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인플레이션, 물가는 누가 올리나?

이윤가격 인플레이션, 가격통제하고 임금 올려야

  • 기사입력 2022.04.05 22:28
  • 최종수정 2022.05.06 13:34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특징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9%로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등 전 세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차단으로 부품과 원자재, 유가 등 에너지 공급이 축소되고 교란되어 가격이 뛰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갇혔던 수요가 팬데믹 양상의 변화와 함께 증가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부정적인 공급 충격을 일으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니켈, 네온, 티타늄 등 주요전략 물자와 석유와 천연가스의 공급국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폭등과 반도체 수급 차질 등 공급망 교란 문제는 증폭시키고 천연가스와 석유의 공급부족으로 에너지 가격도 폭등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지역은 세계 밀수출의 약 30%, 옥수수는 20%, 전 세계 비료의 13%인 5000만 톤의 비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칼륨, 인산염, 질소 함유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다. 곡물가격 상승으로 저개발국 식량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기아와 굶주림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해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이 지속하고 이 지역의 주요 수출품의 가격이 또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간 물가 상승 전망치로, 높아질 경우 각 경제 주체들은 미래 인상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량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자. 통화량 증가에 따라 유휴자금들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 인플레를 심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실물 부문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 엄청난 양적완화를 했는데 그때도 발생했어야 하는데 당시에도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반대 현상인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임금이 오르면서 비용이 인상되어 물가가 오른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번 인플레이션은 임금인상과도 관련이 없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 당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인상은 물론 임금인상에 따른 이윤압박으로 기업이 가격에 임금인상 비용을 반영하면서 비용가격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보다 물가가 더 많이, 빨리 오르고 있다. 미국도 작년 4월 이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상태라 임금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아니다. 실제 물가가 오른 분야를 보면, 임금과 연관성이 많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물가가 더 낮다. 요식업 등 서비스업종의 인플레이션율이 제조업보다 월등히 낮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노동시장이 파편화되어 있고 비정규직 등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유연화가 확대되어 있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축소되어 있어 임금인상을 지지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다. 결국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상태가 계속 지속하고 있는데,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기업들은 내년에도 3%에서 3.9%의 급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윤가격 인플레이션, 독점기업의 초과이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비용가격을 포함한) ‘이윤가격(profit-price) 인플레이션’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공급부족과 공급망 교란 등의 문제도 크지만 코로나19 이후 갇혔던 수요가 확장되는 조건을 활용하는 글로벌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현대차, 테슬라, 벤츠, 르노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원자재 인상을 이유로 자동차 가격을 너나없이 올렸다. 그 결과 테슬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최대치를 경신했고, 코로나와 공급망 교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조원으로 7년만의 최대치다.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도 202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29% 증가한 51조5천700억원으로 역대 3위 규모다. 이는 마치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석유가격을 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려 마진율을 올리는 것과 같다. 그 덕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2021년 영업이익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은 2020년 5.1조원 적자에서 무려 12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대기업은 병목 현상과 강력한 수요를 활용해 가격과 마진을 동시에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의 3분의 2가 팬데믹 이전보다 지난해 더 높은 이익 마진을 보고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지난해 상장사들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코스피 상장사 595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2021회계연도 연결기준 매출 2299조1181억원, 영업이익 183조9668억원, 순이익 156조56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3.59%, 160.56% 급증한 규모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급등,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도 단기 수요가 줄어들지도 않고 있고 비용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원자재 공급부족으로 공급 속도만 순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에서 전 세계 소비자, 노동자 가계로 피해가 전가할 뿐 기업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대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가격통제와 임금인상
이처럼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공급망과 이와 연동된 전쟁 그리고, 독점대기업의 초과이윤 상승이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금리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 해소가 안 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량이 아니라 공급망, 공급측 문제로 인한 인플레이션 대책에 무력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지금 기업부채가 역사적으로 고점이고 반대로 기업 부도율은 최저수준이다. 기업 부채가 많고 대규모 파산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 당국은 인플레이션 안정화와 생산량 안정화 사이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충관계(trade-off)에 직면해 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기도 하지만 부채가 많기 때문에 오른 금리만큼 다시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그럼 또 가격이 더 올라, 금리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통화정책으로는 경제의 연착륙을 목표로 인플레이션을 완만하게 줄여나갈 수 없다. 결국 중앙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수용하면서 공급망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던가, 궁극적으로 심각한 기업 파산과 함께 경기 침체를 용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아래에서 1979년 미국 연준 의장이 된 폴 볼커는 기준 금리를 두 배로 인상해 달러화 강세를 유지하는 대신 중남미 외채위기, 기업 파산과 경기침체를 통해 이윤율 회복을 시도한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1979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당시 11% 수준이던 연방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1980년 3월 19.85%까지 올렸다. 이런 금리 인상은 폭락했던 달러화 가치의 상승을 불러왔고 이자율 상승으로 중남미의 외채위기와 미국 기업의 대량 파산,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런 출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결국 자본주의적인 인플레이션 해법이란 경기가 악화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심화해 기업부채 축소와 기업 파산을 각 경제주체들이 받아 들일 정치경제적 조건–경기침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19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어느 정도까지 장기화하고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세계화와 자본주의 세계경제질서의 분열 양상이 얼마나 더 심화할지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으로 현 수준에서 가격통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격 통제는 기업이 공급망 교란을 이용해서 마진을 늘리는 것을 막을 수는 있는데, 인플레이션 폭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이사벨라 웨버(isabella weber)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2차 세계대전 직후와 동일한 형태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들은 공급 문제를 기회로 가격을 인상하고 횡재한 이윤을 훔쳐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이루어졌던 “전후 전략적 가격통제” 정책을 다시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관련기사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commentisfree/2021/dec/29/inflation-price-controls-time-we-use-it)

21세기에 웬 가격통제냐 싶지만, 실제 이런 일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석유와 곡물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정유사에 가격을 조정하라고 압박해도 말을 듣지 않자 상품 수급에 직접 나서 가격하락을 유도하기도 했다(간접적 가격통제). 최근 코로나 팬데믹에서는 마스크, 백신, 필수 의약품 등도 정부 독점공급이나 국방물자화 하면서 실제 가격통제를 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대처 중 하나로 독점시장에 대한 조사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도 가격통제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임금은 동결하거나 내릴 것이 아니라 더 올려야 한다. 주류에서는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의 시작으로 강조하지만, 현재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임금인상 분을 물가에 반영할 정도로 노동력 공급 확대나 물가인상을 볼 수 없고, 자본집약적인 대기업의 경우 이윤(순이익) 증가로 임금인상 분을 감당하고도 남기 때문에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실질임금이 축소하면 소비수요가 줄게 되고 그러면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면서 이자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가격을 더 올리게 된다. 이 상황이 악화하면 경기가 침체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된다. 때문에 이 수요를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은 물가상승률 또는 그 이상으로 올려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고 수요가 줄지 않도록 보전해야 한다. 그래야 인플레이션의 피해가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다소나마 피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실질 임금이나 소득이 축소되도록 용인하는 것은 수요 감소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더 심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와 같이 이것이 자본주의적인 인플레이션 해법인데, 위기의 확대심화를 통해 경기축소 시기를 그만큼 단축해 더 빨리 이윤율 회복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심각한 피해와 고통은 노동자와 서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과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단기, 부분 대책으로) 가격통제와 임금인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특히 가격통제를 직접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독점대기업들의 초과이윤을 즉각 환수해서 정부가 임금(소득) 분배에 나서야 한다.

맹동 이후 엄동
코로나19와 전쟁이 정상적인 자본 축적과 재생산 과정에서 지진 같은 일종의 사고이든 아니면, 자본의 이윤축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본축적 조건이든,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세계자본주의 경제질서는 더없이 혼란스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백히 '지역적' 전쟁이 글로벌 차원의 문제로 되살아났기 때문에 에너지와 무역 이동 및 공급망이 여러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 전쟁과 러시아 제재의 영향으로 국제결제 네트워크 SWIFT가 파편화되고 세계 경제 및 지정학적 질서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쟁의 양상에 따라 세계자본주의 질서에 상당한 균열이 빚어져 자본간 경쟁과 이윤율 축소 경향이 더 확대할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지배질서에 균열이 생긴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혼돈 상황으로도 빠질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추위’는 본격적인 겨울에 진입하기에 앞서 맛보기인 맹동(孟冬)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싸늘함이 온몸을 감싼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다음 주제는 이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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