 힘들어 하는 마당에, 여성 검사원들은 사실상 씻을 수 없다. 

화장실도 열악하다. 있더라도 시설이 허름하고, 현장(도축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돼있어, 근무시간에는 거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가 힘들다고 보면 된다. 더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선 위생방역복을 탈의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방광염에 걸린 여성노동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이 분리된 검사원 휴게실은 꿈같은 얘기다.

소 한 마리(900kg 기준)를 도축하면, 40kg 남짓한 내장이 나온다. 검사원은 이를 일일이 뒤적여 검사하는 과정에서 손목과 허리에 항상 힘을 줘야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크고 작은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업무는 많고, 사람은 없다. 과로에 시달리지만, 인력충원은 요원하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가 일하는 직종이다보니, 임신하는 여성들도 종종 있다. 전남도본부의 경우, 최근 2년간 7명의 검사원이 임신했고, 이 가운데 2명이 아이를 유산했다. 유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업무 내내 서 있어야 해 장시간 무리를 하는데다가, 무거운 것들을 들고 나르는 등의 고된 노동강도를 원인 중 하나로 짐작하고 있다.

임신을 고려해 전환 될 만한 사무직 및 내근직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지금은 노동조합의 요구와 직원 간의 배려로 그나마 육체노동이 덜한 업무전환이 가능한 곳도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별다른 조치없이 일하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새벽근무 및 현장업무 시 저체온 등으로 난임을 겪는 여성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도축장 현장은 살얼음판이다. 분위기가 무겁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항상 살얼음이 끼어있다. 항상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피와 내장 등을 세척해 바닥에는 늘 물기가 있는 까닭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산모의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인수공통전염병 노출 위험도 있다. 여러가지 인수공통전염병들이 발견되는 현장에서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호흡기 등을 통해 동물의 혈액이나 분비물을 접촉할 여지가 상당하다. 감염개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성들은 개체의 유산과 불임을 유발하는 브루셀라병이나 Q열 감염을 가장 우려한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지난달 20일 노조 창립 10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비정상적 기관 운영 정상화 ▲현장 인력 충원 ▲열악한 처우 개선 ▲국가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노사정 협의틀 구성 등을 요구한 것이다. 99%라는 파업 찬성률은 그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 아래서 일했는지 증명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열악한 노동조건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 열악하다.

가축 위생직과 방역직 노동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축산물을 거르고, 깨끗한 고기만을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올리는 최종 방파제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에 비해 처우는 심각한 실정이다. 올해 1월 여성부장을 맡게 된 김현서 조합원은 앞으로 본격적인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여성 위생직 노동자들의 노동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요구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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