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먹고 사는 ‘일’

  • 기사입력 2022.04.14 20:01
  • 기자명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2022년 4월 11일, 국회 앞에는 곡기를 끊은 두 명의 인권활동가의 단식농성장이 차려졌다. 4월 임시국회 내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걸고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를 지킨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 미류 활동가는 “밥 안 먹는 일을 하며 차별금지법을 만들겠다.”는 말을 글에 남겼다. 문득 밥 안 먹는 ‘일’을 하겠다는 그의 말에 ‘일’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인권운동을 생업으로 하는 두 사람이 ‘밥 안 먹는 일’을 하지만 그들이 하는 단식이 노동의 영역으로 포함될 리는 없다. 두 사람 각자가 본 소속의 단체와의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가는 이 시간은 노동의 시간이 아니다.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말이다. 스쳐가는 많은 일들이 있다. 이 사회에 빠져서는 안될 수많은 종류의 돌봄노동, 누군가의 생업이지만 특수한 형태의 고용이라 근로기준법 등의 많은 노동기본법을 비껴가는 특수고용노동 등이 있다. 어떤 노동은 이전에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최근 들어 노동으로 인정받는 과정 중이다. 어떤 노동은, 노동은 맞지만 그 규모 등으로 인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해야 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것이 돌봄노동이다. 노동으로 취급되지 못하거나 허드렛일로 취급받던 돌봄노동이 최근 몇 년 사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노동임을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제도적 변화들이 막 시작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노동을 발견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기존의 다른 법들보다 ‘근로자’의 기준을 더 폭넓게 보고자 한다. 현재 4개의 차별금지/평등법안이 발의되어 있어 표현이 조금씩 다르지만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라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 △동일 사업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을 사실상 지휘, 감독하는 경우 등과 같은 범위까지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2021년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자는 2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의 노동법에서 산정하는 노동의 유형들처럼 완전한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웹기반형 플랫폼 노동자의 성별임금격차가 무려 21.3%로 나타났다. 운수, 물류, 퀵 등으로 업종별, 연령별로 살펴보아도 성별간 임금격차가 통계에 나타난다. 여기서도 나타나듯 차별은 결코 개인간에 발생하는 사적인 문제일수가 없다.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형태가 바뀌어도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차별이 발생한다. 차별금지법이 새롭게 발견한, 새롭게 나타난 노동을 놓치지 않고 법안에 함께 담아가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터도 노동자도 평등하게 일할 권리를 누리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정체성이 존중받는 세상은 다양한 노동의 유형이 평등한 일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한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하는 당신을 국회 2문 앞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 농성장으로 초대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쟁취하고 우리 손에 들릴 차별금지법을 들고 평등한 일터로 나아가자.

덧붙여, 곡기를 끊고 있는 또 한 명의 노동자 임종린 SPC 파리바게뜨 지회장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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