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조합원과 함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용산구지부의 선거사무 개선 투쟁

  • 기사입력 2022.05.20 16:57
  • 기자명 양지웅 기자
용산구지부 정을균 지부장(왼쪽)과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선거사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용산구지부 정을균 지부장(왼쪽)과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선거사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사전투표소가 사라진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낸 주인공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 용산구지부(지부장 정을균, 이하 용산구지부) 간부들과 조합원들이었다. 용산구지부 정을균 지부장과 조합원들을 만나 그들의 선거사무 개선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합원들은 요청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다.

그동안 지부가 해온 투쟁 과정과 성과는 무엇인가?

지부장 : 조합원 간담회를 거쳐 투쟁 목표를 정한 뒤 구 선관위와 시·중앙 선관위를 대상으로 투쟁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처럼 용산구지부와 서울본부, 조합이 함께 선관위를 압박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정치권과 기관을 끈질기게 설득해 불편을 초래해 온 서울·용산역 사전투표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덕분에 그동안 역사까지 가서 투표했던 주민들이 주민센터로 가서 편하게 투표하게 되었다. 사무원의 공무원 비중을 30% 이하로 낮췄고, 선거벽보 작업도 업체가 대행하기로 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트럭을 빌려 벽보를 다 붙이겠다며 구와 업체 양쪽을 설득했다. 이번 투쟁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조합원들과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투쟁에 함께 참여한 이유와 힘들었던 선거사무 경험은?

조합원 A : 겨울에 용산역 사전투표소에서 일했었는데 두꺼운 패딩을 입고 핫팩도 붙였지만, 찬바람 맞으며 하루 16시간씩 이틀을 일하고 나니 몸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업무도 아닌 선거사무를 하며 이렇게까지 일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선거사무 시간이 14시간이라고 하지만 준비와 정리시간을 포함하면 16시간 이상이다. 교대가 없어 쉬지도 못해 점심을 오후 3시 넘어서 먹었다. 건강에 대한 배려도 없고, 인권이 침해될 정도로 너무 힘들어 개선 투쟁에 참여했다.

조합원 B : 투표소가 오전 6시부터 운영되다 보니 대중교통이 없어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오거나 전날 동료들과 사비로 투표소 주변의 숙소를 잡아 잠을 자고 출근해야 했다. 인격적으로 상처받을 때가 많았다. 선관위에서 홍보 협조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선거사무를 하는 모습이 동의없이 언론에 나가 초상권을 침해받은 적도 있었다.

조합원 C : 선거사무 때문에 본연의 업무가 밀려버린다, 투표소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민들이 우리에게 항의해 욕도 많이 먹었다. 선관위의 업무인데 지방 공무원들이 동원되어 고생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 투쟁에 나섰다.

용산구지부가 선거사무 대응을 위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용산구지부가 선거사무 대응을 위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느낀 개선점은 무엇인가?

조합원 A : 그동안 부서 인원의 60~70%가 선거사무에 동원되었는데 이번에는 30% 정도만 동원되었다. 선거사무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할 수 있게 되어 동료들도 환영했다.

조합원 B : 사전투표소 변경이 성사되고, 벽보 업무를 업체가 대행하는 것을 보며 많이 놀랐다. 수당도 올랐다. 설마 설마 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뿌듯하고 기뻤다.

조합원 C : 긴 공직 기간 중 선거사무를 자율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율 참여로 하다보니 투표관리관을 안 낸 부서도 있었다. 놀라운 변화다.

선거사무가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조합원 C : 공보물 작업을 선관위가 맡아서 해야 한다. 수당만 최저임금으로 맞춰도 외부의 시민들이 서로 하겠다고 할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선거사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인력도 필요하다.

조합원 B : 선거사무에 외부 인력을 차출하다 보니 너무 연세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무원으로 올 때가 있어 현장의 조합원들이 힘들어 했다. 이번에는 정말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

조합원 A : 투표 시작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자. 직장인을 배려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시작했었는데 사전투표일에 주말이 포함되어 있어 새벽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

Q. 이번 투쟁에 대한 소감은?

지부장 : 이번 투쟁을 하며 국가가 공무원을 국가 사무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해 온 것을 느꼈다. 그동안 선관위는 선거사무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대해왔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 하는데 그 한켠에서 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 이번 투쟁이 공무원의 권리를 되찾고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선관위 직원들도 직접 선거사무에 참여해보면 우리의 어려움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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