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언론이 띄운 국가 재정 위기, 부자 증세 여론 차단이 목적이다

  • 기사입력 2022.02.25 16:38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지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회 이후 언론의 단골 팩트체크는 ‘기축통화’였다. 해프닝 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국가의 역할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저출산·고령화, 세대갈등, 기후위기, 청년 고용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둘러싸고 자본과 첨예한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복지와 세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17일 “2020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의 국가부채는 OECD국가 중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경연은 이 보도자료에서 “최근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10월 25일에도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최근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복지지출 증가 속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통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복지지출 비중 증가속도(4%)의 절반 수준이다.

언론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자 끊임없이 ‘국가 부채 1000조’를 거론하며 마치 곧 국가가 부도날 것처럼 위기를 조장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연합뉴스는 <작년 재정적자 30조 원대…총지출 '역대 최대' 600조 원>, 한국일보는 <3년째 마이너스 재정…나라살림 1000조원대 ‘적자의 늪’>, 세계일보는 <空約이 키우는 재정 ‘만성적자’> 등 ‘최근 3년 연속 통합재정 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그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 강화와 코로나 19 지원’때문이라고 보도했다.

18일 국민일보는 <“한국 국가 부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 매일경제는 <4년 뒤 국가부채비율 증가폭 한국, 18%P 뛰어 ‘OECD 1위’> 등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한국의 재정적자가 다른 非기축통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6년까지 한국의 국가 부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이후 한국 국가 부채 증가율 OECD 1위>라는 주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OECD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국가 부채 비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20년 호주는 전년 대비 정부 부채가 19.7% 늘었고, 캐나다는 33.9%, 프랑스 23%, 이탈리아 28.2%, 일본은 14.3% 등으로 정부 부채가 급등했다. 우리는 같은 기준으로 6.8% 늘었다. 고용 유지와 피해 계층 지원에 국가가 소극적이었다는 방증이다.

OECD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9.7%이며 OECD 평균은 135.3%이다. 우리나라의 2019~2022년 GDP 대비 국가부채 속도는 21.4%로 OECD 평균인 23.5%보다 낮다. 우리는 복지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지출을 할 여력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0년 한국은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8.6%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5.5%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은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4.8%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29.0% 증가했고, 영국은 가계부채가 6.2%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23.9% , 독일은 가계부채 4.5% 증가할 때 정부부채는 11.7% 증가했다. 한국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가장 높은 데 반해 정부부채는 낮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이들 기업신문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이 ‘유리지갑 약탈론’이다.

지난 14일 서울신문 <‘유리지갑’ 탈탈 턴 文정부…직장인 근소세 13조 더 늘었다>, 중앙일보 <월급 올라봤자네…작년 근로소득세만 47조 떼갔다>, 연합뉴스 <‘유리지갑’ 직장인 근로소득세 4년새 13조원 늘어…38% 증가> 등 “최근 4년 사이 근로소득세 수입이 38.9% 증가했다”며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월급쟁이’ 세금만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간 소득세율은 과세표준이 3억∼5억 원 이하는 38%에서 40%로, 5억 원 초과는 40%에서 42%로, 10억 원 초과는 42%에서 45%로 인상됐다. 이들은 대부분 월급쟁이와는 무관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5.5%(2020년 기준)로 미국(10.5%), 영국(9.5%), 프랑스(9.6%), 독일(10.4%), OECD 평균(8.1%)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공제로 인한 면세자 비중이 37%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높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 기준으로 20.1%(2019년 기준)이다. OECD 평균은 24.9%인데, GDP를 기준으로 할 경우 OECD 국가의 평균보다 세금 100조원을 덜 내고 있다는 뜻이다. 복지국가는 국민들의 높은 세금으로 유지된다. 세금은 착취의 수단이 아니라 ‘연대’를 위한 수단이다.

한경연과 기업신문이 끊임없이 국가 부채 위기론을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국가재정을 지원한 국가들의 최근 공통된 화두는 ‘부자 증세’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부자 증세’, ‘대기업 증세’ 여론을 막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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