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이것이 여성의 노동이다] ③ 서비스공단의 CCTV 관제요원

2022년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기획기사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 인터뷰

  • 기사입력 2022.03.01 16:03
  • 기자명 조연주 기자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왔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목록에 오르고, 요구사항을 말하면 반찬값 벌며 바라는 게 많다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다. 남성과 똑같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단단한 유리천장에 막혀 올라가는 남성들을 바라봐야 한다. 임신과 육아, 출산이라는 생애주기를 겪으며 경력이 끊어진 여성에게 남는 선택지는 이전보다 더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일자리다. 

민주노총은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노동자대회는 드러나지 않던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가시화하고, 여성노동 과제와 요구를 제시하는 주요한 투쟁의 장이다.  <노동과세계>도 이에 맞춰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더럽거나 어렵거나 위험한. 그러나 사회가 굴러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들. 이른바 ‘3D직종’이라 불리는 노동의 주체는 언제나 남성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곳에 있던 여성노동자의 존재는 가려졌다.  

본지가 만난 여성들은 자신이 불안정·저임금의 노동자라는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바뀌어야 할 것은 노동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임금과 복지, 편의시설 같은 조건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언했다. 이것도, 이것은, 이것이, 여성의 노동이라고.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 조합원들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에 소속된 김 조합원은 노원구청에 있는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로 출퇴근하며, 노원구 CCTV(폐쇄회로티브이·이하 CCTV) 관제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노원구에 설치된 CCTV는 약 2400대.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관제노동자는 모두 16명이다. 노원구 서비스 공단의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이들은 4조 3교대로 일하며 24시간 내내 CCTV 앞을 지킨다. 

노원구 구석구석 설치된 CCTV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단속, 주정차 단속,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재난 재해 안전관리 여부를 확인한다. 고장으로 보수가 필요한 카메라를 찾는 것도 일이다. 경찰과 협조해 실종 신고자와, 치매 어르신, 길을 잃어버린 어린이나 가출 청소년을 찾기도 한다. 이들이 속한 노원구서비스공단은 구청 운영 체육시설 등 시설정비, 환경 미화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관제는 드러나는 작업이 아니다. 사회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관제실은 철저한 보안이 무엇보다 우선되며, 업무상 일어난 일을 밖에서 말하는 것도 상당 부분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 앉아아 노원구에서 펼쳐지는 2400개의 장면을 한 눈에 보고있자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리의 막중함도 느껴진다. 

어쩌면 경찰보다도 더 빨리 사건의 실체에 접근 할 수 있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찰나에 지나치는 단서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서, 다음 동선을 추적해나가야 한다. 최근에는 요양병원에서 사라진 치매노인을 카메라로 잡아낸 공로로 상을 받았다. 이런데서 틈틈이 성취감을 얻는다. 다만, 야간 노동으로 밤낮이 바뀌는 일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는다. 24시간 3교대제로 일하기 때문에 낮에 정기적인 일정을 만들기도 쉽지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남는다.

오십줄에 접어든 김 조합원은 노원구에서만 20년을 살았다. 아이를 키우며 노원구 골목골목의 지리를 파악한 것 또한 관제요원에게는 큰 메리트가 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사회복지학에 관심이 생겨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졸업 후 노원구 서비스공단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무료 공부방의 관리자로 2년간 일했다. 그러다 공부방이 무료 공부방이 폐쇄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즈음 관제요원 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그 훨씬 전에는 보험 콜센터에서 아웃바운드 일을 했다. 아웃바운드를 할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유니폼처럼 입고 살아야 했다. ‘잘 나갈 때’에는 잘되는 대로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영업실적이 못미치는 달에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중간관리자도 성과에 따라 취급을 달리했다. 그에 비하면 관제요원은 조금 고되긴 해도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든다. 

노원구 관제노동자의 성비를 보면, 16명 가운데 5명이 남성이고 나머지가 여성들이다. 육아를 어느정도 마친 40대 중후반에서 50대가 주 연령대를 이룬다. 관제 노동 업무가 따로 분리된 지는 11년 정도가 됐는데, 초창기에는 남자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김 조합원이 5년 전 처음 관제 일을 시작할때는 이미 여성비율이 더 높아져 있었다. 여성들이 더 많아진 것은 최저임금인 기본급과 적은 수당으로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김 조합원은 짐작한다. 

2020년까지 관제요원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가장으로서 가져가기엔 애매한 돈’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급여가 너무 적어서 남성 직원들은 그만뒀고, 그 자리를 여성들이 채웠다. 말그대로 밤낮 가리지 않고 한 기초단체의 질서와 치안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라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비스공단의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의 급여차이는 해가 지나면서 점점 벌어젔다. 명절수당과 복지포인트도 줄어들었다. 2017년 사측(공단)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형태를 무기계약직으로 바꾸고, 정규직화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규직(일반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은 점점 커졌고, 같은 일을 해도 성과급은 5~9배나 차이났다. 

2년 전 노동조합이 40일에 걸친 대대적인 파업투쟁을 벌였고, 비로소 서울시 생활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게 된 것도 파업의 성과다. 관제요원 1명은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식이었다. 이렇듯 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된 것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의 제대로된 정규직화와, 고령친화적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며 다시한번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