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임금피크제, 청년고용 증가 않고 비정규직만 늘려

  • 기사입력 2022.03.03 17:51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임금피크제, 임금 낮추고 비정규직 늘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그 이후 임금을 차츰 줄이는 제도다. 고령 노동자는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청년들에게는 고용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특히 청년층의 신규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정년 연장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은 청년고용 문제였는데,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고용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노동자 1명의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증가함에 따라 청년 0.4명의 고용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임금피크제를 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줄기 때문에 고령층의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청년층의 신규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조합과 노동진영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어찌됐든 신규고용 창출은 못하고 기존 노동자 임금만 낮추게 될 거라며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러면 임금피크제의 실제 효과는 어땠을까? 정년 연장과 연동된 임금피크제 시행 6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실제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령 노동자의 생활도 안정이 되고 청년층의 고용도 증가했을까?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얘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통상학회지에 실린 논문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효과 분석>에서 “임금피크제가 단기와 장기간에 걸쳐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해당 연도에만 전체 노동자 수가 다소 증가했지만, 2년~4년 뒤에는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정규직 비율이 낮아지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결론을 냈는데, 임금피크제가 청년층의 (정규직) 신규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비율만 높이는 임금제도라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특히 이 논문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임금피크제가 본격 실시된 지 5년째인 상황에서 다른 논문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충분한 통계를 기초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다기간에 걸쳐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임금피크제 논란과 관련하여 노조·근로자 측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청년을 포함한 전체인구의 고용량이 증대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라고 주장한 내용이 더 현실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부담을 노조·근로자 측에서 질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고용 증가나 고령층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비율만 증가시켜 임금소득 감소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만 60살로 연장된 2016년 전후로 본격화돼 상시 노동자 3백명 이상인 회사의 52%가 도입한 상태다. 임금피크제 협의 사항은 노사간에 자율인데 그만큼 임금 감소폭은 천차만별이고 정년 마지막 해엔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재고용 되는 사례가 많아 정규직 직원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그만큼 임금이 삭감되는 효과를 갖는다.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이라는 치킨게임
청년고용 문제만을 놓고 봤을 때,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조정은 효과가 없고 총고용량과 관계가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추정> 보고서(국회예산처, 2018년)에서도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 증대에 효과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고령층의 고용은 0.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청년층 고용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 고용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령층 고용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청년층 고용에는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즉, 청년고용을 늘리려면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조정보다도 기존 노동자, 고령 노동자의 고용 자체가 줄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는 정규직 총고용량이 늘지 않고서는 청년 고용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임금피크제든 무엇이든, 정년연장과 같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량을 유지하는 것은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박탈하는 꼴이 되고 만다. 아니면 비정규직을 늘려 청년들의 비정규직 취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청년빈곤이나 청년고용 문제만 심각한 게 아니고 노년층 빈곤문제가 더 심각한 게 문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인데, 노인빈곤은 청년빈곤 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년이 줄거나 임금이 줄면 노인빈곤율이 더 늘어나게 된다. 65세부터 연금을 수급 받는다 하더라도 60세에 정년이 되고 나면 5년간 버틸 소득이 없으면 사실상 극빈층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년연장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논의를 하면서도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의 필수조건으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다른 한편, 정년연장의 또 다른 조건으로 연금개악을 내걸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고령노동자들의 임금 하락과 비정규직화만 부추길 뿐, 결코 청년고용 증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청년고용을 위해 고령 노동자들이 더 빨리 퇴직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으라고 하는 것처럼 세대 간의 문제로 볼 사안은 아니다. 누가 더 빈곤하냐를 따져 누가 더 많이, 오래 고용되어야 하는지 결정할 일도 아니다. 임금총액과 고용총량을 그대로 두고 누가, 어떤 세대가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는가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 고용량을 늘리고 총임금 수준을 늘리는 가운데, 청년고용을 증대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고용은 자본의 의무, 못하면 국가가 책임져야
자본과 기업은 생산성도 낮아지고 이윤이 줄어 임금을 더 줄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을 삭감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정년연장도, 청년층 신규고용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의 논문에서도 드러났듯이, 대기업은 노동자 임금을 줄이면 신규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식으로 대응을 해 왔다.

그러나 애초 고용은 노동자의 의무가 아니라 기업과 자본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노동자 임금을 줄이거나 빨리 퇴직해서 고용 수준을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잘 못된 것이고 자본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부담 지우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본 몫을 이용해 청년 신규채용을 늘리고 정년연장을 해야 한다. 즉, 노동 몫이 아니라 자본 몫을 신규고용 창출하는데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수십조원씩 하고 그 주식까지 불태우고 있고, 배당성향 늘리고 있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30대재벌 사내유보금은 1000조원을 이미 넘었다. 이런 자금과 자산들을 신규고용 늘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주주배당은 4배 이상 높고 내부유보도 50% 가까이 더 많이 하는 반면에, 임금분배는 중소기업보다 50%나 적게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주주배당이나 사내유보 같은 자본분배를 줄이고 임금분배를 더 많이 늘릴 수 있고, 대주주의 자산증가분, 주식평가차익을 환수해 고용증대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2018)에서 재인용
한국은행(2018)에서 재인용

그런데, 지금 기업에서는 이걸 못한다. 왜? 주주친화 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자본 측 분배 몫을 더 늘리지 않으면 웬만한 기업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이윤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폭증한 (대부)자본들이 자신들의 몫을 더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기업(산업자본)을 조지고, 노동자들을 조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몫을 더 내놔 고용을 늘리자’는 것은 광인의 헛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유동성도 늘고 자금공급 방식도 다양해져 자본이나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이제는 투자를 하려 해도 적정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처가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실물투자도 둔화되고 그럴수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고용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 때문에 자본은 주주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리고 사내유보금을 더 쌓을지언정 고용을 늘일 생각은 않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양보하라, 일자리를 양보하라며 치킨게임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자본이 고용을 책임지지 못하는 바로 이 조건이 재벌 대기업과 독점이윤의 사회화 및 일자리 공급을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책임일자리’가 얘기되는 배경이다. 자본과 기업이 못하면,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 그렇게 자본의 역사적인 소임이 또한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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