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홍석만의 NOT TODAY] 단점에 단점에 단점을 더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 기사입력 2022.06.17 14:33
  • 기자명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원
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이어 공공부문 임금에서 연공적 성격을 줄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직무급제 성격을 강화하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한다. 6월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확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호봉간격을 1년 단위가 아니라 1~3년 단위로 조정해 줄이거나, 그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호봉간 인상폭 축소, 호봉상한 설정 등을 통해 임금과 근속의 연계를 약화하려 한다. 또한,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신설하여 직무별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직급의 근속승진 억제를 포함해서 직종별 임금체계 분리 및 차별 확대, 직책과 직위에 따른 임금 차등 강화하려고 한다. 게다가 정부의 표준임금모델에서도 나타났듯이 직무별 승급제한으로 직종별 임금체계 분리를 시도해 비정규직, 무기계약직군을 영원히 차별적인 임금체계로 묶어두려 하고 있다.

공공기관 임금은 이미 직무급제 : 연공은 직무급의 일부
직무급은 그 자체로 연공(seniority)의 특성을 갖고 있다. 같은 직무에서 오래 일을 하면 그만큼 경력이나 숙련도가 쌓이기 때문인데, 해당 직무에 처음 적응하는 사람과 수년간 그 일을 해 온 사람과는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기간을 직무 숙련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 세계의 공무원, 공공기관, 공기업 일반직군 임금체계에서 연공 없이 직무로만 되어 있는 곳은 없다. 대부분 직급(grade)을 구분하면서도 우리의 호봉 개념인 단계(step)를 두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한국에 비해 직급(grade)은 많고 단계(step)는 적다.

한국 공무원 일반직군은 9등급-32호봉 체계인데, 미국 일반직 공무원 임금체계(General Schedule)는 15등급(grade)-10단계(step)이다. 독일 공공부문 임금표(연방정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15등급-8단계(공공기관은 6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별로 다양한 직급체계를 갖고 있는 영국에서도 공공기관의 한 직급(임금 밴드)에서 임금 포인트(승급단계)의 수는 다르지만 많게는 8~10개의 임금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5년간의 근속인상과 승진을 보장하지만 실질적으로 10년 이상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이 가능하다.

직급(등급)과 호봉(단계)의 차이에 따라서 연공급적 특성과 직무급적 특성이 나뉘거나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호봉체계(단계)가 많은 만큼 느린 승진구조를 갖고 있는데 비해, 미국과 독일은 직급(grade)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승진과 승급이 더 빠르고 쉽게 구성되어 있다. 미국과 독일, 영국에서도 공통적으로 근속승진이 존재하고 호봉 단계는 적고 등급이 많기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더 짧은 근속승진기간(최소연수기간)을 요구한다.

또한 대부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승진하면 호봉단계가 현재 임금수준 바로 위로 올라가 실제 호봉이 한 두 단계씩 삭감된다. 이 때문에 승진할수록 호봉 단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호봉단계가 적지만 실감되는 효과는 거의 차이가 없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한국은 호봉단계와 근속을 늘려 승진을 더디고 어렵게 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호봉과 근속은 줄이고 승진구조를 늘린 것에 불과하다. (임금표 상에서 직급과 호봉이 각각 세로축과 가로축을 가리킨다면, 한국은 가로축을 길게 늘였고 미국과 독일은 세로축을 더 길게 늘인 것이다.)

결국, 직급과 호봉을 모두 포함한 전체 임금격차에서도 큰 차이가 없거나 국제적인 평균에 가깝다. 한국은 많은 호봉 단계로 인해 동일 직급 내에서 임금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의 경우 일반직 5급 이하 동일 직급에서 기본급 기준으로 최저호봉과 최고호봉이 2배 정도 차이나지만, 미국은 직급 내 임금격차가 20~25%, 독일은 10~40%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모든 직급을 포함한 전체 임금격차는 차이가 없다.

한국 공무원 일반직(2022년)의 경우, 가장 낮은 9급-1호봉 기본급(월급)은 1,686,500원이고 가장 높은 1급-23호봉은 7,200,100원으로 4.2배다. 미국 일반직 공무원(2022년) 최하위직인 GS1-1의 기본급(연간) 20,172달러 대비 일반직 최고직급인 GS15-10의 기본급 146,757달러의 격차는 7.2배다. 미국의 임금격차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또한 독일 연방공공기관 기본급 보수표(2022년)에서 최저등급인 E1-2은 2,015유로를 받고 최고등급인 E15U-6은 7,144유로를 받아 3.5배(연방공무원 임금격차도 3.5배로 동일)로 한국보다 약간 낮다.

정부는 한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복지부동한 채, 세월만 보내면서 매년 따박따박 올라가는 임금만 처다 보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고 임금 구성에서 성과급은 별로 없고 기본급이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다. 기본급과 성과급 비중은 8:2로 성과급 비중이 오히려 국제평균을 약간 상회한다. 그러므로 임금체계상 한국 공무원, 공공부문의 임금은 국제적으로 보면 (연공급보다도) 직무급제와 성과급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한국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는 연공급 특성은 굉장히 줄어들어 있고 다양한 직군과 직급체계로 인해 이미 직무급제 성격이 충분히 강력하다.

군대식 입직 문제
게다가 우리 공공기관, 공무원의 입직은 군대식 기수문화처럼 일률적이다. 이런 입직은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경쟁을 부추기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서로 노닥거리면서 호봉이나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공무원, 공공기관 채용에서 직군별, 직급별 (경력직) 수시채용이 다소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신입채용은 공개채용(시험)에 의한 동시 선발로 이뤄진다. 특히 공무원 신입직원은 공무원 시험을 통해 직군별, 직급별로 동시 입직한다. 9급, 7급, 5급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은 같은 직급에 (군 입대 이외 다른 경력은 거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호봉 차이도 없이 입직 초임 단계에서 같이 출발한다.

근속승진이든, 일반승진이든 내부 승진 외에는 다른 경로의 승진도 거의 가로막혀 있고 직급 단계도 작고, 동시 입직으로 100미터 달리기 하듯 경쟁 상대가 모두 한 줄에 서서 출발하기 때문에 승진에 관해서 그만큼 더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승진에 필요한 최소연수 기간도 길어 승진도 늦을 뿐만 아니라 승진 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호봉 승급을 더 기대하고 전체 급여의 20% 정도 차지하는 성과급에 그만큼 더 의지한다. 만약 호봉 승급이 지금보다 더뎌지거나 늦춰지면 더욱 성과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입직 단계에서부터 대부분 달리 출발한다. 미국과 독일은 신입이더라도 수시채용이 기본이다. 부서에 따라 공개채용 시험이 있는 곳도 많지만 주로 수시 면접을 통해 선발하고, 시험을 보더라도 한 번에 동시에 선발하는 일제고사가 아니라 수시 시험을 본다. 경력직과 마찬가지로 신입 채용도 필요한 직무의 인원을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하고 경력, 학력, 자격 등의 요인을 반영해 적절한 직급으로 채용한다. 그러니까 입직 단계에서 각 직급별로도 동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 다른 단계에서 출발한다. 이 차이로 인해 적은 호봉 단계에도 불구하고 직급 내부 경쟁이 그렇게 심하지 않고 조직문화도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정부의 임금결정 전권, 총액인건비제도
1980년대 초 노조탄압과 노동자 권리 축소로 악명 높았던 영국 대처 총리 시절 복지 축소와 긴축, ‘작은 정부’에 맞게 새로운 공공지출 계획 및 관리방식이 추진되었다. 그 일환으로 개별 부처․기관의 사업비와 경상경비를 분리하여 경상경비의 현금 한도를 설정하는 총괄경상경비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임금 부문에 ‘지불한도(Cash limit)에 의한 공공서비스 임금인상률(pay settlement) 결정’, 문자 그대로인 ‘총액인건비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한국 고용노동부가 그대로 따라서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 임금관리는 기본적으로 기관단위로 총인건비를 관리하는 총액인건비제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사용자인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획일적으로,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한다. 기본급뿐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성과급도 결정한다. 총액인건비제도는 임금체계 개편에서도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하는데,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평균임금, 경영평가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월 기본급, 기준월봉 등이 높아져서는 안 된다.”(2022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관 단위 임금총액 인상률이 통제되는 상태에서 임금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개편하든 개별 기관에 할당되는 총인건비는 거의 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 지침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조건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쉽게 말하면 공공부문 노동자를 원숭이로 보겠다는 얘기다. 도토리 7개는 변함없는데, 모삼조사에서 조삼모사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관끼리도 아니고 기관 내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기관 내에서 총인건비를 고수하면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식으로 강화하려다 보니 기업단위 직무 세분화가 차등적,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성과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기본급을 개악하는 형태로도 나타나게 된다. 올 3월 말 활동을 종료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공공기관위원회>의 “공공기관 현장 실태조사 결과보고”에서도 “각종 수당을 직무급 재원으로 삼은 기관들이 많으나, 기본급의 일부를 전환하거나 임금인상분을 활용하여 직무급을 도입한 기관들도 존재한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정부 방침대로 직무급 강화 또는 연공급 완화를 위해 이제는 기본급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하는 지경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총액인건비제도 아래에서 무기계약직의 경우 기존 정규직과는 완전히 분리해서 별도 직군으로 만들어 심각한 현재의 임금차별을 계속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총인건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임금차별을 겪고 있는 무기계약직군의 임금을 더 올릴 수는 없고, 그렇게 하자면 기존 정규직의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현실을 고려해 그냥 현재의 차별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부가 직무별 승급제한으로 직종별 임금체계를 분리하여 차별을 구조화 한 ‘표준임금모델’을 제시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총액인건비제도 때문이다.

기관단위의 총인건비제도는 구조적으로 기관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기관 내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관 간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는 개별 기관 단위 총인건비제도를 기관을 뛰어넘는 기관 유형별 또는 소속부처별 등과 같은 임금결정 단위를 통합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공서비스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은 당사자주의에 기초해 노사교섭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소속 노동자들은 다른 민간부문 노동자와 동일한 조건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임금은 노사 간 협상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존중한다.

정부의 직무급제 개편은 3B, “나쁜 것만 모았다”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계획은 각국 공공부문 임금체계에서 나쁜 것만 죄다 모아 놓았다. 임금체계로는 독일 산업 임금표와 같이 호봉체계는 줄이고(독일 모델), 노사교섭이 아니라 기재부의 임금지침에 의해 임금상승률이 결정되고 총액인건비가 유지되며(영국 모델), 시장임금조사를 반영해 교섭구조와 직무평가 자체를 형해화하려 하며(미국 모델), 여기에 독특하게 비정규직, 무기계약직군 등 차별적이고 승진·승급 제한적 직무단계를 포함한 임금체계(표준임금모델)로 구성된 이름만 ‘직무급제’로 개악하려 한다.

독일의 산업임금표는 호봉체계는 줄고 직급 체계가 많지만 강력한 중앙 교섭(연방정부와 기초자치단체는 공동으로 노사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한다. 지방 정부의 임금교섭이 별도로 분리되기는 했지만 모든 지방정부 노사가 공동으로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다소 경쟁적으로 구성된 산업 임금표(임금체계)를 집단적으로 보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중앙교섭은 물론 개별 노사 간의 자율적 교섭을 박탈한 영국 모델을 고수함으로 실제 임금체계를 완전히 개악하고 있다.

또한 노사 간 자율교섭이 제한된 영국이라 하더라도 근속을 인정하고 직급별 체계를 다양화해 직급 내, 직급 간, 기관 간 임금격차를 줄여 나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영국 정부의 임금결정력만 수용하고 기관 간, 직급 간 임금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별도의 직군을 두고 직군 간 임금격차와 제한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입직 자체가 우리와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시장임금 반영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군대식으로 매년 기수별 일제고사(공시)를 통해 동일 직급, 동일 호봉으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시장임금을 해당 직급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미국이 시장임금조사를 통해 공공기관 임금체계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공공기관 임금수준이 시장임금에 비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고 지역별 물가 수준이나 노동환경을 등을 고려하여 임금수준을 노동력에 비례해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 기본 목적이다. 그러니까 우리처럼 공공부문의 임금수준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 같은 시장임금 비교와 직무평가를 통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임금 공정성이 아니라 생산성, 이윤 창출의 공정성을 다룰 뿐이다. 직무비교 또는 임금비교는 그 작업의 본질상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다. ‘동일 노동’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동일한 직무의 노동이라 하더라도 노동조건과 형태, TPO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체 노동’을 직무평가나 ‘동일 노동’ 또는 ‘동일 가치’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 간 임금이 서로 달랐던 차별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기된 원칙이다. 같은 구체 노동의 임금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 이걸 노동력 가치나 노동이 생산한 가치로 노동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나 원칙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주장은 기업(공공기관) 내 ‘동일가치노동’은 이윤 창출과 같은 가치생산력을 갖는 노동이므로 이는 민간기업에서는 이윤 창출기여 곧 생산력으로, 공공기관에서는 ‘성과’로 표상된다. 그러므로 직무평가를 ‘성과’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같은 동일가치노동에 기반한 직무평가는 성과급제와 같다.

이처럼 정부의 직무급제 개편은 미국, 영국, 독일의 공공부문 임금체계에서 좋은 점, 장점은 빼고 나쁜 요소 세 가지(3B)를 모아 더 나쁘게 만든 임금개악 안이다. 정부의 이름뿐인 직무급제 개편은 공공기관 내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차별을 제도화하고 실질적으로 공공부문 임금이 축소돼 공공서비스의 질과 수준을 하락시킨다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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