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윤석열 노동공약 쏙 빼닮은 한국일보 솔루션,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 기사입력 2022.03.08 16:38
  • 최종수정 2022.03.08 16:41
  • 기자명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한국일보는 지난해 9월, “일자리, 불평등, 저출산, 이념・세대 갈등, 기술전쟁, 기후위기, 팬데믹 등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의 목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고민과 성찰은 실종됐다”며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야에 대해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들에 대해 미래지향적, 사회통합적 대안을 모색한다’며 각 분과별로 40・50대 전문가들과 논설위원이 참여해 집중 토론을 벌였다. 한국일보는 지난 3일, 6개월 장기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중도정론의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제시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솔루션’이 차기 정부 국정 운영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노동 분야의 해법을 제시했다. ‘중도언론’ 한국일보가 제시한 노동 분야 솔루션은 과연 어떤 길일까? 한국일보가 세 차례 전문가와의 집중토론을 통해 찾은 해법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밝힌 어떤 진영과 정파의 대통령이 당선되든 꼭 해야 할 정책 대안일까?

한국일보가 제시한 해법은 전혀 새롭지 않다.

“현 근로기준법은 과거 ‘공장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경직된 조항들이 많다”며 일 단위 시간 규제를 총량 규제로 바꾸자고 한다.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이중고를 겪는 비정규직 문제는 사용기간・사용사유 제한이 아닌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성과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 전환, 폐쇄적 고용 구조 혁신,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등의 해법도 제시했다.

한국일보의 솔루션은 대부분 기업에서 요구해 온 ‘숙원 사항’들로, 불평등을 심화하고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확대할 위험성이 높다. 특히 근로기준법을 ‘낡은 공장법’으로 규정한 것은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한 근로기준법 폐기나 전면 개정을 시사하는 것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솔루션대로 고임금 근로자에게만 초과 근로수당 미지급을 인정할 경우 ‘해고의 자유화’ 등 또 다른 차별 조항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최저 근로 조건 강행 규정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문제는 ‘고임금 노동자 일부 제외’와 맞바꿀 성질이 아니다.

한국일보는 ‘비정규직 제로’는 허상이라며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할 정도로 부담을 느낄 수 있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현재 보수의 1.05%~1.65% 수준인 고용보험 사용자 부담률을 어느 정도로 인상하면 사용자들이 부담을 느껴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인가. 2021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2.9% 수준으로 평균 157만원을 적게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연공급이 도입된 건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와 입사 당시의 저임금 체제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려면 교섭체계, 사회보험제도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제도적 개혁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직무급제는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기득권’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직무급제’ 논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윤석열 후보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노동 공약의 핵심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일정 기간 단위로 정해진 총노동시간 범위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이다. 현행 1개월인 정산 기간 동안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무제한 노동을 할 수 있다. 24시간 일하고 이틀을 내리 쉬는 형태의 근무가 가능하다. 노동시간 유연화의 ‘끝판 왕’이라고 불린다. IT와 미디어제작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장시간노동에 대한 문제제기와 얼마 전 SBS 드라마 제작 프로듀서 사망 사건 배경에 노동시간 제한없는 '재량근로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노동시간 규제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윤석열 후보의 노동 공약의 주요 내용은 △전문직 직무, 고액연봉 근로자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연장근로시간 총량 규제방식으로 전환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가치 및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선하여 청년 고용 활성화와 장년층 고용안정 동시 구현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한 시간선택형 정규직 일자리 등으로 대표된다.

국민의힘은 노동공약을 발표하면서 “현 근로기준법은 20세기 공장법 방식으로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 및 임금규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며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일보 솔루션이 윤석열 후보의 노동공약과 판박이라는 의혹을 받는 결정적 근거이다.

한국일보 솔루션과 국민의힘 노동 공약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낡은 근로기분법’은 전혀 새롭지 않다. 2020년 7월 매일경제는 <구시대 노동법이 ‘괴물노조’ 키웠다>며 ‘플랫폼 시대 新노동법’을 제안하는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사진1) 그 길의 끝에는 ‘노조없는, 해고의 자유만 있는 세상’이 존재할 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