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트랜스젠더 노동자와 HIV감염인 노동자가 노무사에게 바라는 것들

수습노무사모임 노동자의벗,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 토론회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안전하고도 전문적인 노동 상담 공간 필요해”
“모든 정체성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 마련해야”

  • 기사입력 2022.03.29 16:39
  • 최종수정 2022.03.29 18:06
  • 기자명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성소수자 노동자, 트랜스젠더 노동자와 HIV 감염인 노동자가 노무사에게 바라는 것들은 무엇일까. 노무사들이 성소수자(퀴어) 노동자를 만나, 일터에서 어떤 형태의 차별을 겪고 있는지 질문했다.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 노동자와 함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한 것이다. 노무사 모임에서 성소수자(HIV 감염인 포함)를 단독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법 전문가인 노무사가 현장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처음으로 직접 만나 논의를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그동안 은폐되고 비가시화된 존재였던 직장 내 퀴어노동자의 노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와 활동가가 머리를 맞댔다는 의미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팀장 이드 활동가(이하 이드)는 성소수자 노동자,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젠더퀴어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차별 사례를 발제했다. 트랜스젠더·젠더퀴어란,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일치하지 않거나 성별이분법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이드는 발제에 앞서 트랜스젠더 대상 연구와 통계가 최근 몇년 사이에 활발해지긴 했지만, 자신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지않아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가 노동시장에서 겪는 첫 걸림돌은 바로 고용의 문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가 구직을 시작할 때부터 업무 능력과 상관 없이 고정적인 성 역할에 맞지 않는 외모나 태도를 보인다면, 고용 자체가 거부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변희수 하사의 경우에도, 국가로부터 노동권을 침해당한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노동을 시작했다고 해도,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직장동료 및 상사의 괴롭힘은 계속된다. 상대가 여성으로 여겨질 때면 ‘머리 좀 기르라’며 긴 머리를 강요하거나, 남성으로 보인다면 머리를 자르기를 강요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사부서 등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하며 법적 성별과 보여지는 성별이 다를 때 생기는 차별의 문제들도 언급했다.

업무와 상관 없는 ‘성적 괴롭힘’은 결국 정신적 스트레스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생산성 저하와 스트레스는 또 다시 퇴사와 해고, 권고사직으로 연결돼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한다. 직장 선택 시 정체성 때문에 특별히 고려하는 사항에 대한 답변으로 트랜스젠더 응답자들이 ‘복장/두발 자율성이 보장되는 곳(70.0%, MTF 응답)’이나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곳(64.3%, FTM 응답)’을 가장 높게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HIV 감염인 당사자인 소리 활동가(이하 소리)도 발제에 나섰다. 소리는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의 공동지기를 맡고 있다. 소리는 HIV 감염인이 겪는 노동문제를 본격적으로 발제하기에 앞서, 그동안 HIV 감염인의 경우에는 질병과 자살로부터 ‘살아남기’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두었다며, 감염인들의 노동 문제, 즉 감염인이 어떤 노동 환경에 처해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짚었다.

HIV(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란, 인체의 면역기능을 파괴하며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최근 의학기술은 HIV 감염인은 노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발달했지만,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소리는 우선 HIV 감염인의 ‘내적 낙인’ 문제를 언급했다. 내적 낙인이란,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한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신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스스로를 탓하고 낙인 찍는 현상을 말한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HIV 감염인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22%씩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감염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HIV 감염인은 회사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았을 시 뒤따를 직장내 불이익을 우려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HIV 감염인이 일정 기간 이상 약을 복용하면, 상대를 감염시킬 수 없게 된다. 감염사실과 업무수행 능력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HIV 감염인을 일터에서 배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리는 2019년 대전시민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는 대전시티즌에 영입된 한 선수가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HIV 양성반응을 보이자, 사측(대전시티즌)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영입 하루만에 계약을 해지한 사건이다.

소리는 이 사건을 두고 먼저 선수의 개인 의료정보를 언론에 퍼트린 점,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HIV 사실을 두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점을 지적하며, 이는 명백히 차별과 혐오를 기반에 둔 부당해고이자 법 위반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감염인의 경우, 본인의 감염 사실을 직장 상사에게 알리고 난 다음 날 하루 아침에 근무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되는 일을 겪었다. 사실상 퇴사를 종용당한 것이다. 이밖에도 면접 시 군면제 사유를 묻거나, 사측에서 주관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등의 사례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진 대신 혐오가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소리는 사회적 혐오의 시선이 두려워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질병을 ‘음지화’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이어지는 플로어 토론에서, 두 활동가들은 성소수자에게 안전하면서도 전문적인 노동 상담 공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노동문제가 발생하면, 행성인 노동권팀으로 노동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상담사들 또한 노동에 대한 전문적·법률적 기관을 연결하는 등의 지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활동가는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노동상담이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법인이나 노무사들이 ‘퀴어프렌들리’(=성소수자 친화적)하다는 안내를 걸어놓는 등 성적지향에 대해 개방한다는 안내를 하는 곳이 너무나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심리상담소의 경우, 지금은 성소수자 당사자끼리 직접 (차별과 혐오를 겪으며) 알아낸 리스트를 공유하는게 전부”라고 했다.

노동자로서, 성소수자로서 또는 질환자로서 받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도,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논의도 나왔다. 차별 받는 당사자가 법을 토대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뿐 아니라, 현행법인 직장내괴롭힘법, 남녀고용평등법의 성희롱 조항 등이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에 해당되지는 않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를 기획한 김시운 금속노조법률원 수습노무사는 “성적 지향과 정체성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차별,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당사자들조차 '나는 직장에서 성소수자라서 차별받은 적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당사자부터 차별을 인식조차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며 취지를 밝혔다. 

더해 “퀴어노동자들이 겪는 직장 내 노동권 문제가 가시화 되려면, 사례 발굴·연구 작업·노동상담·현행법을 통한 해결방법 모색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통한 법적 강제 등 종합적인 사회적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수습노무사들의 노동인권 공부모임 '노동자의 벗'이 28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장에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라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 조연주 기자 
 '노동자의 벗'이 주최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 포스터. 
'노동자의 벗'이 주최한 '일터 속 성소수자 차별 부수기-퀴어노동자와 함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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