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2주기 추모 기자회견 열려

유가족은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가해자 기업에는 솜방망이 처벌 …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꼼수 중단하고 건설안전특별법, 노후설비특별법 제정해야

  • 기사입력 2022.04.29 18:35
  • 기자명 이준혁 기자

2020년 4월 29일, 건설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산재참사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다. 전 국민의 분노와 경악 속에 산재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시공사인 건우에 3천만 원의 벌금과 관리자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을 뿐, 정작 대피로 폐쇄를 지시한 한익스프레스의 팀장이 무죄를 선고받는 등 솜방망이보다도 못한 처벌만이 내려졌다. 그러는 사이 유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4월 29일,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장옥기)은 참사 2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산업연맹은 이 자리에서 발주자에게까지 안전관리 책무를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는 한편 여수 이일산업, 여천NCC 폭발화재 사로고 숨진 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도 요구했다. 또 50억 미만 건설현장 및 50명 이하 사업장 적용이 유예된 중대재해처벌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장옥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여천NCC 폭발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지만, 경제계 단체를 만나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의 말을 그대로 실천해야 건설노동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의하고 1년이 넘었는데도 국회 법안소위에서 꼼짝도 하고 있지 않다”라며 건설안전특별법 통과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상원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천NCC 폭발 사고의 원인은 노후 설비였는데, 그 폭발 사고의 탱크가 대한민국에 3천 개가 있다”라며 노후설비특별법을 즉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관 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한익스프레스 사고와 현대산업개발의 사고는 다르지 않다”라며 “발주처는 빨리 지으라고 압박하고 원청도 빨리빨리 공사해서 판매비, 관리비를 줄이려고 한 탓”이라며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 발주처와 원청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이상원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
이상원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
홍순관 건설기업노조 위원장
홍순관 건설기업노조 위원장

기자회견에는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의 연대 발언도 진행됐다. 2019년 부산 경동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고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대기업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만행을 저질러왔다”라며 법적 소송, 정보 은폐, 유가족에 대한 헛소문 유포 등으로 유가족들은 고통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7일을 기다려 첫 항소심이 열렸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나 추가 증거 제출 등 의지가 전혀 없었다”라며 “유가족이 발벗고 나서서 증거를 사법부에 제출해도 묻히고 만다”라며 한국의 사법 구조에서 가해자 기업을 처벌하기 매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한익스프레스 산재 피해자 고 김형주 님의 딸 김선애 씨는 “지난 2년간 유가족들은 아직도 사건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약으로 버티고 추모 행사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며 산재 사고 이후의 상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너무 누더기라 산재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인식”이라며 “그런데도 건설사나 경제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그마저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라며 한익스프레스와 같은 발주처도 처벌할 수 있도록 건설안전특별법 등 관련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쳤다.

부산 경동건설 산재 사고 피해자 고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 (오른쪽)
부산 경동건설 산재 사고 피해자 고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 (오른쪽)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피해자 고 김형주 씨의 딸 김선애 씨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피해자 고 김형주 씨의 딸 김선애 씨

이 날 건설산업연맹은 3개 종단 기도회와 추모문화제 등을 진행하며 한익스프레스 산재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보냈다. 앞서 유가족 김선애 씨의 이야기처럼 산재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20년에는 458명이, 2021년에는 417명의 건설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 뒤에는 셀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슬픔과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 이러한 고통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즉시 건설안전특별법, 노후설비특별법과 같은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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