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여전한 죽음의 건설현장, 건설노동자는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중대재해·직업성 질환 증언대회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진행

  • 기사입력 2022.04.28 15:50
  • 기자명 김준태 기자(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4월 28일 세계 산재추모의 날을 맞아 ‘중대재해·직업성 질환 증언대회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4월 28일 세계 산재추모의 날을 맞아 ‘중대재해·직업성 질환 증언대회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가 4월 28일 세계 산재추모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중대재해·직업성 질환 증언대회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1년에 600명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는 2년이 다되어가도록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서며,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건설현장 안전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나섰다.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조직부장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조직부장

광주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시민대책위원회에 건설노조를 대표해 참가하고 있는 이준상 광주전남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증언대회 첫 증언자로 나서서 지난해부터 발생한 광주의 대형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광주 학동 철거공사 사고와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저가입찰구조와 다단계불법하도급,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보려 안전수칙을 무시하면서 무리한 공사를 추진하다 발생한 대형참사”라며 건설현장의 불합리한 구조들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음을 비판했다.
이어 이준상 조직부장은 지난 22일 서울시가 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치 처분 대신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시민대책위가 비판성명을 발표하니까 서울시에서 해명자료를 보내왔는데, 계속 읽어봐도 어떤 기준과 근거로 이런 처분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거대 권력 자본과 행정 권력이 결탁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중대사고의 책임을 단돈 4억 원에 면피시켜준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이 화정동 사고 직후 경기도 안양 재건축 현장 시공권을 따낸 과정을 이야기하며 “현대산업개발이 주택조합원들에게 가구당 7천만 원씩 보상해주겠다고 했다. 4200억 원 규모 공사 시공권이 따내면 그만큼 보상을 하고도 공사에서 얼마든지 이익을 남겨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이러한 모순적인 건설산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시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재사망의 80%가 120억 미만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말하며 “최소한의 도움도, 관심도 없이 죽어가고 있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고 곁을 지키는 것이 노동조합이 해야할 일”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선창호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 목포지회장
선창호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 목포지회장

증언대회에 두 번째 증언자로 나선 배전전기노동자 선창호 광주전남전기지부 목포지회장은 안전모와 배전전기현장의 방염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직업성 질환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2개월 전 피부암으로 발병으로 인해 수술을 진행한 바 있음을 말하며 “30년 전부터 전신주에 오르며 전기 일을 해왔다. 당시에는 안전모를 비롯해 제대로 된 안전장구조차 없이 수건 한 장 목에 두르고 일했다. 그런 과정이 피부암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전기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팔다리 힘만으로 전신주를 오르며 작업을 한 결과 모든 관절이 망가져 양쪽 팔꿈치 관절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선 지회장은 “악조건 속의 기후환경 속에서도 살아있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하면서 안전을 위해 방염복과 두꺼운 절연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하다 보니 피부질환과 더불어 고압전기에 의한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도 발병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건설노동자들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진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조합원
이영진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조합원

마지막 증언자로 나선 형틀목수노동자 이영진 서울건설지부 조합원은 “약 2년 전 현장 작업 중 중지손가락 인대 90%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측은 산재처리 대신 공상처리를 하자고 했고, 당시 생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사측의 권유대로 공상 처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후 이 결정을 후회했다고 말하며 “지나고나니 그것이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지금도 중지손가락은 후유증이 남아 2차 수술까지 했으나 100%회복되지 않았다.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공상처리를 하게 되면 후유증 발생시 훗날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내 몸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사고시 당장의 돈보다는 더 멀리 바라보고 회복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이영진 조합원은 건설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이라며 달고 다닌다. 이들이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한채 스스로 직업병이라 칭하며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파스를 붙이고 약을 발라가며 참아가며 오늘도 현장으로 나서고 있다”고 현실을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재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한 사측의 무리한 공정과 안전에 대한 형식적이고 안일한 관리에서 비롯된다. 비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진행되는 부실한 공사진행이 계속되는한 산재사고도 중대재해도 반복될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죽지 않고 일하는 현장을 투쟁으로 이뤄내자’며 구호를 외쳤다.

건설노조는 투쟁결의문에서 1건의 사망이나 중상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 29건의 경미한 인적, 물적 손상이 있고, 그 전에 300건의 무상해 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이야기하며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참사 전에 300건이 넘는 징조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노동부 통계 중 2021년 417명의 건설노동자 산재사망 전에 “12,093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을 것이며, 125,100건의 무상해 사고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며 “그런데도 죽은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라!’,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며 결의대회를 마치며, 국회가 조속히 노동자 시민을 위한 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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