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동지 여러분, 안전들 하십니까”···세계산재사망 추모의날 결의대회

민주노총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서울과 세종정부청사앞에서 동시다발 집회개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내용 ‘모호하다’며 개정? 죽음에 ‘모호함’ 있나”

  • 기사입력 2022.04.28 18:45
  • 최종수정 2022.04.29 18:36
  • 기자명 조연주 기자

“노동자 동지 여러분, 안전들 하십니까. 아니요, 우리의 일터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이 일하다가 죽어가는 노동 현장을 바꾸기 위해 모였다. 민주노총은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서울시 고용노동청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각각 조합원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정하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날 서울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1,000여명과 산재사망 유가족들이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작업중지권 보장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노동자 참여 보장 ▲지자체는 노동자 시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적용 즉각 개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서울시-세종시 동시다발 결의대회가 28일 열렸다 ⓒ 백승호 기자
민주노총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서울시-세종시 동시다발 결의대회가 28일 열렸다 ⓒ 백승호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는 올 1월이 되면 더 이상 노동자 죽음 반복하지않아도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죽음 멈추지 않고 있다”며 “경총과 경제단체들은 입을 모아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내용은 뻔뻔함을 넘어 파렴치한데, 처벌 하한을 없애고, 처벌의 내용이 모호하니 바꿔달라는 것이다”

이어 “현장 노동자 안전에 ‘모호함’이 있는가. 사람을 죽여놓고 책임을 외면하려는 뻔뻔함은 용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산재사망 유족들이 거리를 헤매지 않는 세상,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은 민주노총이 만들 수 있다”며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생존과 목숨을 지키는 투쟁을 힘차게 만들겠다”고 했다.

석원희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전기원분과 위원장은 “한국전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현장에는 안전장비와 사람이 가야하는데, 사람만 가서 죽거나 팔다리가 잘리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김다운 조합원의 죽음도 그렇게 발생한 것”이라며 “우리는 35년간 보호장갑하나에 의존해서 2만볼트가 넘는 전선을 만진다. 전자파에 노출돼 백혈병과 피부암, 림프암에 걸리지만, 사측은 어떤 조치도 없다”며 “우리는 지금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우동을 동지들의 생명과 행복을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석원희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전기원분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백승호 기자
석원희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전기원분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백승호 기자

홍준표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장은 “지난해 9월 인천 부평구 보건소에서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하시던 천민우 주무관님은 출근을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이 8월에만 초과로 근무한 시간은 117시간이었다”며  “117시간 초과 노동 해보신 분들은 안다. 휴일 반납은 물론 평일에도 매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천 주무관은) 그렇게 일상이 마비된 생활을 무려 9개월 동안 지속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상황에서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홍 지부장은 “현장 동료들에게는 최소한의 추모 시간도 허용되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고인의 영정 사진을 자리에 두고 울면서 전화를 받고 민원응대를 울면서 해야 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 하나 세우지 않았다”고 한 뒤 “윤석열 당선자는 공무원과 공공부문을 축소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정말 제대로 된 대통령 국가수반이라면 더 이상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현대건설 앞에 붙은 스티커들 ⓒ 양지웅 기자

학교공간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알리기 위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미선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은 “학교는 비정규직 종합 백화점”이라고 꼬집으며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전투적으로 일을 해서 기계처럼 제각각 맡겨진 일들을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게 해야 겨우 정상 급식이 나간다”고 한 뒤 “‘여성의 노동’이라고 여겨지는 풍토 속에서 급식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는 여전히 상상을 초월하고, 이에 따른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우리 급식노동자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 카톡방에 대체 인력을 모집하는 구인 광고를 직접 올려야 한다. 음식물 감량기에 내 멀쩡한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날에도, 폭염으로 의식 없는 내 동료가 응급차에 후송되는 날에도, 우리는 내 몸을 갈아 넣으며 급식 현장 지켜나가야 한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노동 현장이 안전하지 못해서 생기는 그 온전한 책임과 결과까지 우리 현장의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참담함으로 겪어내야 하는 이 노동 현장 싹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대회 참가자들은 ‘2022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건설을 거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이후 첫 번째 중대재해발생 사업장인 ㈜삼표를 경유한 뒤,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행진한 뒤 행사를 마쳤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감독 규정까지 개악하는 행태를 규탄했다 ⓒ 변백선 기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감독 규정까지 개악하는 행태를 규탄했다 ⓒ 변백선 기자 

한편, 금속노조 조합원 1,000여명은 민주노총과 함께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감독 규정까지 개악하는 행태를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와 유가족, 동료를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는 1건의 중대재해 그 자체가 최악의 사고이지, 지난해 보다 몇 명이 줄었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으면서 “사고를 예방하고 근절할 의지보다 수치에 연연하는 노동부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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