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한전이 책임져라!" … 위험작업 전면 거부에 나선 전기노동자

3월부터 위험작업 전면 거부에 나선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고 김다운 조합원의 산재 사망 이후 55일 간 농성 투쟁 진행해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으로부터 듣는 앞으로의 투쟁 계획

  • 기사입력 2022.04.05 11:14
  • 최종수정 2022.04.05 12:27
  • 기자명 이준혁 기자

2021년 11월 5일, 경기도 여주시에서 전봇대에서 작업 중이던 전기 노동자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19일간의 투병생활 끝에 11월 24일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의 조합원이기도 했던 고 김다운 씨는 서른여덟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주목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한전이 이 죽음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했다. 위험한 노동에 노출된 배전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라고도 요구했다. 한전은 김다운 조합원의 유족에게 사과는 했다지만, 산재 신청만은 여전히 막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의 요구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그 사이 전기분과위원회는 농성 투쟁을 정리하고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부위원장 겸임)에게 지금까지의 투쟁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건설노조 기관지 <건설노동자> 48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 * *

Q. 55일 간 농성투쟁 고생많으셨습니다
매일 한전에 농성투쟁해주러 오시는 지역의 동지들이 피곤하실텐데, 더 고생이 많으셨죠.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Q. 농성 투쟁 기간 한전에 한 요구는 무엇인가요. 한전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우리가 했던 요구 중 하나가 고 김다운 조합원이 하다가 돌아가신 작업, COS(회로차단 전환 스위치) 투입 및 개방(이하 투개방) 작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한전 배전운영실이 하던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한전 정직원이 2019년에 그 작업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이 작업이 위험하기도 하고, 한전 입장에서는 귀찮아하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한전 직원이 죽으니 하청 단가업체에 전가를 했죠. 2021년 4월이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싫어도 한전의 요구이니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전은 하청업체의 열악한 현실을 알면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부적이고 확실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투개방 작업은 전문 활선전공을 따로 채용하라고도 했고, 안전장구도 새롭게 개발하라고 했습니다. 또 김다운 조합원 돌아가신 뒤에 승주(전신주 오름) 작업이 금지돼서, 일용직 노동자나 업체의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라고 했죠.
한전의 반응은 상당히 미온적이었어요. 55일 동안 3차례 교섭을 했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들려왔습니다. 대부분 안 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석원희 건설노조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 겸임)
석원희 건설노조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 겸임)

농성 투쟁이 한창이던 때, 한전은 승주 작업을 개선하겠다며 시연회를 개최했다. 2월 4일, 10일, 3월 10일 3차례 진행된 시연회에서 한전은 추락 방지를 위해 매트를 깔고, 슬링을 이용한 2인 1조 방식을 내놓았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시연회마다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한전은 자신들의 방식을 강행하고 있다.

Q. 한전이 제안한 방식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한전이 내놓은 걸 보면, 실제는 암벽 타는 사람들의 장비를 갖고 와서 시연을 했습니다. 문제는 암벽은 고정돼있지만, 전신주는 전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작업자가 너무 강하게 고정돼있으면 전신주가 쓰러질 때 탈출을 해야 하는데 탈출을 하지 못하고 같이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2인 1조 작업이라 추락할 때 밑에 있는 보조 작업자가 딸려가는 2차 재해도 예상됩니다. 제가 다른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겠냐, 그랬더니 엉뚱하게 암벽 타는 장비를 갖고 온 거죠. 물론 한전은 재해를 예방한다고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실제 예전부터 매트나 그물망 같은 안전 공구를 한전이 하청업체에 구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하청업체들이 대부분 구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용이 없어서 창고에 박혀서 쓰이지 않는 장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업체들에서도 불만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도 그런 방식을 강제로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놓을 수밖에 없죠.

Q. 이런 탁상공론식 행정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렇게 나오는 건 시간 끌기라 봅니다. 한전은 자기들이 발주처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원청의 성격이 상당히 두드러집니다. 모든 작업 기준을 정해놓고 따르라고 하니까 원청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잖아요. 그러니 처벌을 받을까 봐 시간을 끄는 겁니다. 지금도 대형 로펌을 고용했다던데, 처벌받지 않도록 뭔가를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시간을 끌겠죠.
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을 안 한다는 얘기죠. 답은 현장에 있는데도 현장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네들이 보는 입장에서 그냥 적당하게 대책 만들어보고, 그 다음에 반응을 보자는 식인 거죠.

현장을 외면한 한전의 졸속 안전 대책에 결국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3월 16일 0시를 기해 위험작업 거부를 선언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의 작업중지권을 근거로 한 것이다. 

Q. 이번의 위험작업 거부를 선언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크게 3가지입니다. COS투개방, 야간 돌발, 그리고 사선 승주 작업 금지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작업 거부(제 52조, 작업중지권)로 해서 실시했습니다. 그 다음에 한전이 다급해졌는지 노동조합의 의견을 적당히 반영하기는 했습니다. 승주 방식에 관해서도 자신들의 방식과 노동조합에서 제시한 방식을 아울러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모든 영역에서 얘기가 잘 풀릴 때까지 작업 거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지난 3월 16일, 위험작업 거부를 선포하며 발표한 건설노조의 성명.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kcwu.or.kr/statement/71900
지난 3월 16일, 위험작업 거부를 선포하며 발표한 건설노조의 성명.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kcwu.or.kr/statement/71900

올 한 해 안전한 현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의 고삐를 쥐어가겠다는 석원희 부위원장. 마지막으로 안전을 위해 투쟁 외에도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Q.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안전과 관련해서는 한전의 교육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조합이 나서서 안전 교육이나 안전 장구 개발 같은 걸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장에 맞는 안전 대책을 노조도 직접 마련하고, 이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도 근골격계 질환으로 많은 동지들이 힘들어하십니다. 병원에 다니는데 산재 처리 방식을 몰라서 개인 돈으로 치료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우리가 분과 차원에서 이미 근골격계 질환 관련 사업을 많이 해와서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런 것들도 잘 알려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